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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사랑 7장


BY 어지니 2003-06-23

tonight... tonitht...
너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 향긋한
향기 상큼한 느낌 가지고 싶지 눈을 감고
너를 만지고 싶지 냇가에 흐르는 시냇물처럼 .....

가끔은 핸드폰의 울림으로도 기분을 바꿀 수 있다는 지영의 말대로 요 며칠전에 입력해 두었던 터보의 tonight가 들려오고 있었다.

 자정을 훨쩍 뛰어 넘은 시간에 울리는 핸드폰 울림소리가 방 밖으로 새어 나갈까 나경은 뜀박질 하듯이 뛰어서 침대 아래로 내려왔다.

 "뭐해?"

 ''뭐해'' 라는 말을 하는 장 기혁이라는 사람을 너무 사랑하게 되버린 자신이 너무 바보같았고, 너무 어이가 없었다.

 "그냥...있어요."

 "우는 거야? 왜 또 울어?"

 "안 울어요."

 늘 안 운다고 말하지만, 여리게 전화선을 타고 전해지는 그녀의 울음소리는 언제나 기혁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이 여자 정말 나를 사랑하는 거야. 이럴 수 있나? 이 여잔 왜 이러고, 난 또 왜 이러는 거야?!

 "누가 온 거예요?"

 송수화기를 통해 아주 익숙한 소리...컴에 접속된 상태에서 누군가로부터 메모가 오고 있다는 벨소리가 나경의 귓가로 전해졌다.
 숙소에 옷가지만 옮겨다 놓았다 했으니, 컴에 접속된 상태에서나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아닐 것이다.

 "아니, 왜?"

 "초인벨 소리 같은게 들려서요..."

 "하하하...나, 너한테 거짓말 한 거 있어."

 "알아요."

 "알아? 하하하하...너도 천리안이 다 됐구나."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됐는데...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무슨 말이야?"

 "피곤하다고 했잖아요. 그만 끊고 자요."

 샐쭉한 그녀의 코멩멩이 음성에 기혁은 그녀의 기분이 틀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경아! 왜 또 그런 거야? 난 너 목소리 더 들으려고, 충전기 가지러 집에까지 와버렸는데..."

 "뭐라구요? 그럼...지금 숙소가..아니란 말이예요?"

 "집이야. 전화 끊고...뒤숭생숭해서 담배 한꼬대 하러 나왔다가 아주 집으로 와 버렸어. 충전기가 여기 있잖아."

 "뭘 그렇게까지....."

 "내가 거짓말이라고 한 건 그거였는데...뭐야? 왜 그렇게 기분이 틀어진 거냐구?"   

 "밧데리 다 됐다고 했는데...다시 전화 했었어요... 음성에 남겨진 목소리를 들으려구요."

 "그럼, 아까 전에 말없이 끊긴 전화가 당신이었군...그런데, 뭐?...설마, 당신...내가 피곤해서 밧데리가 다 됐다는 말로 전화를 끊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어처구니 없다는 듯 그가 헛웃음소리를 내었다.

 "아주 먹통이 되지 않은 상태이니, 제대로 된 통화는 할 수 없어도 걸려오는 전화를 받을 수 있는 거라구....이렇게 구구절절히 설명을 하고, 널 이해 시켜야 하니? 아직두? 그렇게 날 못 믿어? 정말 그런 것 같으면 피곤해 픽픽 쓰러질 것 같은데..두어시간을 달려서 잇까지 왔겠어? 왜 그렇게 내 마음을 몰라주는 거야? 정말 화나려고 한다."

 그가 처음으로 화를 내고 있었다.

 언제나 하하하 사람좋은 웃음소리를 내고, 언제나 그녀를 지켜주고 싶다고 했다가도 혼란스러워하던 그의 음성이 격해지고 있었다.

 "피곤해 지친 몸을 끌고 여기까지 왔는데..정말 너무한다. 어떻게 해야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알아주겠니? 너의 마음을 다 받지 못하는 것 만해도 신경질이 나서 죽을 판인데, 마음까지 의심을 받아야 하는 거야?"

 할 말이 없었다.
그저 그의 말이 진심이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욕심이 그녀의 가슴을 아프게 휘젓고 있었다.

 사랑해요...

 그녀의 마음은 그를 향해 그렇게 외치고 있었지만, 끝내 나경은 소리내어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아니, 차마 할 수가 없었다.

 "난 니가 내 마누라 같아. 누구든 이런 얘길 한다면, 날 미쳤다고 할 거야. 내가 이러는 거 나도 믿기지가 않으니까..곧 결혼해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될 너를..이런 얘길 들을 때면, 참 미친 놈이구나 생각했었는데...내가 미칠 줄이야."

