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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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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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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단


BY 이미래 2003-09-29

[올해는 깨가 잘 안되어 참기름을 못보내겠다

수입깨라도 사서 참기름을 짜 보내마]

이제는 그러지 말라고 해도 여전히 노인네들 고집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해마다 부쳐주는 깨와 참기름을 올해도 부치려 한다

태풍에 수해에 널려있던 깨도 다 죽었을 것이고 밭에 심어놓은 단 호박이 골아 썩은걸 확인했는데도 참기름은 별개라는 것이다

 

추석무렵 가을빛이 좋아서  어머니를 여윈지 얼마 안되는 친구를 데리고 시골에 간적이 있었다

깨가 잘익어 터질듯 하였고 부랴부랴 베어간 깻단을 세워놓고 작대기로 털 즈음

어머니는 짚더미를 들고 밭으로 가고 나도 집에만 있을수 없어 어머니를 따라 나섰다

[탁탁탁] 깻단이 털릴때마다 하얀 깨들이 와르르 쏟아진다

나는 부지런히 털리운 깻단을 세웠고 그일을 친구가 함께 했다

한참을 손맞춰 깻단을 세우다 보니 어머니 보다 일을 해본적 없는 그친구가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먹한 사이가 어느새 애틋한 감정이 일고 있는 중이었다

 

어머니를 따라 내려오는 언덕에는 가을 햇살이 꼬리를 내리고 있었다

집으로 오신 어머니는 밤을 쪄서 작은 방에 가서 친구와 까먹으라고 하셨다

그 밤을 까면서 나는 어머니가 안계신 그친구에게  정을을  쌓았고

그날밤 깨가 쏟아지도록 엉켜 잠을 잤다

 

그뒤 학교에서 그녀를 보지 못한후

깻단만 보면 그녀가 생각나고 가을 들녁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