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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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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하고 나하고 5


BY 참솔향 2003-07-31

나는 학교를 조금 일찍 들어간 탓도 있겠지만
늘 친구들 보다 조금 늦게 자라는 면이(정신적으로) 없잖아 있었다.
중학생이 되면 제법 소녀티가 나면서 친구들은 외모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길건너 남중학교 남학생들이랑 편지를 주고받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통 외모랄까 남학생에 관심조차 없는 그저 까불랑 대는 여중생에 지나지 않았다.

내 중학생 시절에도 많지는 않았지만 머리에 이가 있는 친구가 간혹 있었다.
나는 더 어릴 때 이미 머리에 이를 키웠던 화려한(?) 전적이 있었지만,
또 다시 그 이가 내 머리를 점령하고 말았다.
그러나 워낙에 게으르고 외모나 미용에 관심이 없던 지라 머리에 이가 있어도 머리를 잘 감지도 않고 그냥 내버려두고 살았었다.
그러나 이 이가 내 머리 속에서만 살면 다행이었지만 다른 가족들의 옷속이나 머리 속까지 옮겨다니니 문제는 문제였다. ㅋㅋ

그 당시 아버지는 아직 대중화 되지 않았던 향기 좋은 샴푸를 사용하고 계셨는데(아마 일본에 계시던 할아버지께서 갖다주셔서 그랬을 거다.)
하루는 머리 자주 안감는다고 엄마의 지청구를 듣고 있는 나를 아버지께서 부르시더니 손수 중학생이나 되는 아이 머리를 감겨주셨다.
참빗으로 빗겨서 이까지 박멸시켜 가며 아버지는 향기 좋은 샴푸로 내 머리를 정성스레 감겨주셨다.
아~~~~ 기분 좋았다.
아버지는 머리를 감겨주셨지만
나는 아버지의 잔잔한 사랑까지 옮겨받고 있었다.

"아버지가 머리 감겨 준 기억을 가진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그래!"

아버지의 사랑은 언제나 내 든든한 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