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에 물건을 내려놓고 차를 주차하는데 비어있는 공간에 커다란 은행나무가 있다.
팔랑거리면서 떨어지는 노란 은행나무잎이 사뭇 지나간 시간처럼 아늑하게 모여든다.
무슨마음을 갖고 자라면 저렇게 노란빛으로 물들수 있을까.
차를 은행나무 바로밑에 세워 놓았다.
차지붕위로 떨어지는 은행잎을 바라보면서 은행잎이 덮여 있는 차를
몰고 갈 생각을 하니 벌써 기분이 좋아진다.
일을 시작하기 위해 장터로 향하느라 초등학교를 지나는데 한 꼬마가 문구점앞에 쪼그리고 앉아있다.
꼬마가 정신을 다 놓고 바라보고 있는 곳은 동전을 넣으면 장난감이 빠져나오는 자판기 앞이다.
하도 고개를 빼고 바라보고 있어 나는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꼬마 옆에 앉았다.
꼬마는 나를 바라본다.
"이거 하고 싶니?"
꼬마는 고개를 끄덕인다.
"몇살이니?"
양손을 펴서 손가락 여섯개를 내보인다.
순하게 생긴 꼬마는 다시 장난감 자판기를 쳐다본다.
"많이 하고 싶니?"
꼬마는 고개를 끄덕인다.
주머니를 뒤져보니 동전이 칠백원이 있다.
"아줌마가 돈줄께 해봐"
꼬마아이가 손을 뒤로 감춘다.
"괜찮아. 아줌마가 너가 예뻐서 주는 거야."
꼬마는 눈을 깜짝거리고는 두손을 앞으로 내밀고 "고맙습니다."한다.
"이거봐, 아줌마가 너가 이렇게 착한 아이인줄 알고 있었거든"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일어났다.
뒤돌아 보니 꼬마는 동전을 넣고 뽑기를 하는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손을 흔들어 주고 돌아서는데 어느틈엔지 꼬마가 쫓아왔다.
"아줌마, 어디가요?"
"장사하러"
"어디로요?
"저기 시장으로...왜, 뽑기 안해?"
"한개만 했어요. 이따가 할라구요, 그런데 우리 큰엄마는 물고기 파는데"
"그래?"
"아줌마는 뭐파는데요?"
"화장품"
"화장품요?"
"응"
"우리 엄마도 화장하는데"
"그래. 다른데 가지말고 이제 집에가. 잘가 꼬마야." 했던게 두어달 전 지나간 장이였다.
오늘 나는 장터에 앉아 먼데를 바라보고 '인도차이나'의 (까드린느 드뉘브)를 꿈꾸며 쓸쓸한 가을을 보내고 있었다.
(택도없는 생각이라 비웃기만 해봐라. 가만 안둘껴. 씩.씩.
생각하는건 내 맘이니께...푸힛.)
지나가던 엄마 손 잡은 꼬마가 자꾸 나를 쳐다본다.
나는 아이를 향해 웃었다. 예쁘네... 하고.
가던 아이는 "엄마, 화장품 사."하고 엄마를 잡아끈다.
아이의 엄마는 "무슨 화장품을 사라고 해, 얘가 왜 이래. 빨리 가"
"싫어, 엄마 화장품 사"꼬마는 엄마바지를 잡고 발을 동동 구른다.
"얘가 도대체 왜이래, 무슨 화장품을 사라고 해. 이런데서 사는 거 아니야"
(이런데서 사는게 아니라네...ㅡ.ㅡ;;)
꼬마가 울음을 터트린다.
나는 갑작스런 일에 당황하여
"왜 그래, 아가. 우는거 아니야. 엄마가 필요해야 사는 거지.
엄마한테 떼쓰면 안되지." 아이는 더 서럽게 운다.
아이의 엄마는 어이가 없는 듯 아이의 등을 내치며
"얘가 왜 안하던 짓을 하고 그래."
"그래도 화장품 사 엉엉..." 아이는 울면서 말한다.
아이의 엄마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걸음을 멈추고 아이를 쳐다본다.
나는 손님이 주고 간 사탕을 들어 아이에게 건네 주었다.
"아가. 우는 거 아니야. 이 화장품은 엄마가 필요해야 사는거야. 왜그래. 예쁘게 생겨가지고. 울지마..."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이는 울음이 잦아들었다.
아이의 엄마가 아이에게 '아줌마한테 사탕주셔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가."하니
꼬마는 젖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아줌마, 고맙습니다. 우리 큰엄마는 물고기 파는데..."한다.
아이가 지나가는데
아. 생각났다. 그 아이
그 꼬마는 지나간 장에 학교앞에서 뽑기 하던 그 꼬마였다.
아...
아...
아... 하하하 예뻐라.
세상에... 어린 아이가...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