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부터 공방을 시작한 게 벌써 8개월이 넘어간다
동생이 봉제일을 한 지가 어언 40여년이 되다보니 나이도 있어
직장에 나가서 일을 하는 것보다 우리가 공방(외주공장)을 차리면
속 편하게 일을 할 수 있으니 우리 나이 60대에 들어서
겁(?)도 없이 일을 벌였다
나도 처음 시작할 때는 단순히 집에 그냥 있으려니 시간이 남아돌아
무료하기도 하고 보람된 일을 하며 수입도 생긴다면 그 또한
좋으려니 싶어 시작하게 된 것이다
마침 우리 집 옥상에 여유 공간도 있는지라 월세 부담도 없으니
공방에 필요한 기계 설치와 전기공사 등으로 시설비만 들이면
일감은 주는 데가 있으니 큰 부담은 없을 듯 싶었다
처음 3개월은 내 나이도 잊은 채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그야말로 빡세게 일에 매달리느라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지냈다
그러다 결국 연말엔 몸에 탈이 나고야 말았다
3일을 내리 약먹고 자고, 또 약 먹고 자니 쌓였던 피로가 어느 정도는 풀려
겨우 다시 일을 할 수가 있었다
그러면서 동생에게 저녁7시까지로 1시간만 단축해보자고 하였다
동생이야 40여년 이상을 몸에 밴 습관대로 눈뜨면 일하러 나와
하루종일 미싱을 하는 게 익숙한지라 힘이 안 드는지
부실한 내 체력으론 동생의 마음에 들게 일을 맞춰 주질 못하니
서로가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였다
나는 나름 죽어라고 해놓은 일들이 전문가인 동생의 눈에는 하나도
차질 않으니 시행착오를 반복하느라 서로가 스트레스가 쌓일대로 쌓이다
급기야 지난 주에는 큰소리가 오가며 감정 싸움까지 되고 말았다
둘이 하는 일인데 그 날 이후로 서로가 말 한마디 없이
할 일만 하고 지내다 보니 이 또한 할 짓이 못 된다 싶은 생각이다
젊어서야 하루종일 일에 매달려도 체력이 받쳐주니 버티겠지만
이제 60 중반의 나이에 일 배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새로운 것은 배우기가 더디고, 또 금새 잊어버리니 동생의 입장에서
그동안 자기가 데리고 일을 했던 사람들과 계속 비교를 하게 되고
내 입장에선 하느라고 했는데도 좋은 소리 못 들으니
자꾸 일에 싫증이 나고 재미가 없어진다
일주일 째 서로 소 닭보듯 하며 지내노라니 남보다도 못한 거 같단
생각이 자꾸 들고
내가 언니로서 옹졸하게 굴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음에도
대꾸조차 없는 동생에게 서운한 생각이 들어 괘씸해지려고 한다
40여년 전문가라면 아직 c급도 안 되는 내게 그렇게 타박을 해서는
안 되는 거 아닌가?
일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러는 걸 낸들 어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