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99

절대사랑 20장


BY 어지니 2003-06-23

 포커스; 어, 왠일이야? 어떻게 알고?

 흙비님이 포커스님에게 귀속말로.. 전화가 계속 통화 중이길래..."

 포커스; 하하하하...귀속말로 안해도 돼... 이젠 내가 어딜 가도 찾아내는 군.

 흙비; *^_^*

 그의 웃음소리가 바로 귓전에서 들려오는 것 같아 나경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의 웃음소리는 언제들어도 기분이 참 맑아져.
박하사탕을 입에 문 것처럼....

잠시 들리지도 않은 그의 웃음소리에 젖어있던 나경은 다시금 그가 무슨 말을 해주기를 기다렸지만, 그는 말이 없었다.
이미 앞서 와 있던 블루라는 닉네임의 사람도 무엇을 하는지 말이 없었다.

 띵하는 벨소리를 내면서 파랑이라는 사람이 대화방으로 들어왔다.
그런데다 기혁은 계속해서 묵묵부답...침묵을 고수하고 있었다.

 잠깐, 화장실에 갔으려니...담배를 피우고 있으려니...

그녀는 이내 돌아올 기혁을 대신해 파랑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흙비; 어서 오세요, 파랑님.

 파랑; 안녕하세요, 흙비님...근데 다들 왜 이렇게 말이 없는거죠?

 흙비; 그러게 말이예요...모두 잠수병에 걸렸나봐요.

 그 때, 기혁이 말문을 텄다.

 포커스; 아, 미안합니다.

 이내 기혁이 돌아왔지만, 파랑은 무성의한 손님 대우와 썰렁한 방 분위기에 대한 한마디를 던지면서 방을 나가버렸다.

 포커스; 이런...저렇게 나가버리는 군...미안해. 다른 방에서 얘기좀 하느라구.

 흙비; 뭐?

 포커스; 얘기했잖아...MSN 쳇방에서는 다른 방과 이중으로 대화할 수 있다구.

 흙비; 예나 지금이나 이중으로 딴짓하는 것은 변하지 않았어!"

 포커스; 그냥 그 방에도 친구가 있어서..."

 흙비; 그럼 그렇다고 한마디 말이라도 해줘야 하는거잖아...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되돌아왔다는 건데 하나도 고맙지 않아....내가 나가줄테니까 마음 푹 넣고 딴짓해.

포커스; 아니, 그러지마,

나경은 뻗쳐 오르는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하여튼, 능력도 좋다니까.

 따르릉. 따르릉...........
이내 울리기 시작한 핸드폰은 한번, 세 번, 다섯 번, 열 번... 그리고 조용.......

 따르릉..따르릉.......
한번, 다섯 번, 열 다섯 번... 그리고, 다시 조용......

그리고, 다시 따르릉....

 기혁은 인내심 테스트를 하는 사람처럼 받을 때까지 재다이얼을 눌렀고, 나경은 전화가 울리면 울리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방에 없는 줄 알았더니...있으면서, 왜 전화를 안 받어?“

 “어, 그게...폰을 엇따 두었는지 찾을 수가 없어서...찾고 있는 중이야.“

 “아, 그래? 그렇게 앉아서 이렇게 코앞에 있는 폰을 찾고 있다구?“

 “아! 그러네...내가 왜 이러지...치매 중증이야.“

 입술을 실룩거리는 정민으로부터 폰을 받아들었다.
폰의 울림이 중단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난 나도 여자지만....가끔 널 보면서 여자란 무엇일까 생각하게 돼. 정말 그 전화를 받기 껄끄럽다면, 넌 폰 전원을 내려놨을 거야. 그런데 그게 아니지? 전화가 오기를 내내 기다리고 있는 거야. 그렇게 노도 상대방도 애달게 하는 아! 그대의 이름은 여자이려나!“

 살점을 아프게 꼬집는 듯한 정민의 말에 못 이기겨 연신 울리고 있는 폰을 집어 들었다.

