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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끝에서


BY 도영 2003-08-28





며칠전 봄비에

어느집 담벼락 대문 앞에 보라빛의
라일락 향이 바닥에 주저 앉더만.

자동차 불빛에 희끗 희끗 비치는
이화가 웬지 전자렌지에
막 튀겨낸 팝콘을 연상 햇는데..

그 팝콘 같은 이화 마져.
은비 같은 봄비에 점령 당해 ..

커피색 대지위에 내려와 은비같은 봄비속으로 녹아든다..


정작 며칠새 비가 내릴땐

비를 즐겼다.

비온뒤에 거리에 풍경이 파스텔톤으로
여기저기 자연의 색채를 만끽했다.
역시 세상은 아름다워..
역시 세상은 살만해..

그런데...어제부터 내린 비가.
한동안 잠잠하던 내 청승병을 슬쩍 건드렷다.

퇴근하고 곧바로 직행 하던 헬스도 팽개치고.
집으로 내질렀다.

기분이 개떡같고.
역시 세상은 별볼일 없어..
내참...왜사냐??무엇 때문에 사는가??
드뎌 변덕이 나왔다..

계절이 바뀌어도 삼백육십오일 감정이 똑 같은
옆지기는 닭 반토막에 찹쌀 과 마늘 댓개 넣은
닭백숙에.맛있다고 맛좋다고 ..땀까지 뻘뻘 흘린다..

거실 카펫에 모로 누웠다.
청승의 극치를 달리는 포즈다.

볼일 보러 가는 무딘 남편 한테
맥주 두병 들르고 가라고 햇다..
맥주 2비를 현관 입구에 디밀고 빙긋 웃으며 나간다..

홀로 마시는 맥주 첫잔..
홀로 마시는 맥주 두잔속에 외로움이 툭 떨어진다.

마치 목련의 흰 꽃잎이 봄비에 두둑두둑 떨어지듯.
툭툭...외로움이 두번째 잔에 액체로 떨어진다..
원초적 싱숭 생숭병..
내일 아침이면 말짱하겠지만..
이순간만은..만사가 귀찮다.


홀로 마시는 세번째 잔은 싱크대 수채구멍으로 보내버렸다.
홀로 홀짝이는 차가운 맥주는
니맛도 내맛도 아니다.
맥주가 단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 쓰다.

두잔의 맥주와나 베란다 창문을 두드리는 은실같은 봄비..

그렇게 밤은 내려앉고
계단에 발자욱에 귀 기울려본다..

작은 아들의 발자욱 소리같아 문을 따니.
아니다..

오늘은 아들의 발자욱 소리도 비켜가는 저녁이다..
봄의 끝을 정녕 보내기 싫음인가?
아님 여름이 옴을 달갑지 않은 탓인가?
아무튼 오늘은 기분이 개떡 같다.




2003년 4월에..


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