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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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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년지기


BY 도영 2004-12-01

내 나이 사십이 되기전에는 나는 내 인생의 숨기고 싶은 십대 시절에 한부분이
행여 말실수로 탄로가 날까봐 항상 정신적인 무장을 한고 결혼후에 알고 지내던 이웃들을 대했었다
내나이 사십전에는..


나의 십대 시절에 감추고 싶은 슬픈 과거사?를 함께한 서울 사는삼십년 지기 친구가
유난히도 비가 많이왔던 내가 우기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많은 비가 내렸던
올 여름 어느날 아침에 그친구가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도영아..나 미애야 ..나 울진 밑에 해수욕장에 가족과 같이 휴가 왔어야..너네집에서 머니?가까우면 올래?""

울진 아래면 시간반 거리에다 피서철이니 세시간은 걸리는 거리지만.

"'아니 우리집서 가까와 지금 출발 할께..기다려..."""

나는 급한 마음에 횟집에 들려 회를 사고 차안에서 화장을 대충대충 하면서
그친구가 있다는 해수욕장으로 차를 몰았다.

내친구.
갸와나는 14살 어린 나이에 건빵공장에서 만났다.
초등학교 육학년 졸업을 앞둔 겨울방학때 나는
중학교 입학금을 벌려고 건빵공장에 들어갔고 갸 역시도 나와 같은 사정으로 14살 어린 나이에 공장에서 중학교 입학금을 벌으려 나왔다가 나와에 삼십년 친구가 된것이다.
나는 그 친구를 만나러 가는 차안에서 갸의 삼십년전 모습을 더듬으며
그친구의 소녀적 모습을 회상해보았다.

삼십년전 내가 갸를 처음 만났을때
그친구는 윤기나는 숱많은 까만 긴 머리를 한갈래로 동여매고 길고 하얀 손이 돋보이고 ..
창백한 피부에 주근깨가 예닐곱게 박힌 바싹말랐지만 귀티나던 갸는
눈이 큼직막하고 슬픈 눈동자를 가진 소녀였다

나 역시도 어려운 나의 주위배경이 너무 싫어
유난히 자존심 강한 나 또한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그리고 늘 어둡고 칙칙하고 불만 가득한
깡마르고 키가 훌쩍 큰 소녀였다.
그 아이와 나는 그렇게 일년만 벌어서 중학교 가자는 같은 목적을 가진채
시끄러운 소음 가득한 공장 에서 부터 인연이 시작되었다.

어느날 내가 건빵 푸대가 가득 쌓인 공장 창고에서 갸한테 물었다.

""미애야 닌 왜이리 말랐니??""

""으응.나 태어나고 백일즈음 젖도 채 떨어지기도전에 엄마가 집을 나가서 암죽 먹이면서 할머니가 키웠는데 병치레를 많이 해서 말랐데.""

"암죽?"

""으응 그런게 있어..밥할때 끓으면 위에물 살짝떠서 그거 할머니가 먹이고 그러다 조금크자 암죽 먹고 살아났단다 내가.그래서 살이 안찌나봐..""
그아이는 가정사 이야기를 너한테 처음이라며 비밀로 해달라며
새끼 손가락을 걸고서야 사연을 들을수가 있었다.

아버지는 삼대 독자로 시골 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던중.
시골처녀와 정분이나 살림을 차렸고 이미 세아이의 미애 엄마는 도시에서 미애 할머니를 모시고 살다
미애가 태어난지 백일쯤에 세 아이를 할머니에게 맡기고
어느날 자취를 감추었다면서 위로 오빠와 언니가 있다 했다.

미애는 유독 엄마을 그리워 하며 미워하고
증오에 가까운 감정을 안고 살면서도
초등 3학년때 홀연히 가버린 엄마가 불쑥 찾아와
사진관으로 데리고가 찍은 유일한 사진을 소중히 간직 하고 있었다.
그 유일한 엄마의 사진을 다락방 자리밑에 사진을 꺼내 내게 보여주었는데.
그 사진속에는 고전적인 미인인 엄마와 남정임 닮은 언니와 인물좋은 오빠와 미애가 슬픈가득한 표정으로 낡은 가족사진속에 있었다.

