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이 이런거구나.
옷장문을 여니 옷장이 하루만에 다이어트를 해서 아주 날씬해졌다.
여유로움과 조금은 허전함이 내게로 다가온다.
어제 남편과 제대로 날 잡아서 빵빵했던 옷장 정리를 했다.
아까워서 안 버린 옷, 추억과 함께 해서 못 버린 옷,
비싸게 산 옷이라 붙잡고 있었던 옷,
옷들이 넘쳐나서 정리해야 되는데 하면서도 어쩜 엄두가 나지 않았는지
게을러서 인지 차일피일 미루었다.
오랜 장마로 날씨도 습하고 옷장을 정리 한지도 좀 된거 같아
햔번 뒤집어야 겠다 싶어 옷들을 꺼내 제대로 정리를 하고
옷장도 곰팡이 제거제로 싹싹 닦아 주었다.
옷걸이에 걸린 옷들을 꺼내다 보니 몆 년동안 한 번도 안입은 옷들도 있었다.
결혼식장이나 특별한 날 입으려고 했던 옷은
막상 그날이 오면 만지작거리다가 다른 옷을 입었다.
이게 뭐라고 꿀단지처럼 모셔두었는지 내자신에게 혀를 치며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 하는게 말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럼에도 정리하면서 아깝지만 버린 것에 미련을 버리고,
시작이 반이라고 생각하며 쓰담쓰담 했다.
나도 이제부터 미라(미니멀 라이프)라고 선언해본다.
오늘 나의 생이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면 이리 많은것을 소유하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아니, 오늘이 아니라도 유한한 인생살이인데 너무 많은 것을
안고 살며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가고 있다.
옷욕심이 많아 1년에 꼭 옷 한두벌을 사야했는데 얼마나 부질없고,
비슷한 종류의 옷들도 많은데 견물생심이 아니었을까?
물론 여자이고 옷에 관심도 많지만,
소중하다는 이유로 과감하게 버리질 못한것도 한 몫했다.
손수거 통에 옷을 넣고는 뒤도 안 돌아 보았다.
이젠 미련 끝이다.
뭐든지 적게 사는게 최선이다.
부엌 그릇장도 얼마 전에 면기와 잘 안쓰는 그릇은 정리를 했었는데
다시보니 정리할 게 또 보인다.
어제 무리를 해서 오른쪽 팔이 아픈데 어쩌나...
며칠 후에 정리를 해야 되나?
당분간은 많이 버릴 거 같다.
버리니 비로소 보이고 그 여백이 새삼 편하고 이렇게 좋을 수가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