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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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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이야기.


BY 손풍금 2004-10-08

엄마 손 잡은 어린 아이가 엄마 발자욱 따라 종종걸음치며 따라오네요.
아이, 이뻐라.
아이의 엄마는 인형옷 처럼 모양도 빛깔도 고운 아이들 옷전에 멈춰서서
옷을 고르는데 엄마 뒤에 서 있는 고녀석 얼마나 양볼이 탱탱한지 만져보면 찐계란처럼 말랑말랑 거릴것 같고 눈엔 별빛을 담아놓은것 같은게 앉아서 손님기다리던 나는
사내아이가 너무 귀여워 유혹하고 장난치고 싶어집니다.
소리는 내지않고 입모양을 만들어 말소리를 흉내내며
(이.리.와.봐, 아.줌.마.가. 껌.줄.께.)
껌을 쥔 손을 뻗자 엄마 등뒤로 몸을 감추던 사내아이는 고개를 삐죽 내밀고는
두어발자국 앞으로 내밀다 한발자국 뒤로 물리고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데
"괜찮아, 이리와봐, 껌 두개 줄께" 껌 두개에 꼬마의 경계심이 풀어지고
내앞으로 다가옵니다.
껌을 받아드는 손을 살짝 쥐니 손을 빼고 내뺍니다.
아이의 손이 따뜻하고 말랑거리고 보드랍고, 아이들은 어찌 그리 사랑스러운건지.

이제 바람이 제법 차가워 옷섶을 여미게 합니다.
올 겨울은 그리 춥지 않을거예요.
나는 이미 너무도 추운 겨울을 여러번 보냈기에 어떤 추위가 온다해도 그다지 겁나지 않거든요.

저만치 달아났던 사내아이의 그림자가 내 무릎앞에 멈춰 서있습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아줌마 왜 여기 앉아있어요?"하고 입에 껌을 넣고 오물거리며 좀전의 꼬마가 묻습니다.
"그냥" 하고 대답하는데 웃음이 픽~새어나와

"너 몇살이니?"

"여섯살요. 그런데 아줌마 집없어요?" 꼬마의 얼굴이 사뭇 진지합니다.

"집?"

"네."

"응, 집이 없는데"

'그럼 어디서 자요?"

"...여기서"

"여기 땅바닥에서요?"

"응"

녀석의 얼굴이 붉어지더니 다시 엄마곁으로 달려갑니다.
숨어버리는 꼬마를 보니 자꾸만 웃음이 나옵니다.
땅바닥에서 잔다고 하니까 아마도 무서웠던 모양입니다. 훗~
아이들은 정말이지 참 예쁘고 사랑스러워요.


(그 여자 이야기)


회귀하는 은어처럼
돌아갈 곳이 있는곳은 아니지만

사방으로 발걸음이 흩어지지 않는 나는
절름발이거나
앉은뱅이거나
거기가 거기인줄 밖에 모르는 미련한 여인이거나
기다리면 찾아와 줄줄 아는 옛날 옛적 전설에 얽힌 바위이거나
그 바위위에서 당신을 향한 그리움만 새기는 비문이거나

돌아갈 곳은 비록 없지만
내 마음속에 고향을 만들어 놓은
아득한 그 여자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