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방의 첫 부산여행은 태풍의 강렬함을 선사하며 시작하더니
돌아오는 길 열차 승차권 해프닝(?)으로 비싼 수업료를 톡톡히 치루게 한다
토욜 저녁 배우인 조카가 뒷풀이 후 찜질방 우리에게 합류하여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다 어느덧 12시가 넘어가자 다들 피곤하여 조용한 곳을 찾아 다 함께
눈을 붙였다
다음 날 아침7시쯤 습관적으로 눈이 떠졌는데 조카를 비롯한 동생과 후배는 그때까지도 곤하게 단잠에
빠져 있었다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전날 밤 둘러보지 못한 찜질방 곳곳을 돌아다니며
탐색을 해보았다
호텔을 겸하는 곳인데 구석구석 공간을 마치 미로처럼 꾸며 놓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지은 지 좀 오래 되서 비가 새는 곳이 이곳저곳에 있는 바람에 그릇을 받쳐 놓은 곳이 눈에 띄는 게 호텔이라는 이름과는 걸맞지 않았지만...
창가에서 보이는 광안리 해변은 그때까지도 비바람이 치고 있었고 파도에 밀려온 온갖 쓰레기로 뒤덮혀 빨간, 연두색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쓰레기를 치우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3인방은 차례대로 깨서 씻고 나갈 준비를 했고
10시 쯤에야 겨우 일어난 조카까지 함께
비가 그친 해변으로 내려가 바다를 보고는 아점을 먹으러 찜질방 직원에게 얻은 정보로
시원한 대구탕집을 찾아 나섰다
유명 관광지답게 해변에는 애완견을 데리고 나온 사람들과 관광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우리가 찾은 대구탕집에서 옆 테이블 사람들이 시킨 푸짐한 전복해물찜을 보고는 대구탕에서 급변경해
커다란 접시에 넘치도록 담겨 나온 전복해물찜을 게눈 감추듯 해치우는 저력(?)을 발휘하니
우리는 역시 대한민국의 아줌마임에 틀림 없었다
이렇게 아점을 먹고 나니 입도 텁텁하고 기차 시간까지는 시간이 널널하여 모두 커피 생각이 간절하다 한다
광안리 해변에 널린 게 맛집, 멋집인만큼 바다를 향해 1,2층 창문을 활짝 열어 젖힌 분위기 좋은 커피점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기로 하였다
새련되게 꾸민 그 집에서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부산역으로 갈 시간이 되어 광안 지하철 역에서 아쉽게 헤어져
조카는 연기 연습하러 가고 우리는 부산역에 도착해 집에 있는 식구에게 줄 간단한 선물을 사 부랴부랴 열차에
올라 우리 좌석을 확인하고는 안심하고 앉아 있었다 그런데
조금 있으니 내 옆자리에 앉을 사람이 오길래 안으로 들어가라고 비켜 주는데 일행인 남자가 내 자리가 자기
자리라며 내게 승차권을 보여 달라고 하면서 자기 승차권을 보여 주는데 분명 내 자리 번호가 맞았다
통로 옆 두 자리에 앉았던 후배와 동생에게도 주인(?)들이 나타나 자리를 비켜 달라고 한다
이 무슨 황당 시추에이션이람?
일단 우리는 당황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통로 출입문쪽으로 나가 있다 열차 승무원이 오길래 자초지종을 얘기하였는데
아뿔사 내가 예매를 어제 날짜에 시간만 바꿔 결제를 한 것으로 확인이 되었다
어제 날짜니 당연히 오늘 열차에서는 예매 승차권이 없다는 확인이 뜨는 거였다
순간 머리속이 하얘지며 당황이 되었다
1인당 59,800원씩인데 이를 어쩌나 싶어서....
그 와중에 후배는 당황하는 나와 동생을 안심시키며 침착하게
승무원에게 어떻게 구제할 방법이 없겠냐고 물어보니 이미 시간이 지난 거라 환불도 안 되고
좌석도 없으니 지금으로선 입석표를 다시 결제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고 한다
속은 쓰리지만 이미 열차는 탔고 집에는 와야 하니 승무원에게 울며 겨자먹기로 결코 싸지 않은 50,800원짜리 입석표 3장을 다시 구매하였다
이런 우리가 안 되 보였는지 승무원은 동대구까지 비어 가는 좌석 3자리를 알려주며 그때까지만이라도
앉아가라는 친절 아닌 친절(?)을 베풀었다
원래 여행 경비를 한 사람이 일괄 결제한 후 여행 끝나고 정산하여 1/n로 나누기로 하였는데
나의 어처구니 없는 대형사고 실수로 인 해 뜻밖의 지출이 무려 17만원 돈이 추가가 되었다
순전히 나의 실수이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뿐이라 조용히 내가 손해를 감수해야겠구나
생각하며 임시 자리에 앉아 영수증을 확인하며 정산을 마쳤다
셋이 떨어져 앉아 오다 동대구에 도착하기도 전에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우리는 남의 자리에서
일어나 열차와 열차 사이 공간에서 두 개의 보조의자에 번갈아 앉아 오며 이 또한 이번 여행의 값진 교훈이 되었다며
나혼자 부담하지 말고 그것까지 정산하여 1/n로 나누자는 얘기로 애써 나의 실수를 덮어 주려는 동생과
후배의 눈물겨운 우정에 이번 여행의 총무를 맡았던 나를 미안하게 만들었다
집에 와 정산 내용을 톡으로 보내며 내가 조금 더 부담할테니 원래 정산금에서 두 사람분 3만원씩을 감하고 입금해 달라 하였다
나는 이번 일을 통해 앞으로 우리 셋이 해 나가야 할 사업의 동반자로서 각자의 마음씀이 이 정도라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 속에 무난히 할 수 있겠다는 소중한 선물을 받은 느낌이라
내가 더 지출하게 된 그 돈이 결코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서 가끔은 손해를 볼 때도 있지만
서로를 위하는 소중한 마음을 얻었으니
부산여행은 오래도록 우리 세 사람에게 아름답게 기억되는 시간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