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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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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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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사랑 9장


BY 어지니 2003-06-23

<font color=green><marquee><b>뒤늦은 깨달음: 남자와 여자는 이래서 틀린거다.</b></marquee></font>


이건 정말 맹세코!!! 생각에도...예정에도...일정에도 없던 일이야.


 거짓말에 거짓말을 늘어놓으면서도 그를 만나는 것에 일말의 후회라든지, 어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조바심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와 밤까지 지새우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위험천만한 일인데다 바보같은 짓이었다.

 그러나...그가 지켜준다 했으니...별일이야 있겠어? 이렇게 온전히 나를 뒤흔들어 놓은 이 사람...헤어지고 쉽지 않아....그냥...뭐, 얘기나 하면서....나를 지켜준다고 했으니...별 일은 없을 거야...그럴 거야...

 남자와 여자가 한정된 공간에 있으면 어김없이 펼쳐지는 행각에 대한 염려로 집으로 가야한다는 지극히 이성적인 생각은 기혁과 함께 있고 싶다는 감정적인 생각과 맞물려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았다.

 운전 때문에, 술을 마다하던 기혁은 집으로 들어서자 술잔을 손에서 떼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 자신을 쳐다보는 그의 눈빛도 예사롭지 않았다.

 갇힌 공간에 느낌과 마음이 통하는 남자와 함께 있다는 것이 뒤늦게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피곤하면 자...보일러 틀어놨으니까..따뜻할 거야.."

 "아무래도...집에 가는 것이 좋겠어요..."

 "또 그런다...여기까지 왔는데..왜 그런 말을 해서 사람 염장에 불을 지르냐??"

 내가 뭐랬다고?

 집에 가야한다는 생각과 그와 더 있고 싶다는 생각이 서로 맞물려 그러지 않아도 머릿속이 터질 것 같은데, 빈속에 마신 술 때문에 앉아 있기도 힘겨웠다.

 나를 지켜준다 했으니 무슨 일이 있을라구...

 기혁과 있고 싶다는 생각에 또 다른 구실을 갖다 붙이면서 나경은 겁도 없이 그의 침실에 들어가 입고 있던 쟈켓을 벗어 침대에 모로 누웠다.

 느낌이 통한다는 것말고도 위험한 느낌하나...기혁이 너무 편하다는 것..스르르 눈이 감겨왔다.
 온 몸의 신경세포가 다 휴가를 신청을 하고 몸에서 빠져나가는 듯한 나른한 기분으로 나경은 눈을 감았고, 이내 고른 숨소리를 내면서 잠이 들어버렸다.

 그녀는 한번도 경험하지 없는 이상한 느낌을 감득했다.

 무엇인가 몸을 더듬는 부드러운 살결의 촉감에 흠칫 놀라 반짝 눈을 뜬 나경은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남자를 보았다.

 불규칙하게 내뿜는 기혁의 숨소리에 그제서야 나경은 무엇인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고 벌떡 일어났다.
 그가 나경의 팔목을 잡았다.

 "이리와 힘빼지 말자."

 "기혁씨..."

 얼굴 가까이에 느껴지는 그의 숨소리에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면서 지금까지 느껴왔던 기분과는 다른 흥분으로 나경은 몸이 옴츠라 들었다.

 얼굴을 옆으로 돌려버리는 그녀의 작은 행위는 오히려 기혁의 흥분을 가중시키고 있었다.
 그의 부드럽고 도톰한 혀가 목덜미에서 귓 볼로 그리고 입술 안으로 파고들었다.

 결코 거부하고 싶지 않은 그의 행위는 부드럽고 달콤했지만, 아직도 차갑게 깨어있는 그녀의 이성은 그의 가슴을 밀어내었고, 침대 밖으로 벌떡 일어났다.

 이 사람을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절대로 이런 미친 짓은 하지 않았을 거야.

 "아무래도 가는 것이 좋겠어요."

 "진심이 아니잖아."

 "진심이고 아니고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내겐 중요해.

