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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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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말로 좋아 죽겠네


BY 만석 2019-11-19

참말로 좋아 죽겠네
 
올 김장은 또 어떻게 하나하고 걱정을 했더니, 아들이 겁도 없이 말했다.
올해 김장은 제가 해 와요.”
아니, 해마다 엄마가 김장을 해도 들여다보지도 않더니 웬 일이랴.
맛은 장담 못해요. 암튼 김장을 해가지고 진우네랑 딱 절반씩 나누기로 했어요.”
오이~. 아니 웬 횡재인고.
 
사실은 시골의 놀리는 밭에, 친구와 주말농장을 해 보겠다기에 그리하라고 승낙은 했었다. 농사의 자도 모르는 오리지날 화이트칼라들이, 뭘 하겠나 싶어서 반신반의를 했겠다?! 그랬더니, 주말이면 제법 츄리닝 복장으로 시골엘 오르내리기는 했다. 가끔은 묻지도 않는 말에,
잘 되거나 말거나 농약은 절대로 쓰지 않을 거예요.”한다든지,
배추가 서너 포기 죽었네요.”하기도 했다. 재미로 해 보라며 건성으로 대답을 하곤 했다.
 
그랬더니 배추모 40포기를 심었는데, 35포기가 제법 건실하게 버틴다고 했다. 무도 50포기를 꽂았는데 얼마나 살아남았는지는 몰라도, 아들은 꽤 신이 나 있었다. 무는 그렇다 치고 배추를 두 집에서 나눈다 해야 열다섯 포기씩이겠다. 아래 위층의 김장으로는 부족하니, 우리는 사서 해야 할 것 같았다. 더군다나 딸도 나누어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아들은 생전에 처음으로 키운 배추에 대한 애착이 커서, 스스로를 무척 대견해 하는 것 같았다. 김장을 사서 한다고는 말도 꺼내지 못했다.
 
친구가 아파트에 살아서 김장 할 엄두를 내지 못하나 보다. 친구 부인이 시골로 내려가서, 김장을 아예 담가서 올려올 예산을 세운 것 같다. 그러면 좋지. 밭에서 뽑은 채, 넓은 마당에서 씻고 절이면 금상첨화지. 소금과 양념만 싣고 가면 되니까 말이지. 다만 우리 며느님을 추운 데서 김장 일을 시켜야 하겠으니 무척이나 걱정스럽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친구의 아내가 내려간다는데 내가 동행하기도 그렇고. 아무튼 저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 싶다.
 
그러고 보니 나도 욕심이 생긴다. 열 댓 포기면 한 겨울 김장거리로는 마다할 것도 없지. 이른 봄에 일찌감치 김장이 떨어지면, 그때 댓 포기씩 두 번만 김치를 담그면 된다. 맛을 걱정했으니 맛이 없으면 지져먹고 볶아먹고, 김치는 한 포기씩 쉽게 담가 먹어도 될 것을. 아들 친구와 소라도 때려잡을만한 체격의 그 와이프는, 까짓 그 많지도 않은 김장이 무슨 대수냐고 한다질 않는가.아들이 말한다.
"
엄마는 김치통이나 준비하고 신경쓰지 마세요"라고 하니, 거 참. ‘투가리보다 장맛일세.
 
아이구 좋아라. 이래서 올해 김장은 걱정 끝. 받아서 넣기만 하면 된다. 거참. 이왕이면 배추를 좀 많이 심지 그랬을까. 처음 하는 일이라 실패를 할라 싶어서, 경험삼아 조금 심어 보았다지? 먹성이 좋은 아들만 셋이고 따로 사는 부모님도 계시는 친구도, 내년에는 더 많이 심을 게 뻔하다. 이왕이면 내년에는 고구마도 감자도 심어보라고 귀뜸을 해 줘야겠다. 아마 그들도 좋아할 거야.
그나저나 김장을 해다 준다니, 내가 더 참말로 좋아 죽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