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력있는 맛과 향
글. 김미선
봄비가 온 다음 날
새벽하늘은 촉촉하게 젖어 있고
새벽 공기는 꽃향과 풀향으로
세상을 가득히 채운다
밤 사이 꽃비가 내린 것인지
땅 위에 꽃잎들이 즐비하게 누워있고
그 향은 땅 내음과 섞여
형언할 수 없는 향기로 눈과 마음을 적신다
향기라는 것이 코로 느껴지는 것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눈과 마음으로 느껴지는 것이었더라..
나무에게도 꽃에게도 제 자리가 있는 것인지
그 자리를 뜨면 살아가지 못하거나
제 아름다움의 값을 제대로 못하게 되는 수가
있는것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가끔
야생화를 캐어다 화분에 옮겨 놓은 것을 보게 된다
주인장이야 뿌듯한 마음에서 자랑을 하고 싶겠지만
깊은 흙의 호흡을 느낄 수 없고 돌과 나무와 새들의
노래소리에 어울려 제 몸을 지어오던 야생화가 어찌
반자도 되지 않는 가둬진 땅에서 행복할 수 있겠으며
제 삶의 파장수를 어느 곳에 제대로 보내 어우러지는
생명력을 느끼게 할 것인가..
무엇이든지 누린다는 것..
그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와 그 자리를 인정하는 것에서
부터 출발 되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누리기 위해 상대방을 짓밟는 행위..
내 자신의 잠시 잠깐의 눈 요기와 마음 요기를 누리기
위해 여리디 여린 몸짓으로 풀섶에 고개 내민 야생초를
뽑아 옮기는 행위.. 이 모든 어리석은 누림이 결국 자신에게
돌아 온다는 것을 안다면 세상 모두는 서로 서로 인정하고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무엇이든 제 땅, 제 가지에 붙어있을 때 비로서 생명력있는
향을 오래토록 간직할 수 있다 작은 물결처럼 산들거리는
바람의 손이 어루만져 준다면 더 짙은 향의 진동이 온 산지를
휘감을 수도 있다 모진 비바람에 떨어지거나 그 수壽가 다하는
날 땅에 어지럽게 굴러 다니면서도 제 향을 발한다
제 날 수 만큼 제 자리에 살아 있었음에 행복했기 때문이다
허지만 옮겨앉아 있게 되면 그 향은 어쩌면
아픔의 향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맛을 느낀다고 모두 그 맛이 아니며
향을 느낀다고 모두 그 향이 아닌 것을..
생명력있는 맛과 향을 느끼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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