 그가 앞으로 간격을 좁히며 걸어왔다.

 뒷걸음치던 나경은 문가로 다가서 문을 열기는 했지만, 거친 남자의 손길에 떠밀려 침대에 내던져졌다.
 처음으로 그가 겁나고 무섭다는 생각을 하면서 몸을 추스린 나경은 다가서는 그를 완강하게 떠밀어내었다.

 그러나, 기혁의 눈으로 보이는 여자는 이미 자신의 공간에 들어와 있었고, 억지로 끌고 들어온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으로 그녀를 밀어 부치고 있었다.

 기혁의 손이 바지의 혁띠로 옮겨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이내 덤벼드는 남자를 피해 다시 침대로 내려오던 나경은 그에 의해 침대 쪽으로 떠밀려졌다.

 쿵.

 부딪친 머리가 아프다는 생각을 할 새도 없이 가슴을 밀어붙이며 덮쳐오는 남자를 피해 고개를 숙이고, 몸을 버둥거렸지만, 기혁의 힘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제발....제발..기혁씨..."

 그녀 눈가에 맺힌 눈물이 기혁의 혀끝으로 느껴졌다.
기혁은 얼굴을 들어 울먹이는 여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느낌대로만 하자구. 내가 널 느끼듯이 너도 그렇게 날 느끼면 되는 거야. 그러면 되는 것을 뭐가 그렇게 어렵니??

 "세상을 참 편하게 사시네요. 난 그럴 수가 없단 말이예요!?

힘이란 힘을 다 끌어내어 기혁을 떠밀어내었지만, 또 다시 보기좋게 내동댕이쳐지는 꼴을 당하고 말았다.

 "나와 같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구나..."

 "기혁씨...우리 관계를 이런 식으로 음해하지 말아요, 제발..."

 "헛소리 집어치워!!"

 또 다시 덮쳐 온다면 무슨 말을 해야하고,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나경은 허탈한 음색으로 말하면서 방을 나가버리는 기혁의 등언저리를 보고서야 심하게 뛰고 있는가슴을 쓸어내렸다.

 "미안해요...정말 미안해요."

 "현실을 바로 보라는 말이겠지? 내 현실은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밖에 없어."

 방을 나온 기혁이 맥주 캔을 따는 소리를 들은 나경은 그에게 다가가 마시고 있던 캔을 뺏어들었다.
 말없이 나경을 쳐다보던 기혁은 그녀가 싱크대에 맥주를 쏟아내 버리는 일에 다시금 격분해 언성을 높였다.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더 이상 이러지 말아요. 미안해요. 미안한데 우리 이러지 말자구요."

 "날 얼마나 비참하게 만들어야겠니? 남자는 자존심 하나로 인생을 포기할 수도 있다구...당신처럼 자존심을 짓밟은 여자는 처음이야."

 내가 뭘 어쨌다구...

 미안하다고, 안된다면서 절규하듯이 말하긴 했지만, 그의 손길이 닿는 순간...시간과 빛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 같은 절묘한 감각을 경험하게 했다.

 그 절묘한 감각은 모든 것을 다 잊고 그가 하자는 대로, 못 이긴 척 해버릴 까하는 생각을 하게 하기도 했지만...깨어있는 그녀의 이성으로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반 어거지로 침실로 다시 들어온 나경은  원망의 시선으로 자신을 쳐다보면서도 포기한 듯 침대로 벌렁 드러 누워 버리는 기혁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얼핏설핏 잠이 들었는지 곤한 기혁의 숨소리가 귓가로 들려왔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의 살결이 느껴지는 공간에서 잠이 든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도록 침대에서 내려온 나경은 흐트러진 머리와 옷매무새를 바로 하고 가방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쟈켓을 입고 쳐다본 시간은 새벽 3시였다

 다시금 방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지금 그 시간에 집에 들어갈 수도 없었고, 승규에게 전화를 걸 수도 없었다.

 상심한 나경은 다시금 방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나경은 결국 처량한 바보의 모습으로 거실 바닥에 쪼그리고 누워 동냥잠을 자야 했다.

