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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기념일날 날아든 소포꾸러미에는.....


BY 참솔향 2004-05-06

편지함에서 오늘의 우편물을 꺼내려니

가벼운 소포 꾸러미도 하나 보였다.

 

"음~~~올 것이 왔구나~~~"

 

아이들이 볼세라 몰래 뜯어보니 역시 기다리던 물건이 맞았다.

몇주전에 신청한 이 물건이 오늘, 하필이면 우리부부 결혼기념일날

내 손에 들어오니 그 기쁨이 배가 되어

그 기분을 간직하고파 글로 남겨본다.

 

남편은 지금 출잘중이다.

뭐 출장중이 아니었더래도 우리부부는 결혼기념일 같은 것을

챙겨 딱히 의식적인 행사를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늘 날아든 소포는 마치 남편이 나에게

결혼 기념일 선물로 준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 더 기쁘다.

 

"두고봐라~~올 여름에는 가슴을 쫙 펴고 다닐테다~~~"

 

내 국민학교 때 내내 따라다니던 내 건강기록부를 보면

'새가슴'이란 글자가 선명히 기록되어 있었다.

그렇다, 나는 새가슴이다.

위 가슴부위의 뼈가 남보다 더 톡 튀어나온 것 같다.

새가슴 탓인지 내 유방 발육은 정말 지지부진(?)했다.

성장이 다~~~된 후에도 요즘 중학생들 찌지 보다 더 작았으니.....

그러나 나는 나의 작은 가슴에 대해 별 콤플렉스를 느끼지 못하며 살았다.

내 대학시절에는 헐렁한 옷들이 유행하던 시절이라

그냥 헐렁한 차림으로 나름대로 멋을 내고 다니기도 했다.

그런 반머스매 같은 시절을 접고 결혼을 하려고 하니

윽, 내 신체의 이모저모가 염려가 되더라.

 

"남자들은 큰가슴을 좋아한다고 하던데...."

"내 이 작은 가슴을 보고 첫날밤 부터 남자가 실망하면 어쩌지....."

 

하지만 용감하게도 나는 결혼을 했다.

우리는 신혼여행의 첫날밤이 첫경험인

그야말로 무지랭이(?)들이었다.

허겁지겁 서툰 첫날밤을 보냈지만

꼭 안아주는 그의 품속이 좋다는 느낌에 나는 안도했다.

그리고 아기도 생겼다.

나의 작은 가슴이 전성기가 된 시절이기도 했다.

나의 작은 가슴에서도 아가에게 줄 만큼의 적당한 젖이 퐁퐁 솟아나 주었다.

아가는 10개월 동안 젖만 먹고도 포동포동 예쁘게 자라주었다.

내 가슴은 최대로 불어 남들 만큼 봉곳해져 보기도 좋았다.

 

"여보여보, 사진 찍어놓을까봐~~~

나도 말이야 이런 시절이 있었단 말이야~~~"

 

젖을 떼면 다시 쪼그라들 봉곳한 가슴에 대한 미련이 남아

남편에게 대고 우스개 소리를 하기도 했다.

 

두번의 전성기(두 아이) 를 접고

내 가슴은 다시는 봉곳해질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유방확대 수술을 해볼까 라든지

뭔가 가슴을 부풀리게 보이는 방안을 해볼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옷차림에 몹시 신경을 쓰는 동네의 친한 또래 아줌마가 있었다.

그녀는 남편의 손님을 초대한 날이라든지 좀 특별한 날에

잘 차려입은 원피스가 태가 더 나기위해

가슴속에 뭔가를 넣어 부풀렸다는 고백을 나에게 하면서

그것도 남편에 대한 배려라는 이야기를 당당히 했다.

 

"아~~~그렇구나~~~"

 

바보가 도 튼다는 이야기가 이런걸까?

그녀가 그런 이야기를 해주고도 나는 가슴에 뭔가를 넣어 부풀리는 일이

자존심 상하고 스스로 쑥스러워 그러지를 못했다.

그러나 내 가슴은 두 아이 젖을 뗀후 더욱 더 쪼그라들어 그야말로 밋밋해져 버렸다.

옷을 입으면 내가 보기에도 태가 나질 않아 화가났다.

심이 최대한 많이 들어간 브래지어를 구해서 착용해도

작은 가슴은 숨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세월은 점점 여성들의 옷차림이 더욱 대담해지고

도드라진 가슴을 강조하는 옷들이 속속 유행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옷엔 눈길한번 주지 않았지만

어느새 브래지어속에 손수건 돌돌 말아 넣어

그나마 작은 가슴이 조금 봉곳해 보일 정도로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 나의 행동을 남편은 안다.

우리는 공범자이니까.

결혼은 혼자만 간직하던 비밀을 둘이서 공유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나는 첫날밤 부터 했으니까.

새가슴 깡마른 내 몸의 비밀을 그가 공유해주어서

나는 얼마나 든든했던가?

 

그가 얼마전에 나에게 어떤 웹싸이트를 소개하며 들어가보라고 했다.

하하~~~

그곳은  인터넷 판매 사이트였다.

말랑말랑한 유방 조형물을 만들어 파는 사이트였다.

그는 나의 완벽한 공범자가 되기로 작정을 했나보다.

나는 그에게 더 완벽한 공범자가 되어주기를 요구했다.

 

"당신이 주문해줘~~~ 그러면 할께~~~응~~~"

 

나도 옆에 같이 앉아있었지만

어쨋거나 그의 카드로 결제하고 그가 주문해준 가짜 찌찌가

우리 결혼 14주년날 나에게 날아든 것이다.

 

"여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주고 사랑해주어 고마워요.

우리 둘만 공유할 비밀을 내가 이렇게 까발리고 있지만

우리의 부부애를 이렇게라도 자랑하고 싶었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