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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과 나


BY 낸시 2020-04-09

나는 어머니가 화장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세수 비누를 사용하는 것도 별로 본 것 같지 않다.
머리를 쪽지기위해 거울 앞에 잠시 앉을 뿐 거울을 가까히 하지도 않았다.
평생 땡볕에서 농사를 짓고 살았으니 피부가 고왔을 리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어머니 얼굴에서 광채가 났다.
검게 그을린 피부였지만 윤기가 흘렀다.

그 시절 어머니랑 같이 농사 짓던 마을 아낙들 모두가 화장을 안한 것은 아니다.
분이랑 입술을 바르고 농사 일을 하러 나온 사람들도 있었다.
농사 일 하랴, 집안 살림하랴, 바쁜 중에 화장까지 하느라 정신없이 바빴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뻐보이지 않았다.
햇볕에 그을린 피부에 바른 분이 피부에 곱게 스며들 리 없다.
화장을 안한 우리 어머니 얼굴보다 피부가 더 까칠해보였다.

그런 기억 때문이었는지 나는 화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물론 이뻐보려고 젊어 한 때는 화장에 시간을 쏟기도 했다.
하지만 화장을 한 얼굴과 안 한 얼굴 중 내 보기엔 안 한 얼굴이 나아보였다.
그렇다면 굳이 거울 앞에서 시간을 보낼 이유가 없다.
에라, 집어치우자.
로션 하나만 남기고 모든 화장품을 쓰레기통에 넣고 화장을 포기하기로 했다.

그렇게 몇십 년을 살았는데 참 이상하다.
사람들이 날더러 피부가 건강해보인다고 한다.
젊어서도 들어보지 못한 말이다.
젊었을 때는 혈색이 없다고 어디 아프냐고 하더니, 요즘엔 건강해보인단다.
이해하기 어렵지만 듣기 싫지는 않다.

요즘도 날더러 화장하라고 성화인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머리 염색하고 화장하면 훨씬 젊어보이고 이뻐보일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말에 난 꿈쩍도 안하기로 한다.
이대로가 좋다.
이쁘다는 말보다 건강해보인다는 말이 더 듣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