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정리를 하다가 조금 구겨진 흰자켓을 다림질 하는데 또로록 떨어지는 소리
머리숙여 바닥을 보니 은빛단추 하나 떨어졌다.
자켓 소매에 달려있는 단추가 실에서 이탈을 했다.
자기자리가 아닌 다른 곳으로 떨어진 단추는 기분이 어떨까?
모처럼 반짇고리를 찾아 단추를 달아본다.
여러번 실로 왔다갔다 되돌이표 하다가 완성이 된 단추를 보며
피식 웃는다.
바느질에 별로 관심이 없던 나는 예전엔 아들의 이름표를 옷에 달아주다가
'피를 봤다.'
빨간피가 검지에 톡 튀어나올 때
갑자기 붉은장미가 생각이 나서
가시에 찔린 손가락을 보듯 빨간피를 한참이나 들여다 보았다.
이름표가 두꺼워서 바느질이 삐툴하게 되었다며 괜한 이름표 탓을 하니
옆에서 보던 남편이 골무를 끼고 하라고 일러주었다.
골무가 있을리가 있남.
웬만한 건 세탁소에 맡기고 그야말로 아주 기본적인 바느질만 집에서 하는데
반짇고리도 내가 산 게 아니라 어디에서 사은품으로 준걸 고이 모셔 놓으니
가끔은 쓸 만한게 자리값을 한다.
여분의 단추를 모아 놓았더니 꽤 양이 많았다.
오래된 순으로 버리려고 하다가 옷이 없는 것은 정리를 하고
혹시나 싶어서 고이 모셔 놓은 단추가 어느날 필요해서 제 몫을 할 때는
괜시리 기분이 좋다.
새옷을 살 때 모아 놓았던 단추들,
여분의 단추가 옷에도 달려있지만
양복은 조각천과 함께 여분의 단추가 따라오는 경우도 있다.
너도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겠구나.
제자리에서 묵묵하게 오래도 참았네.
흰자켓이 은빛단추가 제자리를 찾으니 더욱 빛이 난다.
누구든 제자리에 있을 때가 제일 안정감과 여유가 있듯이......
우연이겠지만 오늘 신부님께서 이해인 수녀님의 시를 읽어주셨다.
눈을 감고 들어보니 시가 마음에 와닿아 내마음에 새기고 싶었다.
단추를 달 듯
이해인
떨어진 단추를
제 자리에 달고 있는
나의 손등 위에
배시시 웃고 있는 고은 햇살
오늘이라는 새 옷 위에
나는 어떤모양의 단추를 달까
산다는 일은
끊임없이 새 옷을 갈아 입어도
떨어진 단추를 제 자리에 달 듯
평범한 일들의 연속이지
탄탄한 실을 바늘에 꿰어
하나의 단추를 달 듯
제 자리를 찾으며 살아야겠네
보는 이 없어도
함부로 살아 버릴 수 없는
나의 삶을 확인하며
단추를 다는 이 시간
그리 낯설던 행복이
가까이 웃고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