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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BY 만석 조회 : 262

네가 있어서 내가 행복해

네가 있어서 내가 행복해
 
오늘이 내 손녀 딸아이의 생일이다. 며칠 전부터 제 생일을 알리는 손녀가 아직은 그저 귀엽기만 하다. 검도학원을 다니는 아이의 마중을 영감이 담당한다. 8시 반이나 되어 끝나니, 저녁 밤길이 며느님에게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며느님도 아직 젊은 나이가 아닌가. 도장에서 나오는 아이를 맞아 손을 잡고 흔들며 귀가하는 것이 영감의 유일한 낙이다.
 
그 길을 오면서 손녀 딸아이가 말을 했다지.
“할아버지. 내일이 내 생일이예요. 할아버지도 아세요?”
“그렇구나. 암. 알지.” 했다고. 그랬을라 치면,
“그래. 선물을 뭘 원해?”라고 물어주었으면 좀 좋았겠나. 센스 없는 영감은 뒷말이 없었겠지.
 
“뭘 사줄까 좀 물어보지 그랬어요.”
“….” 재미없기는 마누라에게도 마찬가지다.
“지난 번 크리스마스 때 데리고 가서 선물을 고르라니까, 쓸데도 없는 장난감만 고릅디다. 요번에는 봉투로 주고 에미랑 가서 사라고 해야겠어요.” 또 영감은 고개만 끄덕인다.
 
현관문 번호 키를 누르는 소리가 난다. 뉠꼬. 아~. 며느님이 올라온 게다.
“수수팥떡 했어요. 조금만 했어요.” 뭐라지도 않는데 눈치를 본다.
“수수팥떡을 다 했어? 잘했다. 용타.”
“생일에 수수팥떡을 해 주면 명이 길대요.” 암. 그래야지.
 
“올려 보내라. 선물 안 샀다. 봉투에 조금 넣었으니까, 같이 가서 저 사겠다는 거 사 줘라.”
“아이구 어머니. 됐어요. 안 주셔도 돼요.”손사래를 치며 현관문을 나선다.
“애가 좋아하는 거 보는 것도 재미다. 어서 보내라.”며느님 등에 대고 소리를 친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손녀 딸아이는 올라오지를 않는다. 내가 내려가야 할 모양이다.
 
“나, 니네 대문 앞에 섰다. 문 열어라.”
산에 갈 준비를 하고 나서는 길에 아래층에 전화를 하고, 열려지는 문으로 들어선다.
“아가. 이거 할아버지 할머니 선물. 이건 통장에 넣지 말고 엄마랑 가서 너 사고 싶은 거 사라. 꼭.”아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방긋이 웃으며 봉투를 받아든다. 이미 귀가 입에 걸려 있다.
 
이 아이 없었으면 지금쯤 나는 무슨 재미로 살고 있을꼬. 점심을 먹을라 치면 아이의 첼로 연주하는 소리가 들린다. 저녁밥을 먹고 있으면 고사리 손으로 두드리는 피아노 소리가 올라온다. 영감과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수저를 놓고 입을 다문다. 뉘라서 생음악을 들으면서 식사를 할까 보냐. 내 무슨 복이 많아서 이런 즐거움을 누리느냐는 말이지.
 
아들이 용돈을 많이 주어서 효자가 아니지. 먹을 것을 줄창 올려준다고 효부가 아니라는 말씀이야. 내게 손녀딸아이를 안아보게 한 그 효도가 큰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콩나물 크듯 자라는 아이를 보는 게 우리 부부의 유일한 낙이다. 아이가 등교할 시간이 되면 우리는 계단에 나와 섰는다. 오늘은 무슨 옷을 입었고, 머리에는 무슨 핀을 꽂았을까가 궁금한 게다.
 
그러나 아이의 아침 등교는 늘 바쁘다. 것도 귀찮다할라 싶어서 그저 저희의 대문을 나서서 우리 대문을 스쳐지나가는 걸 보는 게 고작이다. 그래도 좋다. 에미의 손을 잡고 흔들며 깡충거리며 걷는 그 예쁜 모양을 보는 것만으로 족하다. 늘 나는 아이의 등을 바라보며 기도한다.
‘그저 튼튼하게만 자라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