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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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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내 친구


BY 김효숙 2020-03-15

코로나가 한참  극성을 부리는 3월초였다
돌보는 아기네 집에서 재택 근무라고 오지말라고 하니 한편으로는 좋기도 하고
월급을 제하니 걱정도 되었다.
남편은  원주에서 과수원하는 친구네로  냉이도 캘 겸 면역력도 약하니 며칠 다녀오라고 한다
내일  퇴근하고 데려다 줄테니  4일  후 토요일에 또 데리러 간다고 하기에 얼른  대답을 했다
다음날  친구에게 줄 영양제며  장갑 토시 양먈들을 가방에 싸고  홀가분히 다녀야할 나이인데
친구하자며  챙겨가야할 약들이 즐비하다
갑상선약 식도정맥류약 영양제 등등..................  빈통속에서  색동옷 갈아입은 약들은 바스락
소리를 내며 내 흉을 보는것 같다 진작에 조심 좀 하시지용... 하고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다 친구해  줄터이니 걱정말라며 옷 속에 꼭 싸서 넣었다
남편은 안산에서 주말에나 오는데 아내를 위해 오늘은 부랴부랴 달려올텐데
좋아하는 북어 감자국에 양파 넣고  계란 부침만 준비했다
정확히 5시에 도착하여 저녁 먹고 원주로 향했다

고속도로는   해가 떠 있을때 달렸는데 가다보니  내가 너무 좋아했는지  못가게 하려고
질투를 하나보다   어둑어둑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친구가 좋아하는 빵이며 나 때문에 반찬 걱정할까
손주 손녀들도 와서 있다하여 이마트에 잠시 들렀다
친구는 미스 때 세브란스병원에 근무를 하였는데 빵을 너무 좋아해 빵순이라고 했다
남편은 따뜻한 피자 한판을 사고 나는 불고기며 이것 저것 사들고  다시 시동을 걸었다

고속도로를 내려 시골길로 향하니 몇년전  덜컹거리고 가던 길은 그대로 인데
마을들이 전원주택이며  시골 집들도 새로 지어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겠다
주소도 구 주소를 치고 가다보니  첩첩 산중 산꼭데기 길로 가게 되었다
아무래도 이상해 친구에게 전화하니 신주소를 쳐야 제대로 간다고 한다.
외길이라 돌릴수도 없고  그 정겨운 시골길이 아닌 길이다

나는 숨죽여  남편 눈치만 보구 말없이 앉아 있었다
차를 세우고 신주소를 치고 오르던 산길을 겨우 돌려서 내려왔다
에구머니  
속으로는 그냥 고속버스 타고 온다고 할걸   어찌나 미안한지
종일 일하고 두시간 걸려 집에와서 아내를 태우고  이 밤중에 길도 모르는 곳을 오게 했으니
어찌나 미안한지
십여분 달려가니  제대로 찾았다.
십분이라도 쉬었다 가라고 남편과 안으로 들어갔다
좋아하는 사과를 들고는 곧바로 안산으로 떠났다
고마워요 .....
가는 뒷모습을 보니 맘이 찡하다

아이들 어렸을때도 봄만 되면 냉이 캐는것을 너무 좋아해 남편은 알지도 못하는
시골길을 운전하며 어디쯤 차를 세울까하면 나는 냉이가 있을 만한 곳에 차를 세워달라하면
그 사람은 차에서 자고 나는 냉이를 캐곤 했었다
몇년 지나니 차를 세우면 문을 열고 뒷짐지고 쫓아와   냉이가 어떤거냐며 묻고는
막대기로 하나 둘씩 캐주던 남편이다
봄엔 냉이캐로 한번   가을이면 알밤 주으러 한번   그리고 봄이면 내가 심을 화분에 거름 사다주기 한번 이것이 아내가 바라는 행복인것을  아는 남편이다

부부란 말없이 좋아하는걸 헤아려 주는 맘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