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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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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하고 나하고 2


BY 참솔향 2003-07-24

부모님을 보고도 부끄러워 숨어버리던 아이는
여섯살이 되던 해 가을 쯤에 할머니 품을 떠나 엄마 품으로 가게 되었다.
동생에게 할머니 품을 내어주자니 아쉽기도 했지만
부모님 곁에 간다는 것이 싫진 않았던 것 같다.

할머니 품에서 글자라고는 보지도 못했고 배우지도 않았으며,
연필이라곤 잡아보지도 않았던지라
그때부터 부모님으로부터 글자공부를 심하게 받았다.
문자라는 것을 접해보지도 않은 아이에게 갑자기 이것이 글자라고 들이미는데
정말 난 뭐가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요즘 아이들 처럼 문자를 눈으로 먼저 많이 접하고 글자를 배우기 시작했더라면
"아, 이렇게 생긴 것을 '가'라고 읽구나."하며 그렇게 낯설지 않았으리라.
엄마랑 하는 글자공부는 정말 어렵고 힘들었다.
도무지 내가 글자를 익히지를 못하니
엄마랑 아버지 두분이 서로 이렇게 가르쳐봐라 저렇게 가르쳐보자 상의를 하시기도 했다.
짧았던 초계에서의 시절이 토막토막 많이 생각이 나는 것은
기억이 나는 부모님과의 첫 생활이기 때문일까?

그 시절 내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아버지와의 기억 한조각은,
과자 부스러기만 좋아하고 입이 짧아 밥을 잘 먹지 않던 나를 위해
아버지께서 사들고 오신 검은색 물엿같은 입맛 돌아온다는 약과 함께한다.
약이라고 해도 물엿처럼 달달하고 맛이 좋아
아버지께서 아침마다 식전에 한숟가락씩 떠먹여 주시면
난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 약은 아버지께서 나를 위해 뭔가를 사다주신 것으론 최초로 기억에 남는 것이다.

나는 그때 아버지께서 떠먹여 주시는 약을 먹은 것이 아니라
사랑을 먹은 것이기에
몇십년이 지난 오늘에도 선명한 사진처럼 기억에 남아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