 "미안해요...그런 줄 정말 몰랐어요. 핸드폰을 사용한지도 얼마되지 않았구...왜 이렇게 기혁씨에겐 두 갈래 마음인지...일 시작했다는 말에 기쁘면서도 또 나를 비껴내버린 것은 아닌지 겁이 나요."

 여린 그녀의 울음소리에 기혁은 그녀의 이름을 불렀고, 그녀는 대답이 없다.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했었지? 내가 그래. 답답하다. 어떻게 해야 니가 내마음을 믿을까? 우리 만나자. 이렇게 나를 애달게 하는 너란 사람...정말 만나고 싶다. 새끼 손가락은 잡게 해주겠지?  손도 다 잡지 않을게. 너를 안지도 않고, 너를 만지지도 않고..이런 느낌..들게 하는 너를 그냥 보기만 할게."

 만나자는 그의 말은 사랑한다는 말 만큼이나 그녀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러나, 그녀의 깨어 있는 차가운 이성은 다른 말로 대화를 유도하면서, 그와의 만남을 회피하고 있었다.

                         
                            <엇갈리는 마음>


 "뭐해?"

 ''뭐해'' 라고 묻는 그의 음색에 술기가 스며들어 있었다.

 요즘들어 부쩍 술 취한 그의 목소리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인영아...이런 지길.."

 그의 입에서 소리되어 나는 여자의 이름에 나경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미안해. 이런 적 없는데..."

 "뭐라고 했는지...못 들었어요."

 "거짓말..."

 가슴이 쥐어짜지는 아픔이 스며들었지만, 나경은 짐짓 못 들은 척 딴청을 피웠다.

 "그냥 술을 마시니까...나도 모르게 헛말이 나온 거야....니 기분을 상하게 할 생각은 없었어."

 "괜찮아요. 이해해요."

 "뭐?"

 이해한다는 그녀의 말에 순간 술이 확 깨는 것 같으면서 갑자기 신경질이 치솟았다.

 "이해한다구? 이해한다니?...아무 느낌도 없이, 컴에서 단순히 친구로 만나는 여자에게도 배신감을 느끼던 사람이...관계까지 맺고 부부처럼 살았던 여자를 이해한다구?!"

 나경은 그의 격앙된 음성에서 그가 정말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면서 짜릿한 전율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착각일는지 모르지만, 나경은 굳이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그의 사소한 말한마디에서 사랑을 느끼고 있었다.

 "과거의 여자니까 괜찮다는 말인 거야? 도대체 당신이란 여자는 알 수가 없어."

 "기혁씨가 어떻게 생각하든 난 정말 그 여자만큼은 이해해요. 그 여잔 정말 기혁씨가 사랑했던 여자니까...컴에서의 여자처럼 그여자들과 나와 같이 상대를 하고 있지는 않으니까.." 

 잠깐 침묵.
 그의 헛기침 소리...나경은 숨소리를 죽이면서 그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그의 여리게 들려오는 기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널 사랑해. 이렇게 널 사랑하는데..술을 마셨든 어쨌든 이미 지나간 사람을 생각한 게...아니, 떠올린 것 때문에 신경질이 난다."

 그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그와 통화를 하고 있으면서도 잠깐 잠깐씩 떠오르는 승규의 얼굴 때문에 마음이 개운치 않은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기혁과의 사랑이 깊어갈수록, 승규의 부인으로 자리매김하는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마음에 이는 조바심의 깊이만큼 기혁을 향하는 마음이 더 애잔해졌다.

 피곤한 기혁의 음색이 마음 아프고 아무 것도 할 수없고, 해줄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서글퍼지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뭐해?"

 그는 늘 같은 말을 시작으로 그녀의 가슴을 설레이게 했다.

 매번 듣는 그의 목소리...그의 목소리가 귓가로 전해져 올때면, 나경은 가슴이 너무나 울렁거려서 헛구역질을 할 것만 같았다.

 뭐하긴...전화 기다리느라, 목이 두 뼘은 길어졌지.

 "난 밥 해먹기도 귀찮고 해서 라면 먹고 있는 중이다."

 "편하게 먹고 전화하세요."

 "그러지 않아도 돼."

 "갑자기 일 시작하고, 피곤하고, 배고프고.,...내 마음이 편치가 않아요. 먹고 전화하세요, 기다릴게요..그렇게 해요, 기혁씨."

 그에게 해줄 수 있는 배려라는 것이 고작 이것뿐이구나 생각하면서 서글픈 마음으로 핸드폰을 내려놓은 나경은 쓰디쓴 블랙을 목구멍을 들이부었다.

