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쩜 맛이 이렇게 좋으니? 간이 딱 맞고 맛있다!" 엄마는 잡채를 한 젓가락 드시더니
흡족해 하셨다.
청주에 있는 여동생이 엄마와 통화를 했는데 엄마가 입맛도 없으시고 자꾸 아프시다니까
걱정이 된다며 언니들이 시간되면 가보면 어떨까? 한다.
엄마야 늘상하는 말씀이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여 스케쥴을 번경하고 친정엄마를 찾아 뵈었다.
엄마와 함께 간 곳은 어르신들이 특히 좋아하는 곤드레밥상 식당이다.
서둘러 왔는데도 주차장엔 자리가 없어 기다렸다가 주차를 겨우 하고 대기표를 받았다.
그런 중에도 새치기 하려는 차가 있으니 새치기는 언제나 없어지려나?
"펑~펑" 하는 소리에 놀란 엄마에게 뻥튀기 소리라며 기다리는 사람이나 후식할 때 커피와
많이들 먹는다고 알려 드리며 뻥튀기 하나를 건넸다.
대기표 소리가 들리니 엄마는 은행인 거 같다며 웃으시며 정말로 사람이 많다고 놀래신다.
당뇨가 있으신 엄마는 음식을 조심스레 드신다.
간호사인 올케가 옆에서 잔소리아닌 잔소리에 과일도 조심, 단 음식도 조심, 짠 것도 조심...
곤드레밥에 양념을 하지 않고 그냥 드셔도 맛있다며 잘드시는 엄마가
"느네 아버지도 살아계시면 딸과 함께 이렇게 함께 맛나게 먹을텐데..."
"도토리 무침도 간이 맞고, 청국장도 냄새도 없고 음식이 참 맛있는데 함께 드시면 좋을텐데.."
잠시 아버지가 떠올라 나도 헛기침을 했다.
"엄마가 아버지 몫까지 많이 드셔~, 그리고 또 생각나면 언제든 딸에게 콜하시구
아니다, 다음엔 또 다른 곳으로 안내해 드릴게요...ㅎ"
푸심한 음식에 셀프바까지 준비되어 있어 사람들이 음식을 나르고, 카페까지 있는 실내를 둘러보면서
엄마는 당신일 처럼 걱정 섞인 목소리로
조용히 내게 물으신다.
"이렇게 장사해서 남는게 있겠니?" ㅎㅎ
우리엄마는 늘 남의 걱정을 잘하신다.
든든하게 점심을 먹고 커피를 좋아하시는 엄마와 옆에 나란히 붙어있는 휴게실에 들어가
커피를 내려 갓 구워낸 군고구마를 올려드리니 또 놀래신다.
거기다가 약방의 감초처럼 뻥튀기도 두어개 갖다 드리니 손사래치시며 커피 한 잔이면
더이상 들어갈 때가 없다고 엄살을 부리신다. 엄살이 아니시다. 진짜 커피만 드시는 엄마!
싱그러운 식물을 곳곳에 매달아 놓고, 햇살 잘 드는 곳에 피어있는 꽃들과 초록식물들이
난로불에서 구워나오는 작은 호박고구마와 잘어우렸다.
옹기종기 모여서 열심히 맛나게 먹는 그들을 보면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시고,
그런중에 뻥튀기를 가방에 담는 할머니들을 보며 눈이 동그래져 저렇게 까지 하면 안된다고 인상까지 쓰신다.
이사람들은 뭐 먹고 살으라고... 그냥 여기서 먹으면 끝내야지..하시며 영 못마땅해 하신다.
커피도 내리는 커피에 갓구운 군고구마까지 후식으로 서비스 하는데가 흔치 않는데 거기다가 뻥튀기까지
마음껏 드시면 그걸로 고마워하면 되는데 꼭 가방에 챙기는 사람들은 역시 어떻게 할 수 없다.
기분이 한결 좋아진 엄마는 동네 할머니와 공원에서 약속이 있으시다며
할머니가 적어주신 집주소와 폰번호를 나에게 자랑하신다.
손주가 적어주셨는지 또박또박 예쁘게 쓰여진 글자 사이로 폰 번호가 두 개나 적혀있었다.
폰 번호 두 개를 적어 주신 이유가 혹시나 당신 폰으로 연락이 안 될 때를 대비하신 건가 싶어
마음이 아리다.
엄마 좋으네. 그렇게 이웃할머니들 만나서 이야기하고 맛난 거 드시고 단풍구경하시고 그러면
좋지.
집안일을 그만하셔요. 엄마가 아무리 열심히 하셔도 별로 표도 안나는게 집안일이고
그리고 매일 허리 아프시다고 끙끙거리시면 동생댁도 안 좋아하고, 일을 찾아서 하시니 정말 걱정이유.
엄마는 그게 즐겁고 그게 당신 일이라 생각하고 직장다니는 며느리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야지
밥만 축내는 늙은이로 살고 싶지 않으시단다.
그마음은 알겠는데 그러다가 누워계시면 더 곤한하니 어쩌누?
차의 창문을 여시며 바람이 시원해서 좋다시며 말씀하신다.
"난 봄에 떠나고 싶다. 3월이나 4월에 니네 아버지 곁으로 가고 싶다.
겨울은 넘 춥고 너희에게 고생이 되니 봄이 좋을 거 같아..
참, 나도 뻥튀기 2개 들고 왔다. 공원에서 만나는 할매 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