 “정말 너무한다.“

 “기혁씬 그게 문제야.. 원인 제공은 기혁씨가 해놓구선 책임전가를 하는 거..“

 “무슨 말인지 쉽게 풀어서 말해. 머리에 쥐난다.“

 “내가 아무리 초대받지 않고 갔다지만, 어쩜 그렇게 무심할 수가 있는 거야?!“

 “그렇게 나가버린 사람은 너야. 내가 나가라고 했냐?“

 “그렇게 만든 사람은 기혁씨잖아.“

 “떼쓰는 건 여전하구나, 너....왜 그렇게 힘들게 사는지 모르겠다, 너....“

 “뭐라구?"

 “고생을 사서 한다구.“

 “기혁씬 그게 나빠! 나만큼 나를 사랑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뭘 해 달라는 것도 아닌데..왜 그런 모진 말을 해? 내가 기혁씨한테는 그 정도 가치밖에 안 되는 사람인거야?“

 사서 고생한다는 말에 격분한 나경은 그 다음 말은 더 이상 들을 만한 기분이 아니었다.

 “내 말끝까지 들어.“

“아니, 싫어. 기혁씨가 무슨 말을 해도 내겐 사서 고생한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을 테니...나도 기혁씨처럼 그렇게 냉정해질 수 있으면 좋겠어."
 
“음......일 년전에도 똑같은 일로 우린 실랑이를 벌였어. 기억할 거야. 그때 내가 너한테 이런 말 했었다. 너를 대하는 감정으로 다른 사람을 대 하는 게 아니라고. 그러니 믿으라구..당신 그때도 질색 팔색을 하면서 내 말은 귀뚱으로도 듣지 않았어. 지금도 그래.“

“기혁씨도 마찬가지야. 사람을 몰아세우는 것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나경은 기혁의 말에 소리내어 속내를 드러내 보이고 싶었다

 이 바보야! 그건 믿고 안 믿고의 차원이 아니야. 당신이라는 남자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나만 바라봐 주길 바랄 뿐이야. 것두 몰라? 차라리 욕심이라고 한다면 이해를 하겠어. 당신을 정말 사랑하기 때문이라구.

 “그만두자.“

 대화의 단절을 요구하는 그가 순간, 그녀를 견딜 수 없게 했지만, 나경은 그만하자는 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벤댕이 소갈딱지라고 욕하고, 핀잔을 준데도 순간, 열 받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경은 신경질적으로 차 도어를 열어 제끼며 차 밖으로 뛰쳐나왔다.
 
씨...끝까지 행복한 꼴을 못 봐. 저 인간 속에는 도체 뭐가 들어 있는거야! 정말 날 사랑하긴 하는 거야? 이씨...사서 고생 좋아하네. 그래, 난 계산적이지 못해 이 모양 이 꼴이다! 그렇게 자로 잰 듯이 반듯하게 참 잘도 사랑이란 걸 하겠다. 정말 얼마나 폼 나게 잘하는 가 두고보자.

 씩씩거리면서 방문을 확 열어 제낀 나경은 침대를 향해 몸을 날리면서 혼잣말을 게속해대었다.

 뭐야. 도채...

 나경은 침대에 일어나 앉았다,
방을 서성거리면서 무심하게 내뱉은 말에 상처받은 가슴을 어루만졌다.
 
커피포트에서 솟는 하얀 김처럼 맥없이 그녀의 얼굴에 눈물이 번지고 있었다.

 정민과 자전거 하이킹을 가기로 했었던 약속을 감기 기운이 있다는 말로 버리고, 왠종일 컴 앞에서 풀타임으로 기혁을 기다렸다.
 
아무리 바보같다고 해도 자신으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무료하고, 지리하고 가슴이 답답했다.
나경은 창을 열었다.

