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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젠을 왜 샀어요


BY 만석 2018-11-24


아이젠을 왜 샀어요
 
찬바람이 등으로 몰려든다. 겨울이 오고 있는 게다. 유난히도 추위를 타는 나는 겨울이 오면 아니, 초가을부터 잔뜩 긴장을 한다. 올해는 얼마나 추울까를 걱정하면서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한다. 내복을 챙겨보니 올해엔 더 구입을 하지 않아도 그런대로 지낼 만은 하겠다.
 
산행을 계속하려면 겨울 장비도 필요하다. 등산복은 작년에 입던 것이 아직도 멀쩡하다. 스틱도 작년에 쓰던 것 쓰면 되고, 바람막이 모자도 그런대로 견딜 만은 하다. 장갑도 작년에 쓰던 것으로 충분하겠다. 뭐가 필요할까. 곰곰이 생각하지만 그런대로 겨울을 지낼 만하겠다.
 
, 올해에는 아이젠을 한 벌 준비해야겠는걸. 튼실한 놈으로 골라 거금을 주고 영감 것과 내 것을 마련했다. , 이만하면 겨울차비는 다 됐지?! 이제 눈이 내리기만 기다리면 되는 것이야. 날씨가 추운 건 걱정이지만 설원의 산행을 한다는 건 생각만 해도 신이 난다.
 
퇴근을 한 큰아들이 현관을 들어선다. 낮에 컴이 잠깐 이상해서 손을 좀 봐 달라 했더니 들른 모양이다. 네트워크 선과 스피커를 체크하고 나가다가, 거실에 놓인 아이젠을 보고는 묻는다.
이거 누구 거예요?”내 집 거실에 있는 게, 누구건 누구 것이겠다고 묻는단 말인가.
 
곧 눈이 내리면 미끄러질까봐.”
엄마 아빠 거예요?”
.”자랑스럽게 대답을 하는데 아들의 반응이 격하다.
 
아이젠을 신고 산행하시려고요?”어째 얼굴 표정이 심상치 않다.
산이 미끄러우면 올라가지 마셔야지 아이젠을 왜 사세요.” 점점 얼굴빛이 붉어진다.
아이젠을 끼워야 할 정도면 안 올라가셔야지요.” 한심하다는 듯 입맛을 다신다.
 
엄마가 지금 아이젠 신고 산행할 연세세요? 큰일 난다구요.”
.”
이 아이젠 제가 갖고 내려가요. 아니면 바꿔 오시든지요.”다짐을 받으려고 소파에 앉는다.
 
이런 거 신고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전문 산악인들이란 말예요. 겨울엔 뒷산에나 오르세요.”
.”
오늘따라 아들이 거친 숨을 몰아쉰다. 엄마를 걱정해서 하는 소리지만 귀에 거슬린다.
 
겨울 운동화는 있으세요?”
. 있다.”신발장에서 확인을 하고 재차 다짐을 한다.
엄마. 이 아이젠 갖다 줘요. 아이젠을 신어야 올라갈 수 있는 산이라면 올라가시면 안돼요.”
 
다음날.
전화벨이 운다. 막내딸이다.
엄마. 아이젠 사셨어요? 아니, 히말라야 원정 가시려우? 호호호.”
 
큰아들이 제 동생에게 전화를 해서 말리라고 했단다. 저렇게 걱정들을 하니, 아이젠을 물려야겠다. 멋지게 설원을 누비고 싶었는데. 나는 아직 이팔청춘인 줄 알았더니. 생각을 해보니 내가 지나친 욕심을 부렸던 것 같기도 하다. 에구~. 내겐 북한산 둘레길이 제격이로구먼.