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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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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면서도 서운한 건?


BY 시냇물 2020-09-07

꼭 1년만이다
동생과 시작한 공방 일을 본의(?) 아니게 접게 된 게...

지난 5월의 갈등 이후 자매라지만 서로의 관계가 서먹해져서
근무 시간엔 각자 가기 할 일만 하고 지냈다
이런저런 일로 얘기를 하다 보면 관계가 더 불편해질 것 같고
일에도 지장을 받을 거 같아 서로  암묵적으로 말을 안 하고 지낸 것이다

둘 다 자기 마음을 털어놓지 않고 쌓기만 하니 분위기는 냉랭 그 자체인체로...

넓지도 않은 공간에서 서로 말없이 자기 할 일만 하며 작업을 하다 보면
속으로 내 얘기를 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더 많아지곤 했다

그러던 지난 8월 중순쯤 동생이 할 말이 있다며 얘기를 한다
자기가 요양보호사 교육을 받을 계획이라 공방 일은 더 이상 할 수가 없다는 거였다
원주에 계시는 엄마에게 다녀왔는데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센터도 못 가시고
집에 혼자 계신 게 엄마한테는 안 좋았는지 인지기능이 많이 떨어지셔서
요양등급이 4등급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가 요양보호사 자격을 따서 원주로 내려가 엄마를 케어하려고 한다며
동생은 엄마가 요양병원에 가시면 아마 더 오래 못 사실거라고 자기 아이 둘
키워 주셨으니 요양병원 안 보내고 자기가 엄마한테 할 수 있는대로 해보겠다고.

요즘은 제도적으로 가족 간병도 가능한 시대이니까...

엄마가 부쩍 말수도 줄어 드셨고 이젠 기억력도 많이 떨어지셔서 집 출입문 비밀번호를
잊어 혼자 나가셨다 집에 못 들어오는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다행히 옆집 사람의 도움으로 관리실에 연락도 하고 하여 어찌어찌 들어는 오셨는데
그 얘기를 들은 언니가 속이 상해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엄마에 대한 얘기를 들으니 지난 5월 어버이날 이후론 코로나 때문에 가 보지도 못한
엄마한테 너무 미안해졌다
그래서 동생이 내려가기 전에 엄마를 뵈올 겸 해서 지난 8월에 엄마한테
갔더니 반가워는 하시는데 예전보다 주변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지셨고
옆에서 부축하지 않으면 혼자서 걷는 것도 힘들어 지신 모습이 역력해
이제 혼자 계시는 건 불안해진 상황이라 마음이 많이 아팠다
이렇게 나이를 들어간다는 건 점점 아이 때로 돌아가는건가 싶어서...

사실 나도 공방 일이 점점 체력에 딸리는지라 올해까지는 어찌어찌 버텨보고
동생에게 얘길 하여 다른 방법을 찾으려던 참이었는데 차라리 잘 됐다 싶었다
하루종일 일을 하고 나서 아침에 일어나면 오른손은 퉁퉁 부어 잘 구부러지지도
않을 정도가 되니 더 이상 버티는 것도 무리는 무리였다

우리가 일을 못하게 되었다니 두 군데 일을 주던 데서 아쉬워하며 일을 왕창 넣어 주었는지라
일요일까지 빡세게 그 일을 해내느라 둘이 동분서주하였다
형제라는 게 그런건지 서로 말 안 할 때는 냉랭하던 관계가 엄마라는
고리가 있으니 서로 서운한 감정은 저 멀리 던져 놓고 마음을 다시 합치게 되는
느낌이 들었다

일을 마무리 하여 잘 싸놓고 동생은 어제 원주로 내려갔다
동생이 엄마를 케어하면 그동안 혼자서 애를 썼던 언니도 한시름 놓을 것이다

아침이면 옥탑에서 붕붕 거리던 미싱 소리가 지금도 환청(?)으로 들리는 듯 하니
참 습관이란 무섭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매일매일 얼굴 대할 때면 약간 부담스러움도 없잖아 있었는데 막상 오늘부터
일을 안 하니 허전한 마음이 든다
사람이란 이렇게도 간사한 존재이던가?

부디 동생의 계획대로 엄마를 잘 케어하여 사시는 동안은 건강하게 지내시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할 뿐이다
엄마가 언제까지 우리 곁에 계실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