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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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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BY 밥푸는여자 2004-06-04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몸 기운을 느낄 때 마다
      바람에 덜커덕거리는 빈집 대문 소리가 들립니다
      다시는 이전의 고달펐던 병원 생활을 내 살아가는
      동안 그림으로도 그려 보고 싶지 않아 입 밖으로
      눈빛으로 내 아픈 흔적을 그리고 싶지 않아
      늘 고요한 웃음으로 낯빛을 그리며 살지만 연중
      행사처럼 온 전신에 밀려드는 고통의 연유를
      오늘에야 깨달았습니다

      아버지..
      기억하시나요 십삼년전 유월하고도 초 닷새날
      차디찬 몸뚱아리에 갓난아이같은 미소와 선한
      낯빛을 두시고 그 나라로 옮겨 가셨습니다
      새벽 기도를 다녀와 아버지 드실 간식을 만들며
      돌 무더기처럼 누르는 알 수 없는 전 날의 불안한
      질문이 이른 아침 걸려 온 전화기의 떨리는 울림으로
      그 답을 가져다 주었었습니다..

      오후에 LA 작은 오라버니가 전화를 했습니다
      어머니가 많이 편찮으신 것 같다고..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지도 못하겠습니다
      홀로 사랑과 미움을 그리움이란 억울한 단어에
      구겨 넣고 노인이란 핑게로 생각도 늙은양 지내시는
      어머니도 소금에 절인 배추마냥 저리 구부려 하루를
      지내고 계시는 날일것입니다 장손의 집에 머물지 못해
      아버지 기일을 한 자리에 지키지 못하는 어머니의
      아픈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음은 지금
      내 마음을 내 스스로 들여다 보기 때문입니다

      살아오는 동안
      하루라도 아버지 생각을 건너 뛴 적이 없음은
      한번도 아버지를 제대로 보내드린 적 없기 때문입니다
      칠성판 위에 흙이 떨궈지는 동안 제 눈자락에 눈물
      한방울 달지 않고 있었음은 아버지 홀로 두고 산을
      내려 오며 저도 그곳에 두고 왔기 때문입니다

      사람 앞에서 눈물 보인 적 없는 저를 독하고 차갑다
      말들 하지만 가장 사랑했던 아버지를 땅에 묻고도 사는데
      제 삶에 어떤 이별이나 아픔이 눈물로 지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버지,
      그 날이 되면 언제나 그리움과 보고픔에 너무 버거워
      마구 떠들고 싶은 날 이기도 합니다. 이곳으로 이사 온 후
      바다를 찾지 못합니다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던 바다 사진
      한 장 꺼내어 두고 생각합니다

      당신 가실 시간 헤아리며 해질녘 머언 수평선 가물거리는
      해를 바라보며 홀로 앉으셨던 그 자리를 생각합니다
      아버지 등이 흔들렸습니다 생의 아쉬운 자락이 그림자로
      깊게 눕고 아버지는 서해 그 바다에 눈물을 빠뜨리우셨습니다


      아버지
      얼마나 나 더 살아야
      그곳에 갈 수 있을까요
      아플 때 안 아프고 싶으면
      늘 그곳에 가고 싶습니다

      오늘
      아버지 그리움 가득 차 있으면서도
      오늘
      아주 많이 많이 웃고 떠들었습니다
      어쩌면 내가 아닌 나로 앉아 있었나 봅니다

      아버지
      들리시나요..

      사.랑.을.드.려.요

      * 아버지 기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