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세의 귀여운 엄마와 이틀간의 수다여행으로 들어가보면...
첫 날,
친정집에 도착하니 엄마는 그많은 빨래를 세탁해서 빨래건조대에 널기 바쁘셨다.
동생네가 휴가를 떠난 자리엔 그들의 옷들이 수북히 쌓여 있기에 엄마는 그것을 그냥 놔 두는 성격이
아니시기에 세탁을 하신게다.
(이번 동생 휴가엔 엄마가 집에 계시겠다고 시위를 하셔서 결국 엄마만 집에 계시는 3박4일이다.)
도대체 양말이 몇개나 되는 거야?
빨래줄에 참새가 조로록 앉아 있는 거 처럼 건조대에는 양말만 해도 손가락 발가락으로 세고도 남았다.
"엄마 집에 있으니 보이는 게 일이니 나가요~"
힘이 들다며 쇼파에 잠시 누워 쉬겠다는 엄마에게 에어컨을 틀고 선풍기를 틀어 드렸다.
그나마 당신이 움직일 수 있으니 이렇게 움직여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다는 엄마의 말씀이
틀린 말씀은 아니지만 딸로선 조금 화가난다.
바쁘게 직장생활하는 동생부부지만 보면 주말에도 집안일은 거의 안 하고 엄마 몫이다.
나두 직장생활하면서 시어머님께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이정도 아니었는데
물론 우리엄마는 늘 앞상서서 미리미리 도움 주시고 서두르시니 동생네도 당연하게 생각하는게
당연할 수 도 있다. 어찌보면 다 성격탓인걸...
외출할 때면 꽃단장을 하시는 엄마는 내가 못보던 옷을 입으신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니 눈치를 채시고 또 하나의 옷을 만드셨단다. 리폼을 하신게다.
도트무늬 민소매 원피스 옷에 다른 옷 소매를 이어 바느질을 하니 반팔 원피스가 되었다는데
감쪽 같았다.
엄마는 바느질 솜씨가 워낙이 뛰어나셔서 결혼하시고도 그당시 시집가는 새색시 저고리를 만들어
주셨단다. 그당시에는 그 바느질 삯이 다른 바느질보다 월등하게 삯이 좋았다고 하시며
서울로 올라오실 때도 아버지께서 엄마의 바느질솜씨가 좋으니 재봉일을 하면 잘하시겠다고 했는데
엄마가 도리질을 하셨다고 하신다.ㅎ
엄마가 좋아하는 코다리우거지찜을 먹는데
입맛이 없으시다는 엄마가 맛있게 드시니 보는것 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엄마는 코다리보단 우거지를 더 좋아하셨지.
우거지를 제육볶음과 함께 먹어보라는 엄마의 말씀대로 따라하니 입맛에 맞는다.
반찬수가 너무 많아 조금 줄이고 가격을 내리면 좋을 것을. 남은 반찬을 싸 달라고 할 수도 없고,
결국 코다리만 포장을 부탁했다.
영수증을 가지고 옆의 카페에 가면 커피를 10%로 싸게 해 준다고 해서
괜찮다고 비싼 커피 마시지 말고 집에가서 마시자고 하는 엄마를 거의 설득해서
카페에 들어갔건만...이런 오늘이 휴무한다....
공원에 앉아 있어도 바람 한 점 없고 이글거리는 태양에 가까운 편의점엘 들어갔다.
제법 규모가 큰 곳이라 아이스커피를 자리에서 마실 수 가 있었다.
흐르는 땀을 식혀가면 마시는 커피는 엄마도 좋아하셨다.
편의점 사장님을 보며 퇴직하시고 하시는 분같다며 귀속말로 서로 나누고..ㅎ
내가 엄마와 함께 자고 싶지만 맏며느리라는 이유로 집에 들어가야 하니 좀 마음이 불편하다.
물론 집에 이야기를 하고 친정에서 잘 수 있지만 나도 이젠 내집이 편한게 사실이고
내일 또 남편과 엄마를 찾아 뵙기로 했고, 또 엄마도 등을 떠미시니 못이기는 척 하고발길을 돌렸다.
남편이 엄마를 모시고 엄마가 좋아하는 꽃식물을 사드리기 위해 꽃시장을 가기로 사전에
나와 이야기를 했다.
그전에 출출하니 조금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엄마는 미각이 뛰어나신 분이시라 반찬 하나만 드셔봐도 이집 음식이 어떻겠다라고 말씀하시는 분이시다.
새벽에 갈치가 와서 싱싱하다며 인사말을 하시는 사장님의 말씀처럼 갈치조림은 맛깔나고 간이 딱 맛았다.
간장게장도 좋아하시고 궁채도 잘드시는 엄마는 사위앞이라 조심스러워하며 식사를 하셨다.
엄마는 큰사위가 좋은데 조금 조심스럽단다.
큰사위라서 그런가 아님 사람이 너무 반듯해서 그런가...ㅎ
꽃시장에서 엄마가 좋아하시는 자스민과 구경하시고 맘에 드신다며 눈길을 주시는 아펜도라를 샀다.
우리도 세이지 허브를 하나 사고 계산을 하려는데 엄마가 앞장서서 카드를 내미신다.
내가 얼른 카드를 뺏고 남편에게 계산하라고 눈짓을 하니
엄마는 나쁜 띨이라며 눈을 흘기셨다.
기념되는 식물이니 엄마는 잘 키우시기만 하면 된다고 하니 걱정말라며 정성껏 키우겠다며
사위에게 점심도 꽃도 너무 고맙다며 몇 번이고 인사를 하시는 우리 엄마.
밤에 혼자 잘 주무실 수 있냐고 여쭈니 방에 장우산을 갖다 놓을꺼라며 도둑님이 와도
꼼짝을 못 할거란다.
그런데 도둑님이 내가 장우산을 잡기 전에 먼저 장우산을 잡고 나를 때리긴 않겠지하시며
웃으시는데 참 해맑으시다.
다음날 아침에 문안인사를 드리니 도둑님은 안 오시고 잘 주무셨다며 오전에는 둘째여동생이
모시러 온다고 했단다.
제부와 함께 엄마를 모시고 온천에 간다는데 편하게 잘 다녀오시길 바란다.
우리엄마 또 한 말씀 하신다.
"나는 집이 제일 좋은데 왜 자꾸 날 데리고 가고 싶어하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