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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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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꽃 지는꽃


BY 이미래 2006-07-10

우리집 베란다에 심은 장미와 백일홍이 지고 있다

100일동안 피어 백일홍이라 이름 붙인 백일홍은 꽃말이 기다림이라 했다

어느날 사랑하는 연인이 전쟁이 나자 전쟁터로 떠나고 다른 한 연인은 전쟁터로 떠난 연인을 기다리다 죽어 피었다는 백일홍

시골집 꽃밭에서 여름이면 피어 있던 채송화보다 크고 장미보다 작은 꽃이 진다

여름이 다 지나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꽃은 지는것이 순서가 있다

수술과 암술이 있는 가운데가 먼저 지고 그 다음 꽃잎이 진다

꽃은 막 피어 오르려 할때가 가장 아름답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한 이십 먹은 여자처럼

꽃이 지고 나면 추하다 진꽃이 빨리 떨어지기를 바란다

 

아름다운 꽃이 필려면 다시 일년을 가다려야 한다

일년후 핀꽃은 언뜻 보기에 똑같은 모양으로 피어 있지만 일년전과 다른 모양으로 피어 있다

꽃이 지고 난 자리에 다시 초록잎이 그 자리를 채우고  꽃인지 식물인지 알 수 없게 된다

꽃이 지면 꽃대도 식물 전체가 시드는 꽃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꽃보다 꽃 나무를 좋아하나 보다

백일홍 보다 장미가 아름답고 꽃이 진 뒤에도 장미가 더 아름답다

꽃이 피면 열매를 맺는데

백일홍은 열매도 맺지 못하고 꽃과 함께 식물 전체가 시들어 생을 마감하니 슬프기 그지 없다

언제부터 이런 백일홍을 좋아 했는지 모른다

시골집 꽃밭에 여름 햇빛 받아 빨갛게 피어 오른 백일홍이 눈물 나도록 예뻤다

 

여름꽃이 지면 가을이 온다

들국화 코스모스 흐느러지게 필 것이다

가을꽃은 여름꽃 보다 더 슬프다

여름도 가기전에 가을 앓이를 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