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람이 차가웁지만 봄이 온다는 소식에 훈훈하게 느껴지는 밤이다
퇴근하여 4층 옥탑방에 오르니 마음에 평안이 찾아온다
보금자리는 왜 이리 포근할까
밤 9시다 배고파 얼른 저녁상을 차렸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어릴적 툇마루에서 밥을 먹던 중반 (나무 쟁반)에
밥이랑 반찬을 놓고 현관 문 앞으로 들고 나왔다.
50분 걸어와서 그런지 더웠기에 활짝 문을 열어놓고 밥을 먹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오층 아파트였던 주공아파트가 거의 25층을 올려 재개발을 했다
불빛이 찬란하다
입안에 밥이 내겐 구수한 숭늉처럼 느껴진다.
아파트를 바라보며 밥을 먹는 나는 저 멀리 보이는 고층 아파트가 하나도 부럽지 않았다
우리집은 밤하늘에 달도 별도 마음껏 고개들어 바라볼 수가 있다
봄바람 겨울바람의 세기도 평상에 나와 앉으면 느낄수가 있다
아침이면 저 건너 산에서 새들이 우리집 꽃밭으로 놀러와 행복을 전해주기도하고
아침 햇살 빛추이며 창가에 와서 나를 깨우기도 한다.
그런 내 보금자리가 참으로 행복 행복하기에 밥을 먹으며 웃는다
그저 감사하고 행복해서 말이다
신혼시절 십년 쯤 지났을때 남편은 꽤나 잘나가는 사람이었다.
회사에서 차도 나오구 아주 인정받는 사람이었다.
우리가 살던 아파트 주위엔 허름한 집들이 많았다
그 때 만 해도 아파트에 사는 것이 여자들의 로망이었을 시절이었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가려면 큰길로 반듯이 가면 되었는데
난 굳이 허름한 판자 집들이 있는 골목으로 다녔다.
그곳으로 가면 여고시절 자취하던 생각도 나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삶이 정겹게 느껴지기도하고 지금은 아파트에 잘 살고 있지만
나도 언젠가는 가난하게 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그길로 다니곤 했었다.
문득 어느 철학자의 말이 생각난다
기쁠 때는 슬플 때를 생각해 조금 덜 기뻐하고
슬플 때는 기쁠 때를 생각하여 조금 덜 슬퍼하라고 말이다.
기뻐하며 살때가 있었고 한없이 슬프고 힘들 때가 있었지만
미리 미리 맘 속에 다짐하고 준비했던 마음들이 한마음 두마음 씩
저금되어 있었기에 그 어떤 환경들이 내 마음을 흔들지라도
내 마음은 추운 겨울 푸른잎을 띄우고 굿굿하게 서 있는 겨울 산 소나무 처럼
든든히 살아가리라
아름다운 추억들을 꺼내어 비시시 웃을수 있음이 더욱 행복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