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사는 아들 친구 엄마가 놀러와 집 옆에 오픈한 해장국을 먹고
집에와 커피를 마시다 핸폰을 열어보니
3년전 아이돌보미를 해주던 집 아이 아빠가 전화가 왔다
미국 교포2세이다.
마흔넘어서 얻는 귀중한 딸을 돌보았었다.
왠일일까....
전화를 하니 받지를 않는다.
아이 엄마에게 전화를 하니 목소리가 안좋다
무슨 일 있느냐고 물으니 친정 아버지가 오늘 별세하셨다며 운다.
나중에 보자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커피 마시던 아들 친구엄마는 뭘 가보냐고
이제 이사갈건데... 가면 그만이지 하며 가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내 맘은 다르다
별세한 할아버지 얼굴은 못뵈었지만 거의 이십여년을 뇌졸증으로
많이 아프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효녀같은 아이 엄마의 착함을
난 안다.
그리고 교포 2세인 아이 아빠가 전화를 했을때는 내가 그의 마음속에
믿음으로 기억되는 사람이었기에 전화를 한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지나칠수도 있는 일이지만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전화를 했을까
마음 편하게 오라고 할수 있는 사람으로 기억됨이 나또한 감사했기에
얼른 옷을 갈아 입고 아산병원으로 달려갔다.
오늘 돌아가셔서 조문객은 서너명이었는데 아이엄마가 깜짝 놀란다.
자기 남편보구 전화했냐고 한다.
전화온 흔적이 있어 내가 했노라고 대답했다.
할머니도 안아드리고 아이엄마도 안아주고 아이아빠가 고마워서
날 안아준다.
잠시 음료수를 마시는 동안 아이 아빠는 선생님이 예전에 아이가 밥도 안먹을때
온집안을 돌아다니면서라도 밥을 먹여주셔서 이렇게 컸노라고 한다.
떡도 만들게하고 엄마 구두도 열켤레씩 꺼내 신으라고 하며 밥 한수저
더 먹이려고 했던 기억도 난다.
토끼풀 꽃 뜯어 머리 왕관도 만들어 씌워주고 시계도 만들어주고
단풍도 주워가며 만들어가던 아름다운 추억들을 사진으로 남기고
슈비는 내 이름을 4살때도 기억하고 또박또박 말하곤 했었다.
잊었던 기억들을 아이아빠가 말해주며 슬픈 장례식장이지만 아이때문에
잠시 웃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가시는 분은 말없이 떠나가시고 아이 엄마는 영정속에 아버지께
아빠 예전에 우리 슈비 이뻐해주시고 사랑해주며 길러주시던 선생님이라고
소개한다....
말없으신 아버지는 웃으신다...... 고맙다고 말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는 서로 돌아보며 어떠한 인연속에서도 감사함으로
사랑해줄수 있는 따뜻함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