갸와나는 일년후에 중학교 진학을 꿈꾸며.
둘만이 아는 공장 창고구석진곳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서
찬 도시락을 급하게 먹고 알파벳을 익히고 한자를 익히며 독학을 하며 우정을 키워나갔다.

더운 여름에는 오렌지색의 색소와 사카린을 탄 얼음물을 나누어 마시며
서로를 위로 했고 서로 몸이 약한탓인지 힘겨운 공장생활때문인지
두 소녀의 입가에는 뾰루지가 없어질날이 없었다
따때기가 떨어질만 하면 또다른 뾰루지에 우리는 그렇게 일년를 함께 보내고
열심히 많은책과 기초 영어공부와 한자공부에 매진을 했다.

그렇게 일년을 보내고 진저리 쳐지는 비참한 공장생활을 마치고
갸와나는 서로 다른 학교로 입학을 하고
그후에도 우여곡절을 겪으며 소녀에서 아리따운 처녀로 세월이 흘렀다.
스무살 되던 여름날 그가 내가 근무하는 회사로 찾아왔는데
그아이의 아름다운 모습에 나는 눈이 부셨다.

늘씬한 키에 오렌지빛 원피스에 그 까만 숱많은 머리를 빠글빠글 파마을 해서
마카로니같은 모양의 빨강 .초록.노랑의 핀을 양쪽에 쪼르르 꽂고 온 모습이
화려함과 정열적인 여름여자 같았다.
갸는 천원짜리 싸구려 옷을 걸쳐도 소화를 해내는 애였다.
어딘가 야하고 ..몬가 .슬퍼 보이고 ..그리고 귀티나는 미애는
연노랑 앙고라 쉐타에 옅은 푸른빛 도는 우단 항아리 차마 입은 모습을 상상을 하며
차를 몰다보니 갸가 있다는세시간후에 해수욕장 입구 였다.

전화를 걸어 위치를 확인 하는데 미애는 구부러진 소나무 숲에서 손을 흔들며 뛰어 나왔다
마치 스무살 시절에 오렌지빛 원피스를 입고 나를 찾아와 손을 흔들듯이..

""야~~도영아~~너..유지인 같아 넌 어째 그래 변하질 않어..""

""지랄한다...사십넘은 쪼글쪼글 늙은 유지인 인가??캬캬캬..""

미애와 나는 삼년전에 내가 서울가서 만나고 삼년만이였다
삼년전에 갸를 만나고 온 나는 갸 실랑을 원망을 하며 그렇게 헤여졌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미애의 남편은 뻥티기 스타일로 쉽게 돈을 벌려다
많은 재산을 날리고 미애는 호구지책으로 분식집을 하고 있었다

손이 가늘고 이쁜 그손으로
뜨거운 순대를 썰고 떡복이를 팔고 김밥을 팔며 고단함에 쩔은 삼년전 갸는
공장생활 하던 슬픈 그 소녀가 다시 되어 있었으니 ...
삼년만에 만난 미애 남편은 여전히 호탕하고 술한병을 음료수 마시듯 하고 당당한척 하는
스케일 큰척 하는 모습이 내겐 못마땅했다.
나는 미애를 살짝 불러 울진에 죽변항구로 차를 몰았다.
실로 삼십년만에 갸와나는 바닷길을 달리고 있었는데
여름바닷길은 옅은 잉크빛 어둠이 내리고 있었고
우리둘은 마치 삼십년전 그 시절을 거꾸로 되돌린듯 착각에 빠진듯 했다.

""미애야...요즘은 사는게 어때..삼년전 보다는 좀 낫니?""

""응.. 있는 빛은 어쩔수 없고 분식집은 그만두고 애들아빠가 벌어오는걸로 살림만 해.."""

