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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자 금강산


BY 만석 2018-11-27


다시 가자 금강산
 
저녁을 지으려고 일어서는데 TV뉴스에서 금강산이 곧 개장된다는 멘트가 흘러나온다. 후다닥 안방으로 건너 가니, 막혔던 금강산 통로가 열린다는 것이다. 그동안 중국쪽으로 돌아서 먼발치에서나 구경할 수 있었던 금강산을, 예전처럼 온정리로 가게 될 모양이다.
 
2001년도였나? 2002년도? 그보다 훨씬 뒤였을 수도 있겠으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영감의 환갑을 기념해서 아이들이 보내줘서, 꿈에도 그리던 금강산을 갔더란다. 우리들 세대의 그때는, 외국여행보다 금강산 관광을 더 선호했다. 금강산을 다녀왔다 하면 모두들 부러워했으니까.
 
영감의 생일이 음력 12월 초순이니 한참 겨울 추위가 기승을 부렸던 기억이 난다. 두꺼운 옷을 준비하러 바쁜 와중에 백화점을 돌아다니던 생각도 난다. 그때 나는 의상실을 운영하고 있었고 의상실은 아주 호경기를 맞고 있었으니까. 수입이 꽤 짭짤하던 때였다는 말이지.
 
막내 딸아이가 대학원을 다니고 막내아들은 아직 대학생이었으니, 아마 지금 생각하면 경비는 큰아들이 댔던 것 같다. 큰딸은 결혼을 해서 제 살림을 했으니. 그러나 모르겠다. 누나로서 경비를 보탰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관광지에서 쓸 용돈까지를 큰아들이 쥐어주었으니, 내게서 나간 경비는 단 일푼도 없었다.
 
눈이 그렇게 많이 쌓인 구경은 처음이었다. 그래도 찻길은 제설작업을 했던지 내내 내리는 눈을, 버스를 타고 달리며 버스 속에서 피했던 생각이 난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비루봉까지는 갈 수 없다던 관광가이드의 멘트는 지금도 생생하게 생각이 난다.
 
걸어서 오르는 길이 너무나 험난하고 가파라서 금강산을 제대로 구경했다고는 못하겠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거의 17~8년이 지난 지금 그 전경이 까마득하기만 하다. ‘신성봉이니 선녀봉이니 하는 소리만 쟁쟁하다. 아하, 온정리에서 기념품을 사기도 했었지.
 
, 남한의 해금강과 맞닿아 있다는 북쪽의 해금강은 지금도 생생하고 또렷하다. 우리가 그곳에 갔던 날이 푹했던지, 눈도 쌓이지 않았었고, 물결도 얼지 않아서 출렁거렸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남쪽을 향해서는 사진 촬영도 금지되어서, 분단의 쓰라림을 경험하기도 했었다.
 
다른 자료는 거의 완벽하게 저장이 되어 있으나, 금강산관광의 자료는 아무 것도 없다. 홍보책자나 안내서가 있었던 것 같은데, 너무 바쁘게 살던 때라 미처 챙겨두지를 못했거나, 이사를 하면서 분실이 됐나 싶기도 하다. 서너 장의 사진만 여기저기 흩어져서 저장이 되어 있다.
 
금강산관광이 재기되면 다시 한 번 더 가보고 싶다. 꽃이 덮인 봄의 금강산으로 갈까? 신선을 만나러 여름의 봉래산으로 갈까나. 아니, 일만이천의 산봉우리에 단풍이 든다는 풍악산은 어때? , 눈이 덮인 금강산대신 뼈대만 앙상한 개골산으로 가? 그 금강산은 참 이름도 많지.
 
아무튼 아무 이름의 금강산을 가더라도 이번에는 사전 지식을 좀 섭렵해서 가야겠다. 가서 보는 것만으로는 직성이 안 풀리겠는 걸. 내 땅이면서도 맘대로 가보지도 못하는 그곳. 가게만 된다면 더 기운이 빠지기 전에 어서 가야겠다. 이나마 체력이 고갈되기 전에 말씀이야.

저녁을 먹으며 영감에게 넌지시 운을 띄운다.
금강산관광 재개되면 우리 한 번 더 가봅시다.”
나보고 업고 가자구?”한다. 나는 자신이 있는데. 까짓 것. 뛰어 오를 수도 있는데 말이지.
 
 
 
다시 가자 금강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