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에프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의 형제'에
이반이 동생 알료사에게 했던 이야기..
"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은 사랑할 수 있어도 가까이 있는
사람은 도저히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아.. 인간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이 숨어 있어야만 할 필요가 있어
그 인간이 조금이라도 얼굴을 드러냈다가는 사랑 같은 건
당장 날아가버리고 마는 법이니까.."
사랑한다는 일에 찬물을 끼얹는 말 같지만 공감되는 말이다
혼자 있다는 것
시공간적 의미를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함께 있어도 혼자일 수 있으며 수만의 군중 속에서도
혼자 있을 수 있다 언제나 나는 부분으로 타인에게
존재할 뿐 전폭적으로 나를 맡기는 동참은 없다
인간이 다스릴 수 없는 일..
오욕칠정五慾七情의 마음을 다스려 나를 지켜가는 일이
온전할 수 없겠으나 그 혼란 속에서 나를 보는 눈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시적이든 불가시적이든 '나'를 잊어야 한다고 하는데
사람을 제외한 세상 모든 피조물은 '나'라는 의미를 찾으려거나
그 이름에 값을 위해 몸부림 치며 살지는 않는 것 같다
생각해 보니
사람만이 제 이름을 아는가 보다
이름을 안다는 것..제대로 안다는 것..
창조주의 부름과 섭리를 제대로 알아가는 것..
너 거기 있고 나 여기 있다는 실존에만 둔다면
기계적인 부름에 반응하는 동물일 뿐
생각해 보니
산은 제 이름을 모르고 거기
강도 제 이름을 모르고 거기
제 이름도 모르면서 존재하는 거
나
산과 같이
강과 같이
누가 불러주든 말든 그렇게
우주의 한 티끌로 흘러 간다.
한 점 티끌의 흐름이 어찌 가벼울 것이며
뉘라 함부로 가볍다 하리요 온 천지 긴 시간을
지나며 그 안에 품어 들인 수 많은 것들이 있을 터..
나
오늘도 그리 흘러 가리라
또 다른 인연 끄나풀에 연연해 하지 않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