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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일생 (5편) -- 혼자 사는 과부가 처신머리 잘하라고 훈계하던 시동생이..--


BY 박 라일락 2003-07-20

 

-- 혼자 사는 과부가 처신머리 잘하라고 훈계하던 시동생이.... --


 
눈을 떴다.
이상타.
나의 안방이 아니잖아!
아, 그래 지금 나는 황홀한 외박을 하고 있는 중이야.
분명 어제 밤.
이런저런 空想속에서 고래 등 같은 기와집 몇 채를 지어서 헐고 또 짓고 하다가
자정이 지나서 잠들었건만 자기 버릇 개 주지 못한다고 하더니...
불을 켜서 벽에 대롱대롱 달려 있는 시계를 보니 아직도 새벽 4시이라...
한 시간 후에는 나의 일터 강구항 어판장에는 새벽 입찰로
눈 코 뜰 사이도 없이 세상 바쁘게 돌아가리라..
그런데
나는 왜 낮서는 외지의 호텔방에서 외로운 번뇌에서 허덕이는가?
그래 잊자!
이 순간만은 모던 허한 마음을 비워 버리자.
황금?
내 것이 아니잖아!
산천에 뜬구름이더라.
나라 돈인데..
내 손아귀에 머물 그 순간에는 남에게 괄시 받지 않고 살기 편안함이요,
행복 한 것만은 사실이더라..
허지만 너무 집착하고 연연하니 머리가 띵하고 편하지 못 한 점도 없지 않더라.
황금에 대한 끝없는 욕심으로 마음은 황폐해지고..
애라.
모르겠다.
모두가 탐내는 그 황금.
버리면 개도 줍지 않을 뿐 죽어서 가지고 갈 것도 아닌데...
이 세상 소풍마감하고 귀천하는 데에는..
못 살면 무명 한 필.
잘 살아도 명주 한 필.
감을 뿐이다.

두고 온 새벽 어판장.
아들 넘.
현이가 거래처 고객님들에게 최선 다 하겠지.
참 우습다.
불편한 이 마음을 내 자신이 자제하지 못하고
이 곳에서 단 하루의 도피 생활하면서도 나의 직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니...
천상 아직은 나의 일을 떠 날수가 없음을 필히 느꼈다.

어제 저녁 호텔 종업원에게 온천탕은 언제쯤 문을 열지하고 물었더니
새벽 5시라 했던가...
아직도 1시간이 남았잖아.
그래 오늘은 천식으로 앓고 있는 친정언니에게 병문안 가 봐야 하겠다.
나 살기가 바빠서.
엄마 일찍 잃은 동생을 엄마 대신하여 키워 주었지만
그 은혜를 갚을 생각을 한번이라도 했던가.....
언니에겐 무정한 동생인 나.
지금 내 마음 어찌하지 못하여 방황하고 힘 들 때.
엄마와 다름없는 언니가 왜 생각날까?