[어디니? 왜 전화 안받어?]

특근이라 일요일인데도 출근한 정민으로 부터 메모가 들어왔다.

 <오목방에 있어.>

 CQM(메신저)으로 원하는 상대의 접속여부는 알 수 있지만, 비디오 노출 거부상태인 상대의 위치까지는 파악할 수 없다는 기혁의 말을 떠올리면서, 나경은 자신의 위치를 밝혔다.

 나경은 게임코너로 들어가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여가면서 게임에 젖어들었다.
누군가로부터 메모가 있다는 정다운 벨소리와 함께 정민의 아이디가 떴지만, , 알 리 없는 상대방이 오목알을 놓는 순간 메모판은 사라지고 말았다.
 나경은 기권을 하고 게임을 종료하고 밖으로 나왔다.

 <미안해...뭐해??>

 <너 정말 나쁜 애구나.>

 짧은 문구였지만, 정민이 아니라는 것을....금새 기혁임을..알 수 있었다.

 <대체 어떤 놈이야!>

 <무슨 말이예요?>

 <능청을 떨어 대는 것도 이제는 아주 수준급이 다 되었구나. 대체 어떤 놈이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언놈한테 보낼 메모를 나한테 잘못 보낸 거잖아.>

 <참....휴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째서 사람을 이렇게 못 믿을까..자기는 통신상으로 만난 사람과 전화를 하고, 만나기까지 하면서 오목 방에서 고작 몇 마디 나눈 것에 저렇게 사람을 매도할 수 있나하는 생각으로 순간 화가 치밀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그의 사랑이 원색의 질투심과 함께 느껴지기도 했다,

 <바람피면 죽여버릴 거야!>

순간, 스치는 생각에 잠겨 있던 나경은 소름끼치는 한소절의 문구에 또 다시 할말을 잃고 말았다.
 잠시 말이 없는 나경의 반응을 기혁은 제멋대로 예쓰라는 대답으로 받아들이고, 격분하기 시작했다.

 <뭐라구요?>

  흥분제없이도 사람을 곧잘 흥분하게 하는 기혁을 마주하고 있기라도 한 사람처럼, 나경은 화면을 째려보았다.

 <피고도 안 핀다고 하면 기혁씨가 알게 뭐야?>

 바보. 왜 이런 말을 해서 그러잖아도 흥분해 있는 사람의 기를 채우는 거야. 나도 참...

 <안 보인다고 생각해? 다보여. 느껴지는게 있단 말야.>

 <볼려면 제대로 봐,>

 <죽이고 싶다, 정말!>

 <왜 그래 정말? 죽이긴 누굴 죽이고 싶다는 거야? 그런 사람 없다니까 정말 왜 그래?>

 <너 말야! 너를 죽이고 싶다구!>

 왠종일 기다렸던 사람이었지만, 나경은 그에게 흔해빠진 사랑이라는 말은 고사하고 죽이고 싶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사랑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마음에 마음을 다져 충실히 행해져야 한다는 기지의 사실을 무참히 깨뜨리고 마는 순간이었다.

 그 평범한 진리마저도 먹혀들어가지 않는 이 남자...순간, 순간...생각나면 생각나는대로, 충독적이지 않으면 그는 대번에 말한다.

 잔머리 굴리지 말라고...가식적이고, 꾸며진 사랑은 싫다고......

 기혁은 기혁대로 담배를 내리 피워대면서 눈을 부라리고, 화면을 노려보았고. 그녀는 그녀대로 할말을 잃어 창밖으로 얼굴을 돌려버렸다.

이런 제길...왜 끝까지 해피엔딩이 안 되는 거야. 저 여잔 뭐야. 나 하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있는 대로 성질을 내버리고 가버리기 일쑤니 원...
 
 10분이 넘게 화면과 창밖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던 나경은 시간 초과로 접속이 종료되는 것을 가만히....그냥 내버려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