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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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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리좋을까


BY 김효숙 2019-05-03

버스로 가면  30분 걸리는 곳에  막내 아들이 산다
보고 싶어도  맘대로 만날수가 없다
출근하고 퇴근하면  왜그리 바쁠까
문자로만 그저 감사감사 한다
유난히 사랑이 많고 따뜻한 아들이다
언젠가   아침에 일어나더니 
엄마 왜 나를 감성적으로 자라게 하여 꿀차도 못마시게 하느냐고
웃으며 내게 말을 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어젯밤 대리 운전을 하고
골목 마트앞에서 내렸는데
대리운전 아저씨가 돈을 얼마나 벌어
이 추운 날씨에 맘이라도 녹여줄까
슈퍼에서 꿀차를 두개 사서 하나는 그 아저씨 주고
하나는 내가 먹으려고 막..골목길을 들어오는데
재활용 치우는 청소부 아저씨를 보니
또 맘이안스러 드리고 들어왔다고

생각해보니 엄마가 나를 감성적으로 키워나
꿀차도 못 마셨다고 웃는다.
나도 웃는다.

골목길에 종종 한걸음씩 걷는 할아버지 보면
집 앞까지 업어다 드리는  맘 따뜻한 아들이다

이사를 오던 날
자기 방이 마땅치 않은것을 보더니
가방 챙겨 자취하고 있는 형아네로 가버리고
기나긴 문자를 엄마에게 보내던 아들
엄마...
엄마도 설흔에 형아 낳고 잘 살아왔잖아
나도 이제 설흔이니 혼자 독립해야지
그리고 엄마도 혼자 방을 차지하고 하고ㅗ 싶은대로
글도  쓰고  그러면서 살아

옥상에 난간이 얕으니 밖에는 내다보지 말고
위;험하니까

그러면서 엄마 곁을 떠나  혼자 독립하여 사는 아들이 되었는데
가까운 거리임에도 자주 얼굴을 보지못하니 맘이 시리다

그런데 어제는 그 아들이 온댄다
가슴이 설레이고 좋아서 여기저기 치운다.
계단 올라오는 길에도 초록색 방아잎 꽃나무를 놓아두고
작은  텃밭 상자에 새싹들도 가지런히 모종을 사다 심어 놓았다
울 아들 오면 좋아하라고
엄마가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예전에 가게를 할때도 엄마가 꽃을 좋아한다고 12개 작은 꽃들이 담긴
화분을 사다가 가게 앞에 놓아주던 아들
엄마   화가 나면 꽃을 보아요
엄마는 딸이 없으니까 내가 딸노릇해야지요  그랬다

2003년 갑상선 수술을 하고 누웠을때도 우리 동네 산마다 돌아다니며 산딸기를
따서 까만 봉지에 가득  담아 누워 있는 엄마에게 전해주던 아들

초등학교 4학년때는 해가 질녘 시장에  다녀온다고 간 아들이
한시간 있다가 총각무우 한단을 사가지고 왔다
무슨 총각무우냐고 물으니 어떤 할머니가 팔지를 못해서
한단 사고 황토 찜질팩을 사오던 아들

언젠가 생일 날  5학년이던 아이는  봉지에 뭘 사들고 들어오더니
엄마 오분만 눈 감고 있으라며 절대 눈을 뜨지말고 있으라 하더니
오분 지나 눈을 뜨세요  하기에 보니 쟁반에 미역국
엄마 생일 축하해 한다...

그 다음날 꽃을 사러 꽃집에 같이 갔는데 아들은 밖에서 고르고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꽃집 아줌마가 하는 말  밖에서 있는 저 아이 엄마가 누군지 참 좋겠어요 한다
어제 저꼬마가 내게 와서  일회용 미역국 어떻게 끓이는 거냐고 묻더랜다.
뜨거운 물을 끓여 부으면 된다고 가르쳐 주었는데 한다
우리 아들인데요 하니 참 행복하시겠어요 한다

맨날  우리 엄마 시골집 하나 사준다고 꿈을 꾸는데 맘대로 안된다
자동차 딜러로 일을하는데 외제차라 판매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언젠가  그것이 알고 싶다에 장애자에 편견이라는 프로에
장애우 역활을 하는 배우를 뽑는다해서  응시했는데 연락이 안오더랜다
전화를 해서 떨어진 이유를 말해달라고 하니
너무 잘생겨서 안된다고 하기에  오디션만 보게 해달라고 했더니
담당자가 가만히 듣고 있다가 그럼 오디션이라도 보라고해서
갔다가 합격을 해서 방송에 나왔던 때가 있다.

그렇게 마음 따뜻하고 감성이 풍부한 막둥이 아들이 온다니
얼마나 좋은지 행복했다.
자식이란 남편보다 더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편 남편에게도 미안하기도 했다.
쓸고 닦고..
아들은 엄마 된장 찌개 하나면 됩니다 하고 문자는 왔지만
어찌 엄마 마음이 그러랴
등갈비 매콤하게 만들고 잡채랑 두릅 김치랑 저녁을 먹었다
방에서 도란도란 부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온 집안에 봄꽃이 피어나는 것만 같았다

한집에서 알콩달콩 살아야하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엄마 마음은 늘 아프다.
같은 구에 큰아들 막내아들 그리고 나 셋이 혼자 산다
아빠는 지방에 주말에나 온다
아들들과 함께 살고 싶다
퇴근해 오면 맛난 저녁해서 기다려주고 함께 먹고  하하호호 웃으며 살고 싶다
그런데 이젠   모두 훌훌...혼자 산다

가끔씩이라도 얼굴보며 행복해 할수 있으니 감사하고 행복하다
한시간 머문 후...막둥이는 부르릉....갔다
훈훈한 공기가 이밤 이곳에 가득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