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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주와 3박4일


BY 시냇물 2020-04-14

부활절인 일요일에 두 손주가 집으로 돌아갔다
이제 6개월에 접어든 작은손주, 4살이 된 큰손주
둘을 보는 3박4일은 가히 전쟁(?)이  따로 없었다
딸램네가 이사를 하는데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짐은
10일에 빼는데 이사갈 아파트 도배를 해야하니
짐은 이삿짐 차에 이틀이나 맡긴다고 하였다
9일 오후에 작은손주를 먼저 데리고 왔는데
처음엔 벙실벙실 잘도 웃더니 이리저리 둘러보곤
낯선 지 입을 삐쭉거리며 울음이 터진다
어린이집으로 큰손주를 데리러 가느라 딸램이
자리를 비우니 까르르 넘어갈듯 우는 손주를
안고 달래려니 진땀이 다 났다

큰손주까지 데려다 놓고는 딸램과 사위는
짐을 싼다고 집으로 가니 온전히 두 손주는
내 책임이 되었다
아직 세돌이 되지 않은 큰손주가 기저귀를
떼어 자기 손으로 옷을 내리고 소변을 보니
그나마 다행이다

4시간에 한번 씩 분유 타서 먹이고 기저귀
살피며 갈아주고 칭얼거리면 놀아주다
업어주다 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예전에 두 딸들은 어떻게 혼자 키웠다는건지
생각도 안 날 지경이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공방 일이 때맞춰 좀 뜸해진 것이었다
일이라도 바쁠 때였으면 몸과 맘이 더 힘들었을텐데...

알아서 잘 놀던 큰손주는 내가 작은손주를 들여다 보며
놀아주고 있으면 기어코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자기랑 놀아달라고 한다
내가 두 딸램을 키울 땐 놀아주는 게 힘들지 않았던 거
같은데 큰손주는 어찌나 에너지가 넘치는지 온몸으로
놀아줘야만 하니 이젠 정말 체력이 보통 딸리는 게
아니었다

그 와중에 삼시세끼까지 챙기려니 주방은 겨우 설거지만
하는 수준이라 정신이 없어도 어쩔 수가 없었다

내가 작은손주를 아기띠로 업으면 큰손주는
자기도 안고 일어나라 한다
둘이 합해 무려 25kg나 되는 걸 어찌 ㅜㅜ

나도 일어나고 싶단다 얘야!!

그래도 저녁이면 작은손주는 8시에 마지막 분유를
먹고는 아침까지 통잠을 자는 게 어찌나 다행인지
큰손주도 9시면 눈에 잠이 와 못 견디고
꿈나라로 간다

양쪽에 두 손주를 눕히고 비로소 나도
한숨을 돌린다
이렇게 전쟁같은 3박4일을 보내고 둘다
돌아가니 또 허전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고슴도치 할머니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