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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 한 봉지


BY 마가렛 2019-03-15

목요일에는 무언의 약속이 있다. 동생과 함께 친정을 방문하는 날이다.
엄마가 혼자 계시니 심심하실 것 같고 이제 연세도 있으시니 한 번이라도 더 뵈려고 자주 가려고 한다.
조카들도 초등학교 고학년이고 중학생이니 엄마손이 많이 필요하지 않고 자기네들이
알아서 잘한다.
그래도 부지런하셔서 청소며 빨래며 반찬하시느라 바쁘시다.
내가 버쁘거나 깜빡하고 전화를 안 드리면 엄마가 기다리시다가 전화를 하신다.
딸이 미리 전화를 드려야 되는데 말이다.
내쪽에서 "내일 갈게요. 엄마가 필요하다는 상보 사 놨어요." 하면 좋아하시면서도
뭘 샀냐고 한말씀 하신다.
반 모임믈 끝내고 서둘러서 친정에 가니 동생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상보를 펼쳐 보시고는 아주 흡족해하시면서 이쁘다고 하시니 나도 좋다.
사용하던 상보가 작은데다가 고장이 났다고 언뜻 들었던 기억이 나서
내가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그중에서 제일 괜찮은 거로 주문을 했다.
사실 요즘 상보를 사려고 해도 잘 보이지 않는다.
재래시장에 가면 있으려나 몰라도 집근처에는 재래시장도 없고 눈에 보이지 않아
인터넷으로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예쁘다.
딸들이 오면 바빠지는 울 엄마,
이야기 하시느라 바쁘시고, 뭔가를 또 챙겨주려고 하시니 손도, 발도 덩달아 바쁘시다.
동생이 나가서 점심을 먹자고 하는걸 그냥 집에서 먹자고 했다.
엄마표 김치에, 구워놓은 맛깔난 김, 건강식인 콩자반, 비트가 들어가 색깔고은 물김치,
이웃이 주셨다는 상추까지 있는데 굳이 나갈 이유가 없다.
밥통에 밥도 푸짐하게 있는데 뭐가 걱정이누?
미세먼지도 심한데 사서 고생할 필요는 없다.
모처럼 아이들 마냥 소세지를 구워서 김에 싸 먹고 상추에 싸 먹으니 맛나다.
엄마표 고추장, 된장이 짭쪼롬하고 입맛을 살려주니 다른 밥상 부럽지 않더라.
엄마는 바쁘게 무언가를 가져오시더니 나에게 건넨다.
"이건 또 뭐예요?"
"바깥사돈 갖다 드려.. 그냥 계시면입도 궁금하실텐데 드시라고 하시고, 산에 갈 때도 드시고 하면
좋을 것 같아 내가 먹을 사탕 하나 사려다가 두개 샀다."
"호박 카라멜 사탕? 맛나겠네..ㅎ"
엄마가 사탕 하나를 까서 내입에 넣어 주신다.
"오옴... 달콤하고 맛나네용.."
동생은 엄마 간식으로 드시라고 말린대추칩을 펼쳐보이는데
엄마는 이것도 싸주신다고 하신다.
동생은 눈을 흘기면서 그만 싸주라고 하고 엄마는 나눠 먹어야 더 맛있다고 비닐봉지를
찾으신다.
엄마가 저번에 주신 김치를 아버님도, 남편도 맛있게 잘 먹는다고 했더니
또 싸주시려 하신다. 그만 됐다고 김장김치 아직도 많다고 해도 당신은 또 담그면 된다고
기어코 싸 주신다. 우리엄마의 최대의 낙은 딸들에게 당신의 작품(?) 싸 주시는 일일게다.
다음에 올 때는 간장을 달인다고 꼭 둘이 같이 와서 도우란다.
나도 동생도 아직 된장을 담궈 본 적이 없는데 엄마는 된장 담그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고추장이 조금 번거롭다 하시며 된장을 거저란다.
엄마가 주신 집간장을 다 먹고 시간이 되지않아 친정에 못가서
시판하는 국간장을 한 번 사서 먹었더니 국맛이 제대로 나지 않더라.
동생도 미역국을 끓였더니 맛이 없어서 못 먹었다고 한다.
역시 뭐니뭐니 해도 재래식 간장이, 엄마표 간장이 최고다.
아버님은 사탕 한 봉지 받으시곤 큰 말씀 없이 좋아하셨다.
워낙이 표현하시는 분이 아니시고 미소한번으로 모든 것이 표현 되시는 분이시다.
그래서 우리아들도 별로 표현이 없나...
환경에 따라 아이들의 성격도 많이 다른게 사실이다.
 