그 사람 잃었고.
통곡으로 한을 풀었던 삼오 제도 지났고,
아이들은 공부하기 위하여 모두 대구 제자리로 돌아간 뒤.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수협의 상무님께서 좀 보자고 하신다.
그리고 나에 대한 걱정과 살길에 대하여 의논을 주셨다.
"보소! 아주머니요, 손놓고 입으로 염불한다고 먹고 살 수 없지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아이들 데리고 살아야지요.
아주머니 지금 무얼 할 수 있겠어요?
여자가 혼자되면 가장 쉬운 것이 물장사라고 합디다.
듣기엔 잘 산다고 소문난 큰댁은 멀리 하고파 거리감 두려고 했다는데,
큰댁 아무리 잘 살아도 별 소용없지요.
상처 받지 말고 내 말 좀 들어 보이소"
그리고 남편의 수협중매인자격증 승계를 받기를 권했다.
그런데 가능한 일인가?
일제 때부터 내려오는 여자가 해선 안 된다는 관습.
水産사업은 여자가 끼어 들면 재수없다는 미신을 정말 타파 할 수 있단 말인가?
나로선 하고 싶지만 정말 불가능이잖아!
상무님이 수협중앙에 건의서를 올리고 되도록 노력 할 터이니 희망을 기지란다.
그런데 어렵게 수협중앙의 인준서가 떨어지니
이제는 본 수협의 理事들이 여자가 수협의 중매인이 될 수 없다고 들고 나서네.
그 때부터 상무님께서 나에 대하여
어판장 경험과 할 수 있다는 능력을 누누이 설명을 하고 인준해 주기를 권고했었다.
좁은 지방이라 모두 안면이 있었고,
또한 나의 사회경험도 보고 온 터라 길게 끌지 않고 동의서를 상무님께서 받아 내었다.
그런데, 그런데.......
동료인 중매인들이 동의를 하지 않으니......쩝.
물을 건너니 산이고 또 산을 타고 넘으니 또 강이 나오고....
난 동료인 그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들에게 외쳤다.
피를 토하면서...
훗 날 너희들 아내의 일이다.
언젠가 당신네들도 나와 같은 일을 겪으리라.
당신 동료가 죽음으로 비록 갔지만, 동료로써 의리가 있다면 이 건 아니다.
인간의 도리로써 이럴 수는 없지 않은가?
나로 인해서 중매협회에서 총회가 연일 계속 되었고
심각한 토론 끝에 그들은 나를 받아 들었다.
이젠 서류를 가추어야지. 하루 속히....
황금과 연결되는 사업이기에 재산 설정이 가장 큰 문제이다.
우리들의 보금자리인 주택이 있었는데 이를 어째?
아이들이 미성년이라고 나에게 상속이 안되니..
대학 나니는 딸아이 하나만 성년이여서 재산 포기를 할 수 있고
나머지 아이들은 법적으로 안 된다고 하니 무슨 상속법이 이런가...
할 수 없이 건물을 우리들의 장난감처럼 많이 가지고 있는 큰댁에 SOS 보냈다.
많은 건물 중에 집 한 채를 재산보증 설정 좀 해 달라고...
큰 댁 형님은 삼오 날에 산에서 있었던,
나에게 미안한 감정을 용서도 받을 겸 쾌히 승낙을 하셨고..
며칠 후 마음이 급하여 빨리 서류를 보내 달라고 전화를 했더니.....
시숙님이 회사 일 관계로 서울에 올라가 계시니
생각 좀 해 보자고 하시더니 갑자기 친정에 부탁하면 될 것인데 하신다.
살 길이 열렸다고 그나마 조금 남아 있었던 힘이 끝내 쭉 빠져 버렸다.
시집 온 지가 언제인데 부모님도 안 계시는 친정 오빠에게 부탁하라고?
형님과의 전화를 끊고 한 10분 후에 다시 전화가 따르릉~~
"엄마. 나 엄마 딸.
엄마. 큰집에 보증설정 해 달라고 하지마세요.
엄마하고 큰 엄마하고 전화할 때 제가 옆에 있었지요.
큰 엄마가 큰 아버지한테 엄마 전화라고 하니깐 없다고 하라고
손을 흔들면서 보증서면 안 된다고 눈으로 싸인 주었어요.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답니다.
엄마 자존심 상해서 죽겠어요.
밖에 나와서 큰 집 앞 공중 전화로 하고 있어요.
엄마 중매인 하지 마세요.
아빠도 너무 힘 던다고 돌아가시면서 어판장 일은 하지 못하게 했잖아요
엄마 우리가 대학 졸업하면 돈 벌어서 현이 공부시키면 되지요"
그런 일이 있은 후 두 번 다시 보증설정관계로 큰댁에 혀 굽는 사정을 하지 않았다.
내가 알기에도 큰댁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이 수없이 많은데..
손아래 동서 말에 의하면
미국에도 큰 주택을 자식들 교육시키기 위하여 구입해 놓았다고 했거늘..
그리고 시동생에게 사업할 수 있도록
지난해에 우리 지방에 사 놓은 2층 건물다방도 나의 손으로 계약 해주었지 않았던가.

큰댁에 더 이상 미련 두지 않았다.
마지막 카드..
나의 친정과 가장 절친한 여고 동기에게 도움을 청했다.
두말없이 친정과 여고 동기가 그 많은 1억대의 황금을 반반씩 갈라서
나에게 조건 없이 빌러 주었다.
친정은 친정댁 설정한 은행 융자로,
여고 친구는 섬유 사업하는 부유한 남편을 두었기에
이자 한 푼 받지 않고 부담 갖지 말고 벌어서 갚으란 말 한마디로
이 뇨자를 믿고 밀어 주었다.
끝내 한 마디 말씀도 없어 모른 체 한 큰 댁.
여자가 사업하면 처신 잘 하라고 우악 놓았던 시동생.
'혼자 사는 과부가 처신머리 잘 못하면 집안에 위신 문제' 라나..
살아생전 나를 힘들게 한 그 시동생.
그 사람 보내고 20일 후 음주 교통사고로 그 사람 옆 한 등선 넘어서 나란히 누웠다.
'혼자 사는 과부가 행동머리 운운....... '
나의 가슴에 멍에를 남게 했던 그 말은..
자기 아내에게도 겪어야 할 숙제로 남기고.

지금은 정년 퇴직한 상무님.
그리고 아무 조건없이 도와준 나의 여고 동기.
오빠의 의견을 언제나 귀담아 듣고 시누이에게 힘이 되어준 친정 올케.
모두 우리가족에겐 평생 잊지 못할 은인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