 거실에 한참을 누웠다 깜박 잠이 들었던 나경은 덥썩 두 팔에 안겨드는 것을 느끼고는 화들짝 놀라 경기를 일으키듯 몸을 떨었다. 그것은 전율에 가까운 감각이었다.

 "가만히 있어 이러다 감기라도 들어버리면 어쩌려구 그러니? 내가 그렇게 끔찍한 거야??"

 "그런 거 아니에요..."

 "떨지 말고 들어가 눕자. 정말 이러다 감기 걸려."

 그의 팔뚝에 머리를 베고 잠을 잔다는 것은 그 못지 않은 고문이었다.
하지만, 나경은 정말 잠이 든 것처럼 숨소리를 고르게 하면서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밤새 뒤척이면서 밀고 땡기는 실랑이의 연속으로 뾰족뾰족 날카롭게 돋아난 신경 때문에 한숨도 제대로 자지 못한 나경은 어느 한 순간에 짧지만...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이리저리 몸을 뒤척거리던 나경은 잠결에 그의 가슴에 앵기는 것도 모른 채, 기혁의 가슴으로 파고 들었다.

 고운 그녀의 머리결을 손가락 끝으로 어루만지면서 흐트러진 옷 사이로 보이는 작고 탐스러운 가슴을 만지고 싶은 욕구에 기혁은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아 애궂은 잇몸만 아프게 깨물었다.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자신을 짓밟아놓았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녀를 미워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속이 뒤집어 질 것 같은 갈등과 혼돈을 겪고 있는지도 모르고. 새근새근 고른 숨까지 내어쉬면서 잠든 나경을 쳐다보는 기혁의 가슴은 알 수 없는 슬픔으로 짜안하니 밀려왔다.

 눈을 부시게 하는 햇살을 손바닥으로 가리면서 여늬 때와 다름없는 아침을 맞으려던 나경은 벌떡 침대에서 일어났다.

 여긴 집이 아니야!

 기혁은 방에 없었다.
그리고, 벽에 걸린 시계는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기혁은 베란다에서 회색 담배연기를 뿜으면서, 딸깍하고 문소리를 내면서 방을 나오는 나경의 인기척을 들었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눈빛도 제대로 마주치지도 못하고, 시선을 내리깔고 있던 나경은 핸드폰 알람소리에 맞추어 담뱃불을 끄고 일어서는 기혁에게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말했다. .

 "커피...마실래요?"

 "난 빈속엔 커피 안 마셔."

 "참...그랬죠..."

 무참하게 자존심이 짓밟혔다고 했으니 이 정도의 무안을 당하는 것쯤이야....

 생각해보면 특별하게 잘못한 것도 없었지만, 기혁의 가슴에 안겨 한없이 빌고 싶었다.

 "뭐하는 거야? 지금!"

생뚱거리는 그의 말에 순간적으로 눈물이 솟구쳤다.
눈물을 감추며 현관 앞에서 구두를 신는 그녀의 등 언저리에 한발 다가선 기혁이 말했다. 아니, 소리쳤다.

 "집에 가려구요...."

 "같이 나가. 어디가 어딘지도 모른다면서...."

퉁명한 그의 음성에 느껴지는 이별 예감에 어깨로 느껴지는 소름을 추스리면서 구두 속으로 발을 끼어 넣었다.

 "정말 말 안 듣는다. 끝까지 날 나쁜 놈으로 만들고 싶은 거야??

 "내가 뭘 어쨌다고...그래요..."

 "그러니까 기다려. 기다리란 말이야."

 목젖으로 스며드는 바람이 차가웠다.

 나경은 어깨를 잔뜩 움츠리면서 떨다가 기혁과 눈이 마주치자, 전혀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어색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운전석에 앉은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보냈고, 그녀 역시도 아무 말 없이 돌아섰다.

 차에 앉은 나경은 그를 생각하면 눈물이 솟구칠 것 같았지만, 울만한 기운도  없었다.
 생각은 하나...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