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284

유리화분


BY 낸시 2020-08-01

유리화분화분하면 보통 밑에 구멍이 뚫린 토분이나 플라스틱이 떠오른다.
내가  키우는 실내화분은 구멍이 뚫리지 않은 유리나 사기로 된 것들이다.
이것을 화병이라해야 할지, 화분이라해야 할지 사실 나도 좀 헷갈린다.
유리화분성실하거나 부지런함과는 거리가 멀어서 화분에 무엇을 키우는 것과 맞지 않았다.
때 맞춰 물을 주지 못해 과습으로 죽거나 말라죽기 일쑤였다.
그래서 혼자서도 잘하는 종류로 골라 뜰에 심고 즐기는 쪽을 택했었다.
어쨌거나 꽃과 나무를 좋아한다고 소문이 났다.
소문이 그래서였는지 사람들이 선물이라고 가끔 화분을 들고온다.
그런데 반갑기보다, 또 죽일 것이 뻔해서,  난처하다.
사실 대부분이 얼마 못가고 죽어나갔다.

죽이고 또 죽이고 선물한 사람에게도 죽어나간 식물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실내에도 식물이 있으면 좋긴한데...
식당을 하니 더더욱 그렇다.
값비싼 인테리어보다 실내식물 몇개 들이는 것이 훨 경제적인데...

이번에는 정성을 쏟아 죽이지 않고 키워봐야지...
굳게 결심하고 돈들여 식당 안에 둘 화분들을 샀다.
때 맞춰 물주는 것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물을 주면 바닥으로 흐르는 것도 문제다.
화분 받침이 없으면 물구멍 닿는 곳이 더러워지기도 썩기도 한다.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가 즐겨쓰던 말대로 탈이다 탈. 탈 탈 탈...

문제는 풀라고 있는 것인데, 이 문제를 어떻게 풀까...
수경재배라면 어떨까...
물에 꽂아 뿌리를 내리기도 하는데 왜 물을 많이 주면 뿌리가 썪을까...
수경재배도 하는데 왜 화분에는 굳이 물빠지는 구멍이 필요하지?
차이라면 흙이 있느냐 없느냐인데...
수경재배와 화분에 키우는 방법을 적당히 섞으면 어떨까...

흙대신 화산석을 튀겨 만들었다는 펄라이트를 이용했다.
가벼워 물에 둥둥 뜨니 위는 콩알만한 자갈로 눌러주었다.
펄라이트가 가볍긴해도 뿌리가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는 역할을 해낸다.
수경재배와 달리 식물을 곧추세울 수 있으니 좋다.
물이 많아도 뿌리를 썪게 하지는 않는다.

역시 문제는 풀라고 있는 것이다.
몇 달 째 구멍없는 유리나 사기 그릇에 실내식물을 죽이지 않고 잘 키우고 있다.
물은 아무 때나 콩자갈 위로 찰랑찰랑 할 때까지 준다.
물이  흘러나와 주변을 더럽히지도 화분이 놓인자리 나무가 썩을 염려도 없다.
물꽂이로 뿌리를 내리기도 하니 뚝 잘라 꽂아도 뿌리내리고 산다.

식당에 오는 손님들이 이쁘다고 사고 싶다해서 팔기도 한다.
너무 빨리 자라는 바람에 우리집 뜰에서 천덕꾸리기 취급 받는 식물을 뚝 잘라 꽂아 팔기도 한다.
흙에 심는 것보다 훨씬 좋다.
그럼 흙에서 얻는 양분이 없어 어떻게 하느냐고?
전문가가 아니라 잘 모르지만 몇 달 째 잘 자라고 있다.
가끔 먹다 남은 녹차나 홍차 커피를 주기도 하긴 한다.
암튼 잘 자라고 있고 하루에 몇 개씩 팔기도 하니 혼자만 알기 아깝다.
키우고는 싶은데 실내식물 키우는 재주가 없는 사람에겐 참 좋은 방법 같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