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만물이 생동하고 여인의 얼굴이 발그레져 오는 봄이다
봄이면 나의 살던 고향으로 간다
그곳에 가는 이유는 언제나 파릇파릇한 봄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봄을 보기란 어쩌다 쾌청한 하늘 그리고도 공원에 가거나 아파트 앞 화단이 전부다
북적한 사람들은 모두들 바쁘다
봄이 한가하게 피어날리 없고 기다리질 않는다
빨리 빨리 변화가 좋고 진보가 발전적이다
내가 시골에서 산지 이십년이 지났어도 시골에 대한 기억은 이십년전 그대로다
길가의 민들레 밭두렁의 연초록 쑥 여린 호박순등 말이다
시골에 땅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별장같은 집이 두세채 있어서 그리 달려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어찌보면 봄이면 나는 이방인이다
이곳에 산지도 십년이 지났어도 봄이란 늘 파릇파릇 시골처럼 선명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이 짙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내 아이가 사는 이곳이 이젠 편해지려한다
생각한다면 미래는 편하고 희망적이고 안정적이어야 한다
미래가 늘 불안하고 이방인 같다면 우리는 미래를 꿈꾸지 않고 삶을 저축하지 않을 것이다
나 혼자서는 제일 강하고 혹은 강할지 모른다
그것은 미래보다 현실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순간의 자유보다 미래를 택하는 절제가 필요하리라
그래서 멀리 봄을 맞으려 가지 않아도 봄이 찾아오는 이곳이 숲이 울창히 덮히고
바닷바람 들어 갯벌이 살아온다면 공단의 매캐한 연기도 미래라면 참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