사탕 한 봉지

등록
  • 승량 2019-03-18
    보기좋은 모습이세요
    사탕한봉지란 문구도 정겹고요~
    건강하게 오래오래사셨으면.좋겠어요
  • 마가렛 2019-03-19
    @ 승량사실 요즘 사탕 잘 안먹는데 엄마가 주신 사탕은 먹게 되네요. 엄마의 정이 묻어나서 그런가 맛나네요.ㅎ고마워요^^
  • 토마토 2019-03-18
    보모는 자식에서 뭔가를 줄수 있음이 그리 기쁘신가봐요,, 글을 읽으며 너무나 정겹고 행복함이 묻어나 절로 기쁘고 사랑이 느껴져 미소를 짓게 되네요~
    주위에 다른 분들을 봐도 딸이 최고인것 같아요.. 아들둘은 마음이 있어서 표현을 잘하지 못하고 딸처럼 이렇게 살갑게 하지 못하니..
  • 마가렛 2019-03-19
    @ 토마토친정엄마는 젊으셨을 때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도 늘 베풀고 정이 많아 사람들이 좋아하나봐요. 엄마를 뵈면 늙음보단 낡음을 연상케 하시는 분이죠. ㅎ
  • 만석 2019-03-15
    마가렛님~!
    어머님이 좋으셨겠어요. 자주 찾아뵈세요.
    어머님이 정정하신가 봅니다요.
    사탕 한 봉지. 동병상련의 정이시겠지요. 고마움 마음이십니다^^
  • 마가렛 2019-03-16
    @ 만석다행히 연세에 비해 건강하신 편이세요. 엄마가 안 계신다고 생각하니 울컥하네요. 살아계실 때 좀더 자주 찾아뵈려구요. 저보다 엄마가 시아버님 간식을 더 잘챙기시네요.ㅎ
  • 행복맘 2019-03-15
    하하 호호 모녀분들이 즐겁에 담소 나누시며 식사 하시는 모습이 그려지는듯 하네요..부럽기도 하고요..우리 친정엄마는 너무너무 바쁘셔서 늘 예약해야 해요..ㅎ..친정엄마는 늘 홍삼사탕을 좋아하시는데 이번에 저도 홍삼 사탕 한봉지 사드려야겠네요..
  • 마가렛 2019-03-16
    @ 행복맘엄마가 귀가 잘안들리니 가끔 동문서답에 엉뚱한 말씀을 하시는데 말씀을 잘하셔서 잼있어요.ㅎ외출하실 때 당 떨어질까봐 사탕은 꼭 챙기신다네요.행복맘님 꼭 사다 드리세요.^^
  • 세번다 2019-03-15
    홍매화네요
    그나마 일은 안하시니 낮시간 이용해서 가니 좋네요
    자주 꼭가셔요
    전 주말에나가능하고 해서 한달한번도 쉽지않네요
    내일가봐야죠
    아버지아프시다하니 사실 엄마가 더 걱정되서
  • 마가렛 2019-03-16
    @ 세번다환자 돌보는데 참 어렵죠. 엄마도 아버지 돌아가시기전에 너무 고생하셨답니다.자주 가야죠..언제 돌아가실지 모른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신답니다.이번에 홍매화를 처음 봐서 반가운 마음에..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