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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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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나의 폰은


BY 마가렛 2019-11-19

폰이 없다는 것을 차에서 내리면서 알게 되었다. 가방을 뒤지고 운전석을 둘러보고, 바닥을 헤집어도
폰은 정녕 없었다. 아! 어디로 갔을까? 우리가 어디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냈지?
시간을 되돌려 거꾸로 유추해 보기로 했다.
그래! 귤농장이다.
마지막으로 늦게 도착한 귤농장에서 사장님이 알려주신 핑크뮬리 언덕과 귤체험을 위해 귤농장에서
여러사람의 포즈를 폰에 담고 그러다가....

늦은시간에 도착을 했지만 나때문에 천지연 폭포 가는 것은 거두고  저녁을 먹기로했다.
나야 쓴 맛이지만 일행을 위해, 나를 위해 갈치조림을 먹긴했지만 멋도 모르겠고 별로 내키지도 않았다.

폰이 없는 나를 위해 친구가 귤농장에 전화를 걸어주었다.
벌써 늦은 시간이라 직원들도 모두 퇴근했고, 내일 8시에 출근하니 그때 찾아보겠다는 사장님의 말씀을
친구가 전해 주었다. 마음은 바빳고 폰을 못 찾으면 어떻게 해야되나 하는 마음과 폰 속에 있는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떠오르며 너무 많은 것이 폰에 담아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랬다.
통시사에도 전화를 걸어 폰을 분실했다고 알럈디.
'폰을 바꾼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남편이 큰 맘으로 선물한 것인데 지난달에 보험을 해약하지 말 것을..'

찾을 수 있을거야. 우리가 마지막 손님이었는데 꼭 찾을 수 있을거야.
나도 일행도 모두 찾을 수 있다고 위로하며 그 밤을 보내는데
폰이 없는 밤은 허전했다.
남편이 출장을 가고 내옆에 없었을 때도 이렇게 허전했을까?
어쩜 남편보다 더 껌딱지처럼 나와 한몸이 되어 늘 함께했던 폰이기에 하루밤 나의 곁에 폰이 없으니
허전했다. 식구들에게 톡을 해야 되는데 궁금해야 할텐데 알람을 맞춰야 되는데, 일단 식구들에겐
내일 톡을 보내기로 하고 나때문에 여행의 즐거움에 흥을 잃을까 싶어
최대한 내색하지않고 담담하게 일행과 마지막밤을 안주 듬뿍 먹으며 맥주를 마셨다.

-우리 주인님은 왜 나를 제대로 챙기지 못해서 내가 이 깜깜한 밤에 주차장에서 덩그마니 하늘만 보고
밤을 지세워야 하지?흥 .. 밉다. 미워!
밤하늘의 별은 무수히 반짝거리고 고요한 밤에 귤나무들도 모두 조용히 잠자고 멀리 보이는 불빛만
나에게 인사하는데 나는 무엇을 하며 긴 밤을 보낼까?
주차장에 깔려있는 자갈돌은 은빛, 구릿빛이 옹기종기 모여 자기네끼리 노래하고 재잘거리는데
아! 추워진다. 주인님을 만나면 뽀로통해져서 말을 하지 말아야지.
내가 얼마나 필요하고 귀한 존재라는 걸 이 밤이 지나면 아시려나...
내일 아침 일찍 혹시 주차하려는 차가 나를 밟으면 안되는데... 설마 그런일은 없을거야.-

아침에 귤농장 사장님께 다시 전화를 드리고 다시한번 정중하게 폰을 잘 좀 찾아봐달라고 부탁을 했다.
짐을 정리하면서 오늘의 일정을 이야기하는 총무에게 아무래도 먼저 귤농장을 가봐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 다른 일행에겐 미안했지만 나로선 폰을 찾는게 우선이었다.
나는 모두 귤농장으로 가면 미안할 것 같아 다른 차량은 다음 목적지인 이시돌을 가면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모두 귤농장에 가서 폰을 찾아보자고 총무가 이야기했다.
옆에 있는 친구가 거듭 나를 달래며 폰이 그곳에 있을거라고 나를 감싸주었다.
나도 그렇게 믿는다며 폰이 귤농장에 없으면 우리가 주차한 주차장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을 보탰다.

귤농장엔 직원들이 청소를 하면서 상한 귤을 자루에 들고 옮기고 있었다.
아침의 귤농장은 어제 늦은저녁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밝아오는 태양아래 귤은 더욱
탱글탱글 빛나며 이슬을 머금고 있었다.
우리는 빠르게 움직이며 어제의 우리 자리를 둘러보며 폰을 찾고 있는데 폰이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소리가 들렸다."000야~~ 폰 찾았어!!!!" 처음엔 그소리를 잘 못듣고 고래를 숙이고 있었는데
재차 소리가 들려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들고
멀리 돌아보니 친구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열심히 뛰어가 친구를 와락 안았다.
친구도 나를 꼭 안아주며 폰을 건네주었다.
"고마워. 친구 "
"어쩐지 주차장에 있을 거 같아 나는 주차장을 꼼꼼히 돌아보았지. 정말 다행이댜"
"정말 고맙다. 친구야~"
일행은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친구에게 손을 번쩍 들어주었다.

아들에게 톡을 보냈다.
"엄마 폰 찾았음."^^
 
어젯밤에 나의 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