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이룰 수 없어 슬펐습니다
사랑을 이루지 못해 괴로워 했습니다
자작나무 잣나무 소나무 우거진 숲에서
발가벗고 당신과 나를 비췄습니다
가을이 오면 꼭 그랬습니다
돌아오는 버스를 타고 오듯
한사랑 가득 실고 오면 정류장에서
그 사랑을 마중하느라 어쩔줄 몰랐습니다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고
담장처럼 높은 그대 창을 뚫고
당신의 팔베개를 얻는다면
가을이 다 가도록 문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사랑을 이룰 수 없어 나는 애 태우고
사랑을 이루지 못한척 당신은 사랑을 떠나갔습니다
나는 여전히 사랑을 기다렸고
어쩌면 지금도 사랑이란 이름곁에 서성일지 모릅니다
혹시라도 우연히 내 마음을 열어 본다면
거기 그 아이가 있을지 모릅니다
사랑에 미쳐 당신을 향해 울부짖던 아이 하나 말입니다
떠나간 줄도 모르고 정리하지 않은채
당신을 향해 빗장을 걸지 못하는 아이 하나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