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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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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수고 많았다는 말에


BY 마가렛 2020-03-26

 

오래간만에 시할아버님 제사를 혼자 준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남편이 아버님께
이번 제사는 그냥 우리가족만 지내자고 말씀드렸더니 담담한 표정으로 그러자고 하셨다.
결혼해서 몇 년동안은 시어머님에게 제사음식 준비하는 것을 배우고 익혔다.
그때는 큰어머님, 큰고모님, 작은고모님도 참석하셔서 제사 준비를 하고 나는 그야말로
옆에서 지켜보면서 심부름만 하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아랫동서들이 들어오고 그녀들과 함께 제사를 준비했었다.
그러고보니 벌써 30여년 제사를 지내는 맏며느리인데도 제사때가 되면 몸이 으실으실 몸살기가있어 컨디션이 좋지 않다. 시기적으로 간절기 이기도 하고 내몸이 부실하고,
아마도 제사준비에 몸도 마음도 피곤하고 무엇보다 내 체력이 못바쳐주니 그런가보다.

막내동서는 형님 힘들어서 어떡하냐며 가까우면 전이라도 준비해서 갖다 드리고 싶은데
그렇게하지도 못해서 연신 죄송하단다.
동서가 죄송할 건 하나도 없다.
굳이 원인제공을 따지자면 코로나 때문이니 어쩔수 없는거구
너무미안해 하지 말고 이번엔 볼 수 있는데 못봐서 아쉽다고 햇다.
그마음을 누구보다 내가 잘 알기에 쉬엄쉬엄 조금씩 준비하려고 했는데
사람의 마음이 비교를 하면 안되는데 불연듯 연락도 없는 둘째동서가 떠올라
괜히 골이난 시어머니처럼 퉁퉁거렸다.
'바빠서 연락을 못하는 거겠지. 언제는 막내처럼 미리 연락하고 싹싹한 성격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 왜그래?'
스스로를 도닥거리며 일을 하다가 안되겠다 싶어 톡을 보내고 나물과
전을 준비했다.
얼마쯤 흘렀을까? 허리가 너무 아파 방으로 들어가서 좀 쉬었다.
곰곰히 생각하면 이 시국에 제사를 지내야 되는 건지? 정말 조상신이 있어서
후손들을 잘 보살피는지...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던지다가
 이럴 때는 그냥 지나가자고 말씀도 안 하시는 아버님마저 야속했다.
며느리는 아프다고 병원다니며 힘들어 하지만
제사를 안 지낸다는 것은 감히 생각조차 못하실 분이시라는 걸 알기에 그냥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났다.
탕에 넣을 무를 썰기가 너무 힘들어 뒤로 미루어 놓고 다른 일을 했다.
퇴근한 남편이 도와주겠다고 팔을 걷기에 무부터 좀 썰어 달라고 부탁하고
손에 힘을 실어 하나씩 재빠르게 준비를 했다.
처음으로 시동생식구들 없이 우리가족만 제사를 지냈다.
난 무리한 탓에 허리가 아파 절하는 것도 생략했다.
음복을 하는데 아버님이 혼자서 수고 많았다고 말씀을 하시는데
내 평생 처음 아버님께 듣는 말이라 나의 귀를 의심햇다.
워낙 말씀이 없으시고 과묵하신 분이라 이런말씀은 못하시는 분인줄 알았는데
아니구나. 우리아버님도 이런 말씀 하실 줄 아시는구나 하는 마음에 좀 뭐라고 해야되나
마음이 경건하다고 해야되나 말로 표현하기가 잠깐동안 이상해 얼떨결에 대답을 했다.
다행히 설거지는 아들이 알아서 해주고 제기정리는 남편이 해주는데 제기는 원래
막내서방님이 잘 정리를 하셨는데 남편이 잘할까 몇번 잔소리 아닌 잔소리도 하면서
웃었다. 대식구가 모이다가 안 모이니 좀 어색하고 허전했지만 빨리 일이 끝나고
간결하게 정리가 되서 나쁘지만은 않았다.
둘째동서는 삶에 대한 넉두리로 답글을 올렸다.
나는 수긍을 해주면서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기 힘들다 싶어
제사비용에 대해 언급을 했다.
처음에는 나도 좋은게 좋은거구 이해하며 넘겼지만 언제부턴가 의례적으로
그냥 나모른다는 식으로 넘어가기에 이번에 쇄기를 박았다.
그제서야 마지못해 대답을하는 동서에게 내가 좀 너무했나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사람이 좋게 넘어가면 그걸 역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에 서로에게 아니다 싶어
알려 주었다.
이젠  당분간은 제사가 없으니 내몸 내건장 돌보며 편하게 보내고 싶은데
마음대로 잘될까 모르겠다..*


혼자 수고 많았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