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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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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는 즐거움


BY 오늘풍경 2019-10-14

주방 수납장에 있던 아주 오래된 들기름을 버렸다.
소금,설탕, 표고버섯 가루 등 먹지 않고 방치하던 것들도 버리고, 용기들 역시 재활용 쓰레기봉투에 넣었다.
이상하게 주방찬장은 깨끗하지 않은 곳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자주 열지 않게 되어 언제부터인가 안의 내용물들이 관리되지 않았다.

이사가 1년 6개월이나 남았지만 오늘부터 하루에 한 가지씩 버리기로 했다.
월,화,수,목,금요일 5번 곱하기 ( 52주+26주) 하면 약 400가지를 버려야한다.
때에 따라 건너뛰는 날도 있고 한꺼번에 두,세개를 버리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살고 있는 집에서 너무 오래 살아서 버릴 것 투성이다.

입지 않은 옷도 장롱속에 너무 많다. 사 놓고 한 번도 제대로 입지 않은 옷들도 있다.
버리기에는 아까운 옷들은 어떻게 처분하는게 좋을지 고민을 좀 해야겠다.
중고사이트에서 별의 별것들을 다 팔아보았지만 옷은 한번도 팔아보지 않아서 동네 한살림가게? 이런 곳에 처분을 해야할지, 아니면 비싼 것들은 수선을 해봐야할지 말이다.
결혼할 때 한 번 입은 한복들, 고무신도 버려야하는데 아깝긴 하다.

전에 중고책을 일부 팔았지만 책곰팡이가 있는 것들은 거부당해서 버릴 것이 많다.
이런 것들은 빌라 앞에 내 놓으면 폐지 모으는 어르신들이 냉큼 가져가기 때문에 처분이 용이하긴 하다.
아무래도 주방 수납장에 있는 것들과 창고처럼 사용하는 책상방에서 케케묵은 버릴 것들이 많이 나올 것 같다.
사실, 쇼파도 버려야한다. 남편은 잘 사용하지 않는 전자렌지도 버리자고 한다.
세탁기도 거의 16년을 사용하니 아랫쪽에 녹이 슬었다.
텔레비젼을 올려둔 거실장안에도 버릴 것 투성이고, 거실장 자체도 버려야한다.
옷방에 있는 옷장들도 20년 되었고, 완전 싸구리 장이라 버리고 새로 사야한다.

신발은 자주 사지 않았지만 그래도 역시 사놓고 잘 신지 않았던 구두같은 건 고민을 좀 해봐야한다.
너무 구닥다리라 중고로 내 놓아도 안 팔릴 것이 뻔하다.
요즘 누가 통굽의 구두를 신을 것인가.

무엇보다 여행가서 사왔던 기념품들..
이런 것들은 이사하면서 데리고 가도 되겠지만 먼지가 꼬질꼬질 앉은 것들이라 고민이다.
버리기에는 여행의 추억이 담겼고, 가지고 가기에는 이젠 그런 것 쳐다보면서 흐뭇해 할 짬밥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가장 쉽게 버려지는 것이 인간관계가 아닌가싶다.
참기 싫고 견디기 싫어서 쌀쌀맞게 대하거나 차가운 말로 상처를 주거나 요즘 아이들 말로 쌩까기 몇 번하면 관계가 금방 단절된다. 나 너 싫어! 라고 대 놓고 말하지 않아도 그걸 전달할 방법은 너무 많으니까.
살아오면서 이것저것 아까워서 참 쓸데없는 것들 많이 쟁여두고 살아온 것 같은데
인간관계는 그 동안의 정과 나눴던 마음을 아까워하지 않고 쉽게 정리하면서 산 건 아닐까.
물론 그런 결정을 하기 까지는 숱한 고민도 있었겠지만 사실, 물건만큼 그렇게 아까워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다시는 사용하지 않을 것 같아서 과감하게 버리다보면
남을 게 별로 없을 것 같고, 사실 살아가면서 많은 물건이 필요한 것 같지는 않다.
새로운 물건을 살 때의 쾌감 못지 않게 버리는 기분도 가히 나쁘진 않다.
뭔가 홀가분하고 산뜻해지는 기분도 있다.
버리는 것에 가속이 붙어 불필요한 것들은 이참에 모조리 버려서 반강제라도 미니멀 라이프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