""잘햇어..넌 몸이 약해 ..분식집 못해,그리고 니 손은 험한일 할손이 아냐..기집애 여전히 손은 이쁘네..""

죽변항에 도착 하니 화려한 오징어배의 전구가 불빛을 받아 바다물에 일렁거리고
항구에 정박한 크고작은 배들이 항구임을 증명 해주고
우리 둘은 항구를 바라보며 나란히 자동차 안에서 옛 소녀적 이야기를 풀어 헤쳤다.

""난 미애야 공장 다녔던 그 일년이란 부분이 내겐 감추고 싶은 핸디캡이였어 ..사십전에는 ..허나 지금은 아니야 자랑스런 일은 아니지만 그러타고 그걸 애쓰면서 감추려고 나를 포장하면서 스스로 피곤해하는 일은 아니란 생각이 들어 이제는..""

""도영아 생각나니?공장 건빵창고에 세면 푸대 깔고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엎드려 독학하던거..그때 엄하기로 소문난 공장장이 우연히 우리를 발견하고 바라보던 측은한 눈빛과 그리고 토닥여 주던 그 공장장님 ...""

""생각나지..14살 소녀가 ..색소탄 삭카린 탄 얼음물 나누어먹던 소녀가..벌써 내아들은 곧 군대를 가고 넌 세딸에 엄마니..그게 삼십년전 까마득한 일이다야..세월이 참빨라..""

""미애야 넌 참 노래도 잘했어 성량이 풍부하고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로 부르던 노래..문정선의 파초의꿈 과 슬픈 눈동자의 소녀 란 노래..아직도 그 노래 생각나...""



비릿한 바다내음 나는 바닷가 항구에서
갸랑내랑은 삼십년 일들을 더듬으며 눈물이 그렁그렁 거려
오징어배의 화려한 전구들이 마치 브라운관 고장난 티비처럼 번져보였다.
미애 남편의 오라는 독촉 전화의 벨소리는
삼십년전 으로 거슬러 올라간 두여자의 회상의 늪을 여지없이 깨버리고
나는 미애를 해수욕장 입구에 내려주어야만 했다.

""도영아..텐트에서 하루 자고 새벽에 가라..""

""싫어..나 니실랑 맘에 안들어. 니고생시키는거 하며 ..넘치는 끼하며..그리고 ..지나친 호탕함이 싫어...나 그냥 갈래..""

""지지배 ..못된 성질은 여전하네..니 삐져서 가면 나는 니네 집까지 졸졸 따라가 화풀리는거 보고 돌아오곤했지.그럼 넌 그걸 바랜듯 대문앞에서 화가 풀리고 넌 또 우리집까지 바래다주고 또 난 널 바래다 주고,그러다보면 ...늦어서 할머니한테 혼나고...ㅎㅎㅎㅎ""

신호를 받고 해수욕장을 빠져 나가는 내 차 뒷꽁무니를 바라보는
어둠속 해수욕장 불빛에서 나를 보내는 갸의..아쉬운 표정에서
삼십년전에 건빵공장 다니던 열네살 짜리 윤기나는 머리를 한갈래로 동여맨
그소녀의 슬픈 눈동자가 겹쳐져 백미러안에 클로즈업되어 내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으니.
오는 차안에서 나는 미애가 즐겨 부르던 노래를 불러보았다..



(슬픈눈동자의 소녀가..

강변을 걸어가네..

바람에 휘날리는 검은머리 혼자서 걸어가네.

그어느 봄날 사랑을했네.그이와 거닐던길 .

비바람 몰아치고 해저문데 어디로 가는걸까.....라라라라...)



그리고 눈물인지 죽변항에 짭짤함인지 짠 액체가
내 입안으로 들어가고 목을 타고 내려가 . 나는 생수를 마시면서 입안을 헹구어야만 했다.









도영..



추신..글쓰기 초창기때 쓴글을 정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