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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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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대로 산다


BY 낸시 2020-04-01

마스크가 코로나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미국에서는 마스크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의료진이 쓸 마스크도 부족하다고 한다.
이런 때에 한국 그로서리에서 마스크 판매를 시작했다고 문자가 떳다.
너도 나도 마스크를 사러 몰려들 것이 뻔하다.
우리도 사러갈까하고 남편이 묻기에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드는 곳이면 나는 한 발 뒤로 물러서고 싶다.

초등 때 기억이다.
아이 하나가 맛있는 것을 가져왔고 그 주변에 모여든 아이들은, 나 좀...나 좀...하며 손바닥을 내밀었다.
나 혼자만 떨어져 그 광경을 바라보면서 스스로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몰려드는데  왜 나는 가지 않는 것인지...

중학교 때 기억이다.
운동회 농구 팀에 싫다는 날 담임이 억지로 선수로 뽑았다.
선수로 뽑혔으니 연습을 했다.
가르치던 아이는 잘한다고 칭찬을 했고 나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그러나 정작 게임이 시작되자 나는 한 쪽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다른 아이가 몰고가는 공을 쫒아가 빼앗을 수가 없어서다.
내 스스로가 바보 같았지만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중학교 때 이런 일도 있었다.
단체 관람을 간 영화관에 불이 났다.
우리는 이층에 있었는데 서로 먼저 탈출하려던 아이들이 계단에서 밀치는 바람에 넘어져 사고가 났다.
이 때도 나는 이층 영화관 복도에 우두커니 서서 이 광경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면 나는 반사적으로 몸이 움츠려드는 것 같다.

여고시절 교내 체육대회가 벌어지던 때도 그랬다.
이겨라, 이겨라...모두들 목청껏 응원을 하는데 내 입에서는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우리반이 이겼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이겨도 져도 그만이었다.
그러니 흥분해서 소리치는 응원에 동참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생존경쟁이라는 말이 있다.
살기위해선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이겨야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아귀다툼은 가능하면 피하고 싶다.
설혹 내 목숨이 걸린 일이라도 경쟁은 내키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마스크 사러가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차라리 코로나에 걸려 죽을지라도 마스크 사는 일에 줄서고 싶지 않다.
나중에 나중에 줄서지 않아도 마스크를 구할 때가 되면 사기로 한다.

아 물론, 나도 살고 싶다, 오래오래 살고 싶다.
하지만 경쟁이 싫으니 내 방식대로 코로나 예방을 한다.
포장 판매는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래서 식당 문도 닫았다.
이것은 경쟁을 안해도 되는 것이니까...
줄서서 마스크 사는 것은 싫다면서 식당 영업은 용감하게 포기한 내가 참 웃긴다.

어쩌랴, 그렇게 생긴 것을... 생긴대로 살아갈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