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새로운 신조어가 탄생했다.
돌밥돌밥(돌아서면 밥하고 돌아서면 밥한다는 뜻)이라고,
재택근무에 아이들도 모두 쉬고 있었을 때
발을 동동거리며 바쁜 사람은 역시나 엄마들이고 주부들이다.
이제 서서히 직장도, 학교도, 유치원도 조심스레 등교를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조심 스러울 때다.
어쩜 코로나가 장기전으로 갈 것이니 이젠 조심하면서도 우리가 안고 가야 할 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들이 좋아하는 인도카레를 먹으려 가려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사이트를
들어가 봤더니 코로나로 이번달까지 휴무라는 알림이 떴다.
4월에도 인도카레 이야기를 해서 사이트에 예약하려고 들어갔었는데 그때는 많은 곳이 쉬고 있어서 별기대 없었던 만큼 역시나 휴무였었다.
지금은 생활속 거리두기와 이제는 상인들도 마냥 손 놓고 있을 수 없으니 조심스레 재가동을 시작하는데 인도카레 전문점은 확실하게 아직은 조심스러운지
휴무라니 할 수 없이 궁여지책으로 집에서 인도카레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솔직히 요즘은 제품이 잘나와서 인도카레를 싸서 먹는 '난'도 믹스로 나와서 반죽만 하면 되고 그와 세트로 카레도 들어있어 해 볼만하다.
문제는 시간과 인건비가 들어가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집에서 할 수 있으니 안전하고
좌충우돌하면서 준비하는 시간에 기대를 해본다.
아들과 마트에서 필요한 식재료를 장바구니에 담는 중에 장어도 세일하는 것을 보고
아들 눈이 반짝거려 그것도 바구니에 담았다.
우선 난을 만들기 위해 밀가루와 이스트를 넣어 반죽하여 30분 정도 비닐로 덮었다.
예쁘게 부풀어 오른 반죽을 설명서 대로 따라하면 5개의갯수를 만드는데
우리는 두 팩을 샀으니 10개의 난을 만들 수 있다.
요즘은 밀대를 쓸 일이 거의 없어 한쪽에 모셔놓은 밀대를 가져나와 깨끗하게 뽀드득
씻어 주니 매끄러운 나무밀대가 윤기를 내고 있다.
나 어렸을 적에 나무밀대로 엄마가 칼국수도 만들어 주시고 연탄불에 밀가루 반죽을
구워서 간식으로 주시면 우리형제들은 참 맛있게 먹었었는데 말이다.
그때야 특별한 간식도 많지 않고 다들 고만고만하게 살았으니 지금처럼 문 열고
카드로 결제해서 먹고싶은 거 아무거나 들고 오는 시대와는 참 달랐다.
밀가루 반죽으로 수제비도 자주 해주셔서 맛나게는 먹었지만 어느순간 물려서
쳐다보기도 싫었는데 요즘은 귀한 수제비가 가끔은 먹고 싶어진다.
아들은 밀대로 최대한 얇게 밀어주면
내가 팬에 중불에 2분 남짓 구워내니 살짝 부풀어 오른 난이 탄생이 되었다.
카레에 야채를 작게 썰어 보글보글 끓어주니 은은한 카레향이 묵직하게 느껴진다.
나무밀대가 단단하여 아버님께 여쭈어보니 목재소에서 주문하여 만든 거란다.
나무밀대와 함께 빨래방망이도 있는데 빨래방망이는 아직 써 볼 일이 없다.
언젠가는 또 쓸 일이 생기겠지.
대대로 물려줘도 거뜰 할 밀대를 보며 아들 얼굴도 한번 쳐다보며
'너에게 물려줄까?' 속으로 이야기 해 본다.
이성에도 관심없는 아들에게 괜시리 이야기 건넸다가 눈만 흘겨볼 게 뻔하니 말이다.
카레전문점에서 먹는 인도카레와 맛은 당연히 다르지만
카레와 치킨의 조합은 예술이라며 후다닥 예약한 키친까지 받아 온 것을
펼치니 전문 인도카레집도 부럽지 않다.
아들과 함께 한끼의 식사를 준비하며 밥상을 차리다 보니 가족이 이런 게 아닌가 싶고
식구라는 먹을 식에 입 구 자의 한자 뜻과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란 뜻이 새롭게 와 닿는다.
든든한 한끼를 먹고도 남은 난은 꿀과 함께 먹으면 맛나는 간식이다.
간식까지 준비되었으니 푸짐한 주말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