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까지 동반하는 장맛비가 폭포처럼 쏟아 붓는다.
강한 나무들은 꿋꿋하게 잘 버티고 있지만 작은 꽃들은 흘러내려 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오늘을 기점으로 비가 좀 수그러진다면 좋겠는데 주말까지 비소식이 니 큰 기대를 하지 말자.
동생보다 내가 먼저 친정에 도착을 했더니 여름방학을한 조카들이 나란히 서서
공손하게 인사를 한다.
중학생인 큰조카는 말이 없어 과묵하고 초등학교 고학년인 둘째조카는 애교와 말로 딸 역할을 하는 엄마완
안아주고 스킨쉽하며 깔깔거리며 잘지내는 귀염둥이다.
엄마와 습한 공기를 떨구어내려고 집을 나섰다.
사실 엄마를 뵈러 온 목적도 있지만 엄마동네에 미용실이 마음에 들어
도랑치고 가재 잡으로 왔다는게 솔직하다.
다니던 미용실에 예약을 하려고 했더니 담당 디자이너가 오후에나 출근을 한다고해서
일단 예약을 하고 엄마와 산책을 했다.
어제 파마를 했다는 엄마는 뽀글뽀글한 머리에 염색을 안 한 황금빛과 은빛이 어울어진
머리빛깔이 노년에 걸맞게 멋져 보였다.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미용실을 보니 무슨 카페같이 단정하고 깔끔하다.
나는 이런 스타일을 좋아해서 엄마에게 일단 들어가보자고 했다.
유명미용실에서 경력이 있다는 원장의 프로필을 보며 마침 조용하기에 파마를 하겠다고 하니
얼른 가운을 갖다 주었다.
엄마는 편한 의자에 앉아 식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시고
디자이너의 손에 나의 머리는 조용히 다듬어 지고 있었다.
옆에 계신 엄마가 한 말씀 거드신다.
"머리를 참 잘 자르시네요."
웃으면서 헤어디자이너는 "어머님이 참 인상이 좋으셔요" 하신다.
엄마는 해맑게 웃으시며 미용실을 언제 오픈했냐며 또 물어보시고
5년정도 됐다고 하니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나에게 아니라고 속삭이신다.
당신이 여기를 지나다니면서 못 봤다고 하시면서...ㅎ
내가 엄마가 관심이 없어서 그럴 수 있다고 미용실이 카페같고 간판도 작으니
눈에 잘 띄이지 않아서 그럴거라고 했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거리신다.
이런모습에 디자이너는 또 웃고 머리를 감겨 주면서 엄마의 연세를 물으신다.
넘 젊어 보이셔서 아직도 70이 됐을까? 했단다. 이건 너무 비행기 태우는 것 같고..
원하는 스타일의 파마를 하는 동안 예약한 미용실에 취소를 하고,
동생이 잘 찾아와서 엄마와 잠깐 요기를 하고 오라고했다.
사실 난 엄마와 1차로 요기를 했기에 잘다녀오라고 했다.
디자이너는 딸둘과 엄마의 대화에서 넘 정겨움과 다정함이 보인다며 무척 부러워했다.
나도 딸이 하나있지만 자주 못 만나다하니
자기는 아들만 하나 있어 둘째가 딸이라면 낳고 싶지만 어째 또 아들같아서
더이상 낳지는 않으려고 한단다.
딸도 좋지만 아이를 위해서 형제는 필요한데 좀 아쉽다.
30중반의 디자이너는 얼굴도 몸매도 단아하고 목소리도 은은해서 마음이 편했다.
나에게 관리를 하냐고 묻기에 웃으며 걷기는 좋아한다고 했더니
자기는 요가를 꾸준하게 한다고 요가를 권했다.
유투브를 보면서 집에서 요가를 한다고 하니 좋은방법이라며 웃는다.
웃는 얼굴이 참 예쁘다.
친정으로 돌아오니 조카들은 학원으로 갔고
요즘 많이 나오는 제철과일인 복숭아와 키위를 깍아 도라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동생이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엄마께
"엄마! 누가 더 이뻐요?"
엄마는 무슨 말인지 싶어 귀를 종긋 세우시며 다시 되물으신다.
"언니랑 나랑 누가 더 이쁘냐구?" 못 말리는 동생에게 내가
"니가 더 이쁘지. 니가 나보다 더 젊어서 니가 더 이뻐..."
엄마는................
"둘다 이뻐."
ㅋㅋ 동생는 좀 아쉬운 표정이다. 엄마가 자기가 더이쁘다고 해주길 바랬을텐데..
여동생은 천상 여자다.
이쁜거 좋아하고, 샘도 좀 많고, 남들에게 지기 싫어하고....
그래서 어린시절 종종 싸우기도 했다.
내가 산 옷을 몰래 입고 나가고, 자기 마음대로 안 되면 밥도 안 먹겠다고 투정부리며
자기의 주장이 강했다.
내가 다시 한번 이야기 해주었다.
"동생아! 니가 언니보다 더 이뻐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