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우연히 EBS에서 자연다큐를 보았다
2부인데 소제목은 <정원을 너에게 바친다>로
파푸아뉴기니 열대림에 사는 온갖 종류의 새들이 짝을 찾기 위해 둥지를 장식하고 꾸미며 암컷의 환심을 사려는 모습들이 신기하여 열심히 보았다 새 이름은 기억이 안 나는데 둥지를 만드는
과정이 일류 건축가가 무색할만큼 정교하게 꾸미고 있었다 그 작은 새가 이끼와 작은 나뭇가지들로 차곡차곡 쌓아가며 집을 완성해 가는 걸 보노라니 요즘 결혼할 때 남자들이 집 마련 때문에 결혼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작은 새의 노고가 눈물겨웠다
나무둥치에 붙인 이끼 위로 가느다란 나뭇가지들을 쌓아 놓는데 그냥 쌓기만 하는 게 아니라
요리조리 모양을 봐가며 구석구석 찔러 넣어
튼튼하게 쌓아가는데 그렇게 쌓기까지 적어도 4,5천번은 움직여야 한다니 실로 놀라웠다
그리고는 둥지 앞으로 나뭇잎도 물어다 놓고
색깔 예쁜 열매도 모아 암컷의 마음에 들만한
정원을 꾸미는 것이다
그리고는 둥지 안에 몸을 숨기고 희한한 소리로
암컷을 부르는 구애의 노래를 부른다
그 소리에 이끌려 날아온 암컷은 일단 정원을 둘러 본 다음 마음에 들면 한 발짝씩 둥지 안으로 접근을 한다 몸을 숨긴 수컷은 암컷의 마음을 확실하게 얻기 위해 더 멋진 소리를 낸 다음
순식간에 짝짓기를 끝낸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둥지 앞 정원을 꾸미기 위해장식하는 물건들이 나뭇잎이나 열매 등이 아니고 인간 세상의 온갖 쓰레기(색깔 화려하고 열매처럼 시들지도 않는 음료 깡통, 과자봉지등등)들로 장식하여 암컷을 위한 정원을 꾸민다는
모습이 반전이었다
자연에서 얻은 것들에 비하면 알록달록한 색깔들이 훨씬 암컷의 환심을 사겠구나 싶긴 했다
인간에게는 쓰레기에 불과한 것들이 새들의 생존에는 새로운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을 보니
울어야 할 지, 웃어야 할 지...
인간은 가히 자연 파괴의 일인자인가 싶어
뒷맛이 적잖이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