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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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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어머님 모시기 3


BY 참솔향 2005-09-07

 

아무리 치매노인이라도 자존심은 살아있으니 자존심이 상하지 않게 조심하라고

노인 전문 병원에서 근무하는 친구가 조언했다.

나는 친구의 조언대로 어머님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그것이 참 어려운 일임이 며칠 지나보지 않아도 알겠더라.


“어머님, 소변 한번 보러가시죠?” 내 말에 어머님은 가기 싫다는 듯 대꾸를 않는다.

“어머님, 가기 싫으시더래도 가서 앉아있으면 소변이 나오거든요. 안그러면 또 실수하시잖아요?”

이렇게 어르고 달래서 어머님을 변기에 앉히고 나면

이런 나의 행동도 어머님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을 것 같다.


물을 틀어 놓은 채로 손을 씻고 또 씻고 서있는 어머님을 그만하게 만류하자면

“어머님, 왜 자꾸 손을 씻으세요? 이제 그만하세요.” 하며 물을 잠궈버리는 나의 행동도

어머님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을 지 모른다.


누워서 자꾸 TV를 켰다 껐다를 반복하고 있는 어머님께

“어머님 왜 자꾸 TV를 켰다 껐다 하시는데요? 한번만 누르면 꺼진거에요.” 재차 알려드렸지만

내가 돌아서면 또 그러시니 급기야 어머님 손닿는 곳에서 리모콘을 치우는 나의 행동도 어머님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어머님의 자존심을 세워드릴 수가 없다.

어머님의 의사를 존중해서 기저귀를 채우지 않으면(어머님은 기저귀가 갑갑다며 하기 싫어하신다) 하루에도 몇벌의 옷을 버려낼 지 모른다.

씻기를 만류하지 않았다간 하루 종일 물을 켜놓고 서 있을 지도 모른다.

TV를 켰다 껐다 하시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간 언제 그만 두실지도 모를 일이다.

어머님 댁에 바래다 달라는 것을 들어주는 일은 정말이지 안될이이다.

아이 취급을 하자니 어머님 자존심이 상할 것 같고

평소 처럼 공경의 마음으로 대하자니 어머님이 너무 약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