 벽에 걸린 시계를 들여다보는 목이 아플 때쯤 기다리다 못한 나경은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음성 사서함입니다. 음성을 남겨주세요.."

 획일적인 기계적인 여자의 음성에 이어 기혁의 음성이 들려왔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메모를 확인하는 즉시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행복하세요."

 나경은 정신이 멍해지는 것 같았다.
핸드폰 충전이 다 되었다는 말도 하지 않은 그가 전화를 받지 않고 있었다.

 난 그저 편하게 먹으라고 따나 생각한 건데...뭐가 그렇게 기분이 나빠서 전화를 음성으로 돌려놓은 거야?

 다시 전화..다시 들려오는 그의 음성.
 의도된 대화의 단절?
처음으로 기혁에서 느껴지는 단절은 나경의 가슴을 짓이기면서 상처를 주었다.

 서로의 느낌이 통한다고 해서 서로의 기분과 서로의 생각까지 다 이해하라는 것은 이기적인 거야....

 나경은 핸드폰에 전화번호를 전송하고, 다시금 그의 전화를 기다렸다.
시간이 지났고, 그로부터는 응답이 없었다.

 다시 한 번 전송하고, 또 다시 기다림.....
역시 그로부터는 응답이 없었다.

 그와의 이별을 예감하면서 어떤 기분이 들까. 제대로 된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 까 생각했었다.
 막상 그 순간이 되자, 나경은 반쯤은 넋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어깨를 추스리면서 노래의 볼륨을 높혔다.

 난 아무렇지 않은 거야.

 원망스럽게 핸드폰을 쳐다보던 나경은 전화 다음으로 그와 연결 지어주는 컴 앞에 앉았다.

 <편하게 식사하라고 따나 생각한 거였는데...마음이 상한 거예요? 처음으로 기혁씨 쪽에서 대화의 단절을 표명하는 군요...행복하라고 했던가요? 난 행복하지 않아도 조금두요...그러나 기혁씬 행복하세요.>

 눈물이 주룩. 나경은 베란다로 나와 목젖을 휘감고 도는 바람에 가슴을 부여 안았다.

 난 괜찮아. 난 괜찮아..

 거실로 들어온 나경은 어머니의 손에 쥐어져 있는 핸드폰을 보고 괜스리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표정관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했다.

 "전화 온 거 같았는데..받으니까 끊어지드라. 박서방인가?....."

 "그 사람이 이 시간에 전화 할 리가 있겠어...그냥 잘못 걸려온 전화겠죠...주무세요."

 방으로 들어온 나경은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언젠가 그가 말했었다.
 벗고 누웠다고..그래서 따라 말했었다.
 사실은 잠옷을 입고 있으면서도 ''나도 그래요''라고 ...

 나경은 입고 있던 옷을 벗엇다.
그리고, 으실 떨려오는 한기 때문에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입밖으로 새어나오는 울음소리를 삭이고 있었다.

 그래. 잘먹고 잘살아라...그리고 아프지 말구...그리고, 다시 사랑하는 여자 만나서 잘 살아라.....
 
 따르릉.

 "여보세요? 승규씨...미안해. 정말 미안해."

 ''뭐해'' 라고 말하던 기혁의 음색이 들려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승규일 거라고 생각했다.

 "승규? 당신과 결혼한다는 친군가?"

 기혁이었다.

 나경은 벌떡 일어나 앉았다.

 으흠...

 "왜 또 우는 거야?"

 "남이야 울든 말든 무슨 상관이예요?"

 "남? 지금 남이라고 했어?"

 "말꼬리 잡을려고 전화한 거예요? 전화는 뭐하러 해요? 끝내버릴 것 같으면 이대로 끝내버릴 것이지."

 "끝내다니? 누가 끝을 낸다고 그래?"

 "그런 게 아니라면 왜 전화를 음성으로 돌려놓은 거예요? 내가 바본줄 알아요? 나도 그정도 눈치는 있다구요."

 휴우. 어렵구만
 "하, 참...이것보세요. 김 나경씨...눈치 좋아하고 있네. 그 정도의 눈치라면 없는 편이 훨씬 나을 것 같군. 엄마하고 통화하고 있었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거야? 그새."

 그래, 나는 바보다..어쩔래?! 나라고 이러고 싶어? 나라고 이렇게 바보같은 모습을 맨날 보이고 싶겠냐구....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정말 모르겠어...나도 내가 이렇게 유치하고, 바보같다는 걸 예전엔 미처 몰랐다구...난 지금 돌아버리기 일보 직전이란 말야, 이 남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