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싸우는 것 시인 안도현
내가 이 밤에 강물처럼 몸을 뒤척이는 것은
그대도 괴로워서 잠을 못 이루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창 밖에는 윙윙 바람이 울고
이 세상 어디에선가
나와 같이 후회하고 있을 한 사람을 생각합니다
이런 밤 어디쯤 어두운 골짜기에는
첫사랑 같은 눈도
한 겹 한 겹 내려 쌓이리라 믿으면서
머리 끝까지 이불을 덮어 쓰고 누우면
그대의 말씀 하나 하나가 내 비어 있는 가슴 속에
서늘한 눈이 되어 쌓입니다
그대 사랑은 이렇게 싸우면서 시작되는 것인지요
싸운다는 것은 그 사람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 벅찬 감동을 그 사람 말고는 나누어 줄 길이 없어
오직 그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인 것을
사랑은 이렇게 두 몸을 눈물나도록 하나로 칭칭 묶어 세우기 위한
끝도 모를 싸움인 것을 이 밤에 깨우칩니다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인 것을
저는 원래 시에는 별로 관심이 없던 사람인데.ㅎ 마가렛님이 올린 스며드는 것 을 읽고는
안도현 시인의 시를 찾아보다가 위의 시가 마음에 와닿아 같이 공유하려고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