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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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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고 싶은 엄마


BY 마가렛 2020-06-19

세 명의 공통점은 여자의 성을 가진 그리고 모녀지간이다.
일주일에 한 번의 모임은 그 어떤 모임 이상으로 소소하고 재미있다.
나를 감추려고 나를 드러내려고 하지 않아도 되고 그냥 무방비 상태의
나를 보여주는 모임(?)이다.
지난 주에 못 만났으니 2주만의 만남이다.
엄마는 우리와 이야기 삼매경에 빠질 때는 더이상 할머니도,
잔소리꾼박여사도 아닌 우리의 베프가 되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신다.
오렌지빛깔의 시원한 남방을 입으신 엄마는 수줍게
"이 옷 너무 튀지않니?"
"아냐 엄마, 젊어보이고 잘 어울려요."
씨익 웃으시며 칼라가 좀 높아서 자르고 엄마가 차이나칼라로 바꾸어 바느질을
하셨단다.
"엄마가? 우리엄마 솜씨 짱이시네."
엄지 척을 하며 과잉친절에 엄마는 마냥 좋아하신다.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 왔을 때 네 아버지가 나는 바느질 솜씨가 좋으니
재봉틀 사 준다며
부업으로 일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시더라.
그래서 수선집에 가서 사정이야기를 했더니 그 언니가 손사래치며
나야 배웠으니 이일을 하고 있지만 넘 힘드니 차라리 다른 걸 배우라."고 했지.

엄마의 솜씨는 참 대단하시다.
어쩜 바느질로 칼라 하나를 바꾸었는데 감쪽같고 칼라 안 쪽의 시침질도
가지런하게 곱게 잘하셨다.
"난 엄마를 닮지 않았나봐, 바느질도 싫으니 못하는데 엄마는 그때 재봉을 배워서
디자이너가 되어야 됐었는데 말야."
웃으며 말하는 나를 보며 동생도 맞장구를 친다.
"맞아, 우리 엄마 솜씨는 예사롭지 않아 그냥 이렇게 사시기엔 넘 아깝다."

원피스도 통이 좀 좁다 싶으면 양쪽으로 가위로 좀 잘라 예쁘게 바느질 하고,
상의 단추도 마음에 안 들면 예쁜 단추로 갈아서 당신작품으로 탄생시키고,
사용했던 수건도 잘라서 바느질로 주방행주로 탈바꿈 시키시고....
엄마는 하루가 짧단다.
동네친구들이 만나자 하셔도 코로나 때문에 만나지 않고 살금살금 공원만
한 바퀴 운동삼아 산책하시곤 조물조물 뚝딱뚝딱 만들어내시는 도깨비 방망이.

내가 전복으로 전복덮밥을 해서 드리니 고급지다며 맛있게 드신다.
올케는 바쁘기도 하지만 손이 많이가는 음식은 만들지 않고 주로 조카들이 좋아하는
고기반찬은 안 떨어진다 하시며 당신은 진한맛의 고기보다는 삼계탕이나 곰국이 좋다며
당신이 드시고 싶을 때 알아서 만드신단다.
오늘도 우리들을 위해 토종닭 한 마디 푸욱 고아서 찹쌀 넣고 좋은 재료 넣어
한 대접씩 먹으라 손짓 하신다.
시아버님 갔다 드리라며 닭죽 넘치게 담아 주시고,
몸에 좋다며 수시로 먹으라고 콩볶음도 싸 주신다.
엄마는 남에게 주는 걸 무척 좋아하신다.
내식구는 물론, 이웃에게도 꼭 나누어 주니 누구나 엄마를 좋아하시나 보다.

동생에게 요가복 하나를 선물했다.
한 칫수 작은 것도 맞을거 같은데 하며 아쉬움이 드러나기에
내옷을 입어보라 했더니 엄마가 옆에서 "너는 그거보다 네게 더 잘 어울린다.
그옷은 넘 달라 붙는다." 하시는 말에 알았다며 잘입겠다고 인사말을 건넨다.
요가복을 사려고 했지만 우리가 이팔청춘도 아니고 좀더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데일리 바지로 샀다.
바빠서 빈 손으로 왔다는 동생은 지난 번에는 여자에게 좋다는
석류쥬스와 석류젤리를 나에게 안겨주었다.
서로 말은 안해도 상활에 따라 주고니 받거니 하면서 공치사를 하지 않으니
더욱 편하다.

더운 여름에는 올린 머리가 최고라시며 짧은 머리를 위로 올려 핀 꽂으신 엄마,
"니네도 더우니 집에서 요레요레 머리 뒤로 올려라, 엄첨 시원하더라."
하시며 없는 머리 위로 올리신 뒷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동생이 머리 올리며 "이렇게 하라구?"하니 "그래, 넌 올린 머리가
잘 어울린다." 칭찬 하시는 엄마,
얼굴이 갸름한 동생은 유치원 선생할 때도 늘 머리를 틀어 올렸다.
그때는 참 예쁘고 상큼했는데
우리 둘다 어느새 이리 나이를 들었는지...

헤어짐은 아쉬움을 낳는 법이다 엄마가 섭섭해 하신다.
다음 주엔 막내 여동생도 온다니 그때 또 뵙자고 하니 우리를 배웅하시며
동네 한바퀴 산책하신다는 엄마에게 손짓하며 엄마가 그래도 아직까지
그나마 건강하시니 정말 감사하다며 혼잣말을 해본다.*


엄마는 뭐가 그리 좋으.. 
 *사상자 꽃은 아주 작은 꽃들의 집합체인데 결백이란 꽃말을 품고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