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잘듣는 방송에서 티켓 두장을 선물로 보내왔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런 행운이 주어지니 감사할 일이지.
그런데 이 티켓을 누구와 함께 공유하며 즐거움을 배로 해야 되나 은근 고민이 되었다.
불금을 제대로 즐겨봐야쥐?ㅎㅎ
우선 명단에 오른 사람은 아들, 남편, 여동생, 친구1인데
원판 돌리는 것도 아니고 순위대로 물어봐야겠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아들이지만 예상했던 대로 거리를 운운하며
"아빠랑 가세요~" 하는데 "그럴줄 알았지. 엄만 모처럼 아들과 데이트 하려고 했더만.."
남편에게 별 기대없이 이야기를 했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그래. 갑시다~ 금요일이라구?"
퇴근하면서 예술의 전당으로 곧장 오겠단다.
난 어디 여행을 가던가, 행사가 있을 때 그 준비과정을 즐기는 편이라
저녁을 일찍 준비해 놓고 여유있게 집에서 출발했다.
미세먼지가 모처럼 없어서인가 하늘이 참 파랗고 이쁘다.
그런데 참 이상도 해라, 우리쪽 하늘은 파랗고 높은데 건너편 하늘은 좀 그렇지 않다.
조용한 우리동네와는 달리 예술의 전당 근처는 활기차고 불금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넘쳤다.
오후시간, 좀 늦은 시간에는 커피를 자제하는데 마음이 조금 들뜬 탓에, 음료 메뉴를 보고 또봐도
역시나 커피가 입맛을 당긴다.
혼자서 책을 보는 사람,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은 지금 이시간을
어떤식으로 기억할까하는 생각도 잠시해 본다.
같은 공간에서의 다른 생각과 느낌...
남편도 일찍 출발해서 생각보다 여유있게 도착했다.
커피를 마셔서 저녁생각은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세끼를 챙겨먹는 나,
무엇보다 남편이 시장할 것 같아 남편이 좋아하는 메뉴를 선택했다.
2019 서울시향 말러와 슈트라우스
지휘 성시연,
스프라노 아네 슈바네릴름스와 함께한 웅장한 오케스트라였다.
나에겐 좀 생소한 성악가지만 고음과 목소리에 힘이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사람하나하나가 제 역할에 충실하며 음을 들려주는 오케스트라는 언제 들어봐도
웅장하고 멋져서 숨을 죽이며 듣곤한다.
그런가운데 옆에 앉은 젊은 청년은 음악에 취해서 그런가 졸고 있다.
남편도 나와 데이트 시절 세종문화회관에서 이같은 현상을 보였었지..ㅎ
마지막에 감상한 슈트라우스의 죽음과 정화는 곡이 끝나도 끝난거 같지않아
한참이나 머물게했다.
예술의 전당 앞마당에서 봄하늘의 무지개빛 분수가 화려하게 펼져지고
음악에 맞춰 젊은이들이 경쾌하게 몸을 움직이니 나도 절로 즐겁다.
한여름 밤의 꿈이 아닌 3월의 밤은 바쁜 일상의 남자에게는 여유를
잠시 우울한 여자에게는 추억을 곱씨어 본 하루였고 새로운 추억을 만든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