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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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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이 캄캄할 때


BY 낸시 2020-03-28

일 년 전 일이다.
식당 카운터에서 일하는 젝스가 울면서 일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영어가 아직도 서툰 나는 울면서 하는 말은 잘 알아듣지 못한다.
울고있는데 말을 못알아 들었다 할 수도 없고 일할 수 없다니 일을 하랄 수도 없다.
그냥 등을 다독여 집으로 보냈다.
카운터 볼 사람이 없으니 난처하지만 식당을 하다보면 이 보다 더 난감한 상황도 수두룩하다.

다음 날 출근한 젝스, 일은 할 수 있다는데 여전히 저기압이다.
무슨 일이었는지 물으니 2년 동안 사귄 여자친구가 이별을 통보한 것이었단다.
열 일곱 살 나이에는 여자친구가 이별을 통보하면 세상의 끝이 온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구나 싶다.
울먹이는 그를 안고 말해주었다.
"괜찮아,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 하지만 하나님은 너를 위해 더 좋은 것을 준비해 두고 있을 거야."

일 년도 채 지나기 전, 젝스가 새로운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자랑한다.
무척 신나 있기에 예전 여자친구보다 더 이쁘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거 봐. 하나님은 더 좋은 것을 준비해 두셨잖아. 앞으로도 힘든 일이 생기면 그렇게 생각해 봐."
이렇게 말해주었다니,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하겠다고 하였다.

코로나로 온 세상이 발칵 뒤집힌 듯 난리다.
식당 문도 닫았다.
점점 환자 수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앞 날이 도무지 예측 불가능이다, 캄캄하다.
뜰에 활짝 핀 봄꽃들 사이에 솟아난 잡초나 뽑아야지.
잡초를 뽑다가도 캄캄한 앞 날이 답답하여 일손이 절로 느려진다.
뜰을 가득 채운 화사한 봄꽃을 바라보는 일도 시들하다.
넋 나간 사람처럼 앉아 있다가 문득, 내가 젝스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지금은 그 말이 나 자신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지금은 내가 이해할 수 없지만 하나님은 나를 위해 뭔가 더 좋은 것을 준비해 두셨을 거야.'
이리 생각하니 힘이 솟는다.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잡초를 뽑는다.
고난을 이기고 나면 항상 더 좋은 것이 기다리고 있기 마련이지, 힘들다고 투덜거리지 말자.
마음을 이렇게 정하니 뜰에 가득 핀 꽃들이 더 화사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