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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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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과의 전쟁(?)


BY 시냇물 2019-11-26

토욜에 그동안 옥상에서 자라고 있던

생강을 남편이 몽땅 수확을 했다



봄에 생강을 1근 사다 옥상 텃밭에 빙 둘러

심었다는데  한약 찌꺼기 비료를 보약 삼아

무럭무럭 자랐나 보다



다 캐낸 생강이 자그마치 스텐 다라이로

하나 가득이다

나는 공방 일로 바쁜데 생강을 보니까

한숨이 다 나온다



저걸 다 어떡할거냐 하니 생강청을

만들거라 한다

내 일도 바쁘지만 씻는 거는 내가

하겠다고 하고 옥상에서 큰 함지박에

물을 받아 먼저 흙을 씻어 내는데

그것만으로도 내겐 큰일이다

그릇에 담아 저울에 달아보니 자그마치

8.7kg나 되서 기함을 할 지경이다



물을 계속 갈아가며 씻어주니 제법

뽀오얀 자태를 드러낸다

아주 실하게 자라 보기에 탐스러웠다

채반 두 개에 나눠 놓고 물을 빼기로

했다



물이 빠진 생강들을 어제는 남편이

점심 먹고 나서부터

혼자서 껍질을 까기 시작했다



나는 마침 공방 일도 바쁜지라

미안하긴 하지만 어쩔 수가 없어

"아이고, 힘들어서 어쩐대!

그 생강청 아까워서 어찌 먹나

그래도 정성이 들어갔으니 맛나겠네"

라며 립서비스만 열심히 해주었다



8시에 일 마치고 내려와 보니 그때까지도

그야말로 생강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어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에고, 몸에 좋은 거 먹겠다고 무리하다

병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겠수!"



큰 소쿠리 하나 가득 담긴 생강을 갈아야

하니 나보고 저며 달란다

하루종일 혼자 껍질을 깐 사람도 있으니

나도 일하느라 힘들었는데 거절할 수 없어

그걸 저미노라니 보기만 해도 질리고

몸도 피곤하니 은근히 부아가 났다



내년부턴 생강 절대로 심지 말라고 하니

화를 벌컥 낸다

아무래도 몸이 힘든 탓이겠지

나도 이리 힘든데...



오늘은 아침부터 생강을 갈아대느라

멀쩡한 가는 기계 하나 모타를 다 태워

망가 뜨리고 큰 믹서로 겨우 다 갈아

설탕을 넣고 달여

결국 생강청을 만들어냈다



저녁에 나는 유리병을 죄다 꺼내.소독하고

식으면 차례차례 넣을 준비를 해놓았다



남편이 해놓은 걸 보니 너무 수고 막심이라

내년에는 이렇게 무식(?)하게 많이

할 일은 결코 아니란 걸 절감을 한다



차라리 사 먹고 말지!


 
생강과의 전쟁(?)
생강과의 전쟁